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매체 디스패치가 ‘성추행 파문’의 당사인 조덕제와 피해 여배우 A씨의 모습이 담긴 메이킹 영상을 분석 보도한 가운데 결국은 감독의 ‘디렉션’에 대한 해석 차이로 시작된 것으로 보이는 조덕제와 여배우 A씨 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더 심화될 전망이다.
29일 디스패치는 영화의 겁탈 장면 촬영 메이킹 영상을 입수해 분석한 뒤 전문가의 의견을 덧붙여 문제의 현장에서 벌어진 일에 대해 보도했다.
이들에 따르면 감독은 조덕제에게 ‘미친놈’처럼 연기하라고 지시했다. “그냥 옷을 확 찢어버리는 거야” “그 다음부턴 맘대로 하시라니까. 미친놈처럼.” “죽기보다 싫은, 강간당하는 기분이거든. 그렇게 만들어 주셔야 돼요.” “완전 미친놈. 사육하는 느낌이 들어야 돼. 사육하는, 사육하는 느낌이 들어야 돼. 그래야 다음 씬(내용)이 다 연결돼요.” “(관계를) 할 때도 머리통 잡고 막 흔들고. 몸도 옷 팍 찢고.” 등의 디렉션을 했다.
하의와 관련해서는 구체적인 디렉션은 없지만, ‘미친놈’처럼,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하듯 ‘사육하는 느낌’이 들도록 강도 높은 연기를 요구한 셈이다.
대략 4분 정도의 해당 씬에 감독은 상당히 만족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덕제에게 연기 칭찬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여배우 A씨의 상황은 판이하게 달랐다. 그때부터다. ‘성추행 파문’을 둘러싼 두 사람의 갈등과 진실 공방은.
조덕제는 일관되게 “감독의 디렉션대로 주어진 상황에 맞게 연기했을 뿐, 고의적으로 여배우에게 성추행을 하지 않았다. 나보다 어린 배우가 어쨌거나 부담스러운 씬을 촬영하며 겪을 심적 예민함을 고려해 미안하다고 사과했지만 그것이 나의 추행 혐의를 인정한 것은 아니었다”고 호소했다.
이와 함께 “실추된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그 분이 진심어린 사과를 했다면 이렇게까지 오지 않았을 때지만 자진 하차 후 돌연 태도를 바꾸었고 주변의 침묵을 강요하는 분위기에 더욱 참담한 심경이었다”면서 “나는 잃을 게 많다. 단지 기분이 나빠서 이 같은 일을 벌이지 않는다. 예술이라는 명백 하에 이 같은 성추행에 면죄부를 줘서는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만약 감독의 디렉션이 있었다고 해도 그 지시에 따랐다는 이유로 ‘강제 추행’이 정당화 되진 않는다”면서도 “현재 감독에 대한 문제는 배제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혀 의문을 자아내기도 했다.
여배우 A씨 측은 24일 오전 서울지방변호사 광화문 조정래 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분명 현장에서 촬영 중 일어난 사건과 관련, 디렉션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감독에 대해서는 완전히 문제 제기를 하지 않느냐”라는 질문에 “일단은 해당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는 상황. 일단 촬영 중 일어난 사건 자체에만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감독 관련 부분은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추후 면밀히 사건을 검토하고 증명해나가는 과정에서 관련된 문제가 존재한다면 추가적으로 문제 제기도 논의를 통해 할 생각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A씨는 지난 2015년 4월 저예산 영화 촬영 중 상호 합의되지 않은 상황에서 상대 남배우가 속옷을 찢고 바지에 손을 넣어 신체 부위를 만지는 등 성추행을 당했다며 조덕제를 강제추행치사 혐의로 고소했다
지난해 12월 열린 1심에선 조덕제에 무죄가 선고됐지만, 지난 13일 2심에선 원심을 깨고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라는 양형이 내려졌다. 이로 인해 조덕제는 차기작에서도 하차, 곧바로 상고장을 제출, 상고심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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