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30년여 동안 대중음악에 숨을 불어넣었던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한국 전통가요 아리랑을 재해석한다.
'아리랑 컨템퍼러리 시리즈 아리랑✕5 : 함춘호 Arirang Scape' 개최 기념 기자간담회가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국화실에서 열렸다.
함춘호는 "준비 과정이 쉽지 않았다. 국악과 연결되지 않은 아티스트가 작업한다면 의문점을 달 것이다. 국악과 관련한 작업을 할 때 고민이 많았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여러 장르의 예술인들이 풀어내는 국악의 해석을 관심있게 바라봤다. 대부분은 모난돌 같이 맞아떨어지지 않았다"며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도망가고 싶었지만, 아리랑이 '우리의 아주 오래된 대중가요'라는 생각이 들어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아리랑은 아주 오랜 대중가요고, 한과 아픔을 같이 노래했다. 30년 동안 대중 음악을 해왔다. 제가 풀어내는 음악이 지금 이 시간에 부르는 아리랑일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이 주관하는 '아리랑 컨템퍼러리 시리즈 아리랑✕5 : 함춘호 Arirang Scape'는 오는 16일 오후 8시 블루스퀘어 아이마켓홀에서 열린다.
명창 이춘희, 현대무용가 안은미, 월드뮤지션 양방언에 이어 기타리스트 함춘호가 바통을 이어받았다. 장필순, 유희열, 소울맨을 비롯해 윈터플레이 기타리스트 최우준, 아이엠낫 기타리스트 임헌일 등이 함춘호와 무대를 꾸민다.
함춘호는 "아리랑을 재해석하는 작업이 많이 늦었다. 국악을 접목하는 게 쉽지 않았다"며 "아리랑은 멜로디가 너무 단순하다. 국악은 전통 5음계를 갖고 조율을 통해 감성을 표현한다. 감정을 콘트롤하기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스페인 대사관의 초청을 받아 마드리스, 라스팔마스에 가서 공연할 기회가 있었다. K팝과 K컬쳐를 주제로 공연했다"며 "외국 뮤지션과 교류가 있을 때마다 국악을 잘할 수 있다는 쓸데없는 자신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함춘호는 "이번 공연은 부담감이 없었다. 우리가 갖고 있는 아리랑의 음과 한 만을 사용하고, 우리에게 익숙한 악기로 표현하고 싶었다. 공연을 마친 뒤에는 생각이 정리돼 체계화 되지 않을까 한다"고 했다.
그는 "최우준 임헌일 기타리스트가 무대에 참여한다. 두 사람은 독특한 개성을 갖고 있다. 어떤 아티스트와 공연을 할 것인지 예전부터 고민했다"며 "연주자들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게 어렵다고 느꼈다. 멋진 연주자들을 한걸음이라도 끌어내고 싶었다"고 말했다.
함춘호는 "최우준 임헌일도 이번 공연이 무게감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고민 중이다. 대중음악이지만 자유스럽고 재즈적인 느낌을 담아 우리의 한을 담을 것으로 본다. 아리랑이 글로벌하게 나갈 수 있는 첫 단추라고 보고 준비했다"고 했다.
함춘호는 성악을 전공하던 중학생 때 처음 기타를 시작했고, 고등학교 3학년 때인 1980년에 전인권을 만나 그룹 '전인권과 함춘호'으로 대중음악인의 길을 걸었다.
1984년 하덕규가 이끌던 포크 록 그룹 시인과 촌장에 합류하면서 기타리스트로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조용필, 양희은, 송창식, 김현식, 신승훈, 임재범, 윤종신, 박정현, 보아 등 유명 가수들의 앨범과 라이브 세션으로 참여했다.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30여년 동안 꾸준히 활동하면서 많은 음악인들과 제작자에게서 인정받는 대중음악계의 거장으로 손꼽히고 있다.
함춘호는 "기존 아리랑 공연을 했던 분들의 자료를 찾아가면서 고민했다. 이번 공연에는 전통적인 아리랑이 있으면서 독특한 곡들이 자리한다"고 밝혔다.
이어 세트리스트 중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 대해 "김광석을 생각하면서 당시 녹음했던 기억을 갖고 보컬 소울맨을 통해 연주와 노래가 어우러지는 곡을 선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 빌리브' '두 사람'는 첼로 연주로 풀어낼 것이고, '아리랑랩소디' '아리랑 환상곡'은 익숙한 아리랑 멜로디에 각 아티스트들이 재능을 선보일 수 있는 파트로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함춘호는 "곡에 대한 해석도 공연 중간에 설명한다. 아리랑을 선택한 이유 등을 전하면서 공연을 꾸밀 예정이다"며 "송창식 선생님이 함께 해주시기로 하셨지만, 성대결절 수술을 하셨다. 공연에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전하셨지만, 환절기가 돼서 다시 상태가 나빠졌다. 아쉽지만 이번에는 모시지 못하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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