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새로운 것, 자극적이고 화려한 것, 빵빵 터지는 반전이 필수인 요즘의 충무로다. 하지만 과도한 변주 보단 우직한 정주행이 더 빠르게 관객들의 가슴에 도달할 때도 있다.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나 그럴듯한 포장, 과장이나 축소가 없이도, 그 자체만으로 충분한 의미를 지니는 것, 바로 ‘모성’과 같은 것에 대해 다룰 때다.
조영준 감독은 함께 할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어린아이 같은 50대 아들만을 걱정하는 노모 모습에 큰 인상을 받아 영화 ‘채비’를 완성했단다. 영화 속 주인공인 ‘애순’(고두심)과 지적 장애를 지닌 ‘인규’(김성균) 모자를 보고 있으니, 감독이 당시에 받았을 강렬한 슬픔과 감동, 먹먹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자극적이고 비현실적인 소재의 영화가 주를 이루고 있는 요즘,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내 일찌감치 입소문을 탄 작품은 30년 내공의 프로 사고뭉치 인규를 24시간 케어하는 프로 잔소리꾼 엄마 애순 씨가 이별의 순간을 앞두고 홀로 남을 아들을 위해 특별한 체크 리스트를 채워가는 과정을 그린 휴먼 드라마다.
‘국민 엄마’ 고두심은 역시나 ‘모성’에 담긴 다채로운 감정과 죽음을 앞둔 뒤섞인 회한과 슬픔, 기쁨을 한 치의 치우침 없이 조화롭게 연기해낸다.
아들과의 이별을 준비하며 체크리스트를 하나씩 채워나가는 과정에서는 진정한 ‘채비’가 무엇인지를 보여주고, 마치 일상을 보여주듯 담아낸 모자의 모습들은 평범함 속에서 특별한 감성들을 이끌어낸다.
어떤 모성이든 위대하지 않은 것은 없고, 어떤 사랑이든 아름답지 않은 건 없다. 아무리 힘들고 지치고 비극일지라도 어떻게 삶을 마주하고, 주어진 현실을 어떻게 ‘채비’하느냐에 따라 미래는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