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지독한 흥행 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CJ가 야심차게 내놓은 신작, ‘침묵’은 최민식과 정지우 감독이 ‘해피엔드’ 이후 18년 만에 재회해 큰 기대를 모았지만 안타깝게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는 못했다. 벌써 개봉 6일째가 됐지만 누적 관객수는 약 36만 명. 손익분기점인 200만 대에는 턱 없이 부족한 성적이다.
지난 2일 마동석이 출연한 영화 ‘부라더’와 최민식의 ‘침묵’이 나란히 개봉했다. 두 영화는 각각 박스오피스 1위와 4위에 랭크되며 극명한 흥행 온도 차를 보였다.
전작인 ‘특별시민’ 역시 아쉬운 성적을 낸 데다, ‘공조’를 제외한 올해 CJ표 영화가 사실상 전멸 상태라 ‘침묵’의 성적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결과는 또다시 참패다.
영화는 재력과 사랑, 세상을 다 가진 남자 임태산(최민식)이 모든 것이 행복하다고 믿던 중 처참히 무너져버린, ‘그 날의 사건’을 그린다. 약혼녀이자 유명 가수인 유나(이하늬)는 ‘그 날’ 끔찍하게 살해를 당하고 용의자는 바로 임태산의 딸(이수경)이다. 만취한 상태로 사건과 관련 어떤 기억도 하지 못하는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그는 연인에 대한 죄책감은 잠시 미뤄둔 채 애틋하고도 미친 부성의 끝을 보여준다.
이번에도 최민식은 특유의 묵직함과 극한의 변화무쌍함으로 극 전체를 이끌어 간다. 이하늬와의 로맨스부터 그룹 총수로서의 진중함, 돈이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믿는 속물 근성과 이와는 판이하게 구별되는 뜨거운 인간애, 블랙코미디성 유머와 선과 악을 오가는 미스터리한 모습까지 진정 유연함의 끝을 보여준다. 특별히 신선한 지점이나 새로운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지만, 지금까지 그가 해온 많은 연기들을 집대성한 느낌이다.
CJ의 거대한 자본, 감독의 애정과 배우들의 열연 속에서 영화는 기대 이상으로 화려하게 완성됐지만 작
올해 유독 힘든 한 해를 보이고 있는 CJ가 최민식, 그리고 ‘침묵’을 통해 다시금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수 있을지 기대됐지만 결과는 안타깝게 됐다. 또 다시 다음 작품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다음 주자는 이병헌 윤여정 주연의 ‘그것만이 내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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