뻔한 패러다임에 피로한 관객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했다. 똑똑한 캐스팅에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은 감독의 절제력이 담백하게 맞아 떨어진다. 스릴러적 긴장감은 다소 부족한 면이 있지만, 예상치 못한 사회적 메시지와 휴먼 드라마가 이를 충분히 커버해준다. 결과적으로 웰메이드 웹툰 원작의 신선하고 정직한 변신이다.
지난 21일 성동일 백윤식 주연의 영화 ‘반드시 잡는다’(김홍선 감독)가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영화는 30년의 기간을 두고 한 동네에서 발생한 연쇄살인사건을 다룬다. 이제는 그저 수많은 미제사건 중 하나가 돼 버린 그 때의 공포가 다시금 되살아난다. 30년 전과 동일한 수법의 살인이 또다시 시작된 것.
이 동네를 잘 아는 터줏대감 심덕수(백윤식)와 과거 이 사건을 담당했던 전직 형사 박평달(성동일)은 연룬이 묻어나는 촉과 동물적인 감으로 범인을 쫓는다.
작품은 기존의 미제사건 추적 스릴러와 비슷한 괘를 가면서도 곳곳에서 똑똑한 변주를 시도한다. 반전의 반전을 위한 과도한 욕심도, 필요 이상의 자극적인 도구도 사용하지 않은 채 현실적이면서도 사건의 긴장감을 즐기는 재미 그 이상의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이야기라는 공감대를 바탕으로 장기미제사건이 가져다주는 불안감과 공포, 여기에 범인을 쫓는 스릴러적 긴장감에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노인문제’를 섬세하게 입혔다.
과도한 비틀기 대신 지극히 현실적인 눈으로 이야기의 힘을 강화하고, 중년 배우들의 수식어가 필요 없는 연기력을 백분 활용한다. 그 어떤 작위적인 장치 없이도 배우들의 내공 가득한 연기력만으로도 작품의 긴장감은 유지된다. 묵직한 서스펜스란 무엇인지를 목격하게 된다.
물론 국‧내외 대작들 사이에서 어느 정도의 티켓 구매력을 보여줄 수 있을지, 작품의 완성도를 떠나 흥행 경쟁력 부분에 대해서는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차별화 부분에서는 분명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자신 있게 단언할 수 있다. 11월 29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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