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손여은 "악역, 스트레스 풀릴 것 같다고? 전혀~"

↑ 손여은은 "누군가 미워하는 감정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제공 | 제이와이드컴퍼니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배우 손여은(34)은 최근 끝난 SBS 주말극 ’언니는 살아있다’의 구세경 역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8개월 동안 ’악역’이 몸에 익지 않았다. 상대를 미워하고 무시해야 했으며, 욕도 퍼풋고 소리도 질러야 했는데 이런 역은 처음이었다. 본인 성격과도 달랐다. 드라마가 끝이 났으니 손여은은 이제 조금 마음이 여유로워졌다.
손여은은 "’너 따위가 감히’ ’절대 안 돼’ ’아무것도 안 뺏겨’라는 대사를 많이 했다"며 "이기적이고 나밖에 모르게 산 인물을 표현해야 했다. 모든 걸 가졌는데 남편의 사랑도 못 받고 아버지로부터 인정을 못 받으니 외롭고 고독한 면이 있을 것 같았다. 거기서 나오는 어떤 결핍이 아니었을까"라고 극 중 세경을 대변했다.
그는 "작가님과 주위에서 ’이런 지르는 악연 연기를 하다 보면 스트레스가 풀릴 수 있다’고 조언했는데 오히려 나는 스트레스가 쌓이더라"며 "누군가를 미워해야 하니 최대한의 감정을 느끼려고 했는데 쉽지 않았다. 촬영 때 다 털어내고 집에 가도 계속 남아있는 것 같더라"고 회상했다. 물론 "어느 정도 시청자들도 공감한 것 같아서 뿌듯하다"며 김순옥표 드라마의 악역 중 한 명을 담당한 것을 기뻐했다.
손여은이 맡은 구세경은 ’아내의 유혹’ ’왔다 장보리’ ’내 딸 금사월’ 등에서 보여준 악역과는 조금 결이 다르다. 이전 작품들과 비슷한 악역은 ’언니는 살아있다’에서 김다솜이나 양정아가 맡은 역할과 비슷하다. 손여은은 "처음에는 걱정했는데 나름대로 세경이를 입체적으로 어느 정도 표현한 것 같다"며 "다른 모습을 보여준 데 의미가 있다"고 짚었다.

↑ 손여은은 구세경을 입체감 있게 표현한데 만족스러워 했다. 제공 | 제이와이드컴퍼니

극 중 세경은 암을 선고받고 사망했다. 처음 시놉시스를 받았을 때 있던 내용이다. 결말에서 죽을 줄은 몰랐으나 나름대로 만족한 설정이다. 손여은은 "재작년 아버지가 암으로 돌아가셨다. 아버지의 마음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 대본이었다"며 "시한부 삶을 사는 분들을 더 생각하게 됐다. 내가 어떤 힘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연기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세경과 아버지 구필모(손창민)가 날을 세우며 싸우고 아들 용하에게 잘 대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너무 안쓰럽고 슬펐다. 두 사람을 대하는 장면을 보고 눈물을 많이 쏟았다"고 털어놨다.
불륜의 상대역 추태수(박광현 분)와 그의 부인 은향(오윤아)과의 호흡이 좋기도 했다. 특히 세경은 잘못을 깨닫고 은향과 친구같은 사이가 된다. 손여은은 "사실 시청자들이 은향(오윤아)과의 케미를 좋아해 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좋아해 주셔서 기뻤다"며 "광현 오빠는 캐릭터가 너무 재미있어서 마지막까지 즐거웠다"고 전했다.
’언니는 살아있다’는 손여은에게 손에 꼽히는 작품 중 하나가 됐다. ’인생작’이 되길 바랐을까? 손여은은 ’정답’을 말했다.
그는 "사실 ’인생작을 만나야 돼’라는 생각이나 목표가 있었다면 지금까지 못 왔을 것 같다"며 "난 작은 역할도 많이 했다. 연기를 진짜 못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그런 하나하나 모든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다음에도 더 열심히 잘할 수 있다는 원동력이 된다. 연기를 못 했던 시절이 있으니 지금이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어떤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생각도 없어요. 그냥 열심히 할 뿐이죠. 차기작에 대해서도 이것 했으니 다음에는 이런 걸 보여줘야지 정해놓지 않아요. 어차피 미치지도 못하고 욕심만 생길 테니까요. 어릴 때야 멋모르고 다 갖고 싶은 때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뭘 정하지 않고 일할 때 오는 설렘이 있지 않나요?"

↑ "백지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는 손여은. 제공 | 제이와이드컴퍼니

피아노(동아대 피아노학과 졸업)를 그만둔 것도 비슷한 차원이다. 그는 "피아노도 예술의 연장선에 있다고 생각했을 뿐"이라며 "주위에서는 피아노 안 치고 연기하면 아깝다고 하는데 난 피아노 항상 친다. 또 연기에서도 보여줄 수 있어 좋았다. ’세 번 결혼하는 여자’에서도 피아노 치는 걸 보여준 적이 있는데 그때 직접 연주할 수 있어서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발전하고 변신하는 모습이 계속 기대되는 배우였으면 좋겠어요. 어릴 때 어떤 감독님이 ’백지 같은 배우가 돼라’고 하신 말씀이 기억나요. 파란색이 되려면 백지가 되어야 완전한 파란색이 되잖아요. 파란색, 빨간색을 입힐 수 있는 배우로 계속 기대를 받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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