고(故) 김광석의 부인 서해순 씨가 TV 뉴스를 통해 국민적 관심사에 대해 입을 열었다. 수 분에 걸친 생방송 인터뷰에도 의연 담담하게 임했지만 의혹은 여전히 짙다.
서씨는 25일 오후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오래 전 고인이 된 남편과 딸 서연 양의 죽음을 둘러싼 각종 의혹에 답했다. 많은 이들이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올지 궁금해했지만 서씨는 손석희 앵커의 질문에 대부분 "너무 오래된 일이라 기억이 나질 않는다", "당시 경황이 없었다"는 말로 일관했다.
서씨의 딸 서연 양은 2007년 12월 23일 이미 사망했으나 이 사실이 10년 만인 최근에야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이날 서씨는 '딸 아이의 사망신고를 언제 했나'라는 질문에 "이런 저런 상황에 경황이 없었다. 아이가 장애가 있었기 때문에 심적으로 너무 괴롭고 힘들었기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이런 저런 상황 때문에 사망 신고를 늦게 하게 됐다"고 답했다. '따님이 사망했다면 과태료 낼 때까지 안 했다는 거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 간다'라는 말에는 "경황도 없고 그렇게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게 10년 전 얘기고 장애우가 죽은 부분이라서 힘들다. 장애우 키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장애우 엄마의 마음은"이라면서 즉답을 피했다.
"언제 딸 아이의 사망 소식을 주변에 알릴 예정이었나"라는 질문에도 서씨는 "언제가 이야기를 하려고는 했지만 경황이 없어서 매번 말할 시기를 놓쳤다"고 답했다.
사망 장소에 대한 의혹에 대해서는 "딸이 장애가 있었다. 자다가 물 달라고 하다가 쓰러져 병원에 데리고 갔고 그 곳에서 사망 소식을 들었다"는 애매한 답변을 했다.
많은 이들이 의혹을 품고 있는, 주변에 딸의 사망 소식을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소송이 끝나지 않아 경제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다. 애가 죽은 걸 알리는 게 겁이 났다. 기회가 되면 알리려고 했다"면서 "얼마 후 크리스마스라서 조용히 장례식을 치렀다. 때가 되면 이야기를 하려고 했지만 매번 말할 시기를 놓쳤던 것 같다"고 거듭 말했다.
남편 김광석의 죽음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서도 덤덤하게 답했다. 가슴에 묻어뒀을, 20년도 더 지난 아픔을 꺼내놓는 순간이었지만 긴 설명의 주 요지는 "경황이 없었다"는 것. 유족을 비롯해 남편의 절친한 지인들이 수없이 제기하는 '자살이 아니다'라는 의혹에 대해서도 "그럴(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담담하게 답했다.
이날 인터뷰는 서씨가 자청해 이뤄진 것. 앞서 이상호 고발뉴스 기자와 김광석 유가족 측이 서연 양 사망 재수사를 촉구하며 '뉴스룸' 인터뷰에 나서자 서씨 역시 직접 출연하겠다 알려 성사됐다.
서씨는 출연 전부터 자신의 입장을 적극 밝힐 것을 예고해 방송 전부터 이목을 끌었지만 정작 명쾌한 답변 없이 두루뭉수리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히 그가 인터뷰에 응한 태도를 비롯한 행위적인 면에서는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서씨가 말을 할 때마다 눈을 수차례 깜박이며 마치 어떻게 말할 지 생각하는 듯한 모습을 보인 대목이나, 고개를 수차례 흔든 모습, 손짓이 다소 과장된 듯 하다는 반응이 그의 인터뷰를 지켜본 누리꾼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최근까지도 지인들에게 딸의 사망 사실을 숨겨온 만큼, 지난 십년간 묻어뒀던 사실에 대해 '작정하고' 나왔겠으나 가장 가까운 가족의 죽음에 대해 이정도로 감정이 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게 놀랍다는 반응
한편 경찰은 서씨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상태로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서씨는 서연 양 살해 의혹에 대해 강력하게 부인,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냈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