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보고 싶은데 입맛에 딱 맞는 작품이 없다고요? 보고 싶은 영화에 마땅한 정보가 없다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상업 영화 외에도 최신 개봉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골라주’는 코너로, 예비관객들의 영화를 향한 호기심을 살살 긁어내고자 합니다. <편집자주>
↑ ‘두개의 빛’ 한지민 박형식 |
[MBN스타 김솔지 기자]
제목 : 두개의 빛: 릴루미노
감독 : 허진호
출연 : 한지민, 박형식
상영시간 : 30분
공개 : 21일 오후 3시 ‘두개의 빛: 릴루미노’ 유튜브 채널
두개의 빛
시각장애인 사진동호회에서 만난 수영(한지민 분)과 인수(박형식 분)가 사진을 완성해가며 서로의 마음을 향해 조금씩 다가가는 과정을 그린 감성 멜로다.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은 간다’ ‘행복’ ‘덕혜옹주’ 등 스크린을 감성으로 물들인 허진호 감독의 단편영화다.
허진호 감독은 시각보조 앱 ‘릴루미노’의 개발과정에서 저시력 장애의 일종인 RP(망막색소변성증)를 앓고 있는 한 아이가 VR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엄마의 얼굴을 알아보는 표정을 담아낸 영상을 보고 감동을 느껴 ‘두개의 빛’ 제작에 나서게 됐다.
↑ ‘두개의 빛’ 한지민 박형식 |
“아름다움을 보는데 눈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에요.”
시력을 차츰 잃어가고 있는 인수는 사진동호회에서 같은 시각장애를 가진 수영을 만났다. 인수는 저시력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했고, 잔뜩 움츠러든 모습으로 사진동호회 회원들과 마주했다.
반면 사진동호회 회원들은 자신의 장애를 부끄러워하지 않았고, 심지어 “그래도 밤낮은 구별할 수 있어 행복해요”라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수영 역시 당차고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사진동호회에서는 정안인의 도움아래 시각장애인들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었다. 자연의 있는 그대로를 담기도 했고, 사랑하는 이의 행복한 미소를 담기도 했다. 눈으로 사진을 보진 못했지만, 시각을 제외한 온 신경에 집중해 마음으로 느꼈다.
그렇게 각자의 보통날을 살아가던 어느 날, 인수와의 약속 장소로 향하던 수영은 케인(시각장애인 지팡이)을 이용해 걷던 중 도와주겠다며 불쑥 손을 내미는 행인에 놀라 주저앉았다. 행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불쌍하다며 수영의 손에 돈을 쥐어주기도 했다. 잔뜩 겁먹은 수영은 떨리는 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 천천히 다시 앞을 향해 걸었다.
시간이 흘러 동호회에서는 사진전을 열게 됐다. 인수는 저시력 장애인을 위한 VR 시각보조 앱 ‘릴루미노’를 통해 잠깐이나마 수영의 시각을 열어줬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수영에게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고, 달콤한 입맞춤을 나눴다.
마음의 눈
허진호 감독은 30분의 러닝타임 속에 다양한 메시지를 뚜렷하게 담아냈다. 시각장애인이 느끼는 고충을 현실적으로 그렸다.
영화 속 장애를 가진 이들은 장애가 주는 불편함을 극복하며 작은 것에 감사한 마음을 가졌다. 오히려 생활에서 느끼는 불편함보다 더 괴로운 건 타인의 편견 섞인 시선과 동정어린 손길이었다.
극중 수영이 타인의 갑작스러운 손길에 놀라는 장면처럼 장애를 가진 이들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동정심을 일으키는 것 자체가 어쩌면 그들에게 가장 큰 고통 일지도 모른다. 물론 악의가 없던 행동이겠지만, 시각장애인에 불쑥 손길을 내미는 행동은 그들에게 상당한 실례를 범하는 일로,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선의는 폭력으로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을 곱씹게 한다.
허진호 감독은 실제 저시력 장애인을 만나 그들의 사연에 귀 기울였고, 영화에 그들만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밝은 에너지를 투영시켰다. 극중 저시력 장애인들은 ‘릴루미노’를 통해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마주했다. 그리고 벅찬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가하면 목소리, 향기 등을 통해 그렸던 상대방이 상상과 사뭇 다르자 실망한 기색을 드러내 웃음을 안기기도 했다.
↑ ‘두개의 빛’ 한지민 박형식 |
한지민 박형식 표 멜로
한지민과 박형식이 그리는 멜로
또한 초점이 흔들리고, 한쪽 눈동자만 움직이는 등 쉽지 않은 연기도전에도 끝없는 연습을 통해 보다 현실적이고 깊게 표현해 극에 몰입력을 높였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