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년이라는 시간이, 저도 가늠이 안 되서,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합친 시간보다 긴 시간이더군요. 그렇게 생각하니 진짜 엄청나게 긴 시간 이 프로그램에 몸 담고 일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MBC 김태호 PD가 13년 만에 ‘무한도전’ 한 시즌을 마감하는 긴 소회를 전했다.
30일 오후 서울 상암동 MBC 골든마우스홀에서 ‘무한도전’ 김태호 PD 간담회가 진행됐다. 1시간 30분 가까이 진행된 이날 간담회에서 김PD는 31일 시즌 종영을 앞둔 ‘무한도전’에 대한 더할 수 없는 애정과 함께 단 2개월 여 만에 빠르게 진행된 ‘무한도전’ 시즌 종영 과정의 전모를 설명했다.
“현재 정해진 게 아무 것도 없다”는 그는 ‘무한도전’ 잠시 쉼표 후 다시 “시청자가 원하는 (‘무한도전’의) 모습으로” 다시 만날 것을 고대한 것은 물론, 수년간 이어져 온 이적설 및 일부 루머로 떠돌던 유재석과의 불화설에 대해서도 속시원하게 털어놨다.
◆ “갑작스런 종영? ‘무한도전’ 고민 계속 됐었다.“
김태호 PD는 “’무한도전’은 처음 시작할 때는 정해진 것 없고 기존 방송 화법으로 봤을 때 부적합하다는 사람들이 모여서 좌충우돌 해오던 이야기를 그려 오다가 2008년~2010년 이후 한국에서 가장 큰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이 되면서, 시작과 달리 지켜야 할 룰도 생기고, 카테고리가 생기면서 그 안에서 놀아왔던 것 같다”면서 “개인적으로 2010년 넘어가면서부터는 뭔가 색다른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때 처음 사장님께 시즌제 이야기도 건의했었다”고 말했다.
김PD는 “시즌제를 거론하면 늘 쉬는 얘기가 나오는데, 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실제 방송 나갔을 때 만족감 높은 콘텐츠가 전달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왔다. ‘무한도전’이 역사와 전통을 함께 하고 시청자들과 익숙해지면서 그 안에서 신선함을 동시에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 게 있었고,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지 고민이 컸다”며 “최근에도 멤버들과 회식 자리에서 그런 이야기를 했었고, 작년 6월에도, ‘무한도전’이 올해 말에 끝나고 내년에 시즌2가 끝난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작년 연초에도 무한도전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계속 던져왔었다”고 말했다.
김PD는 “‘무한도전’을 주어로 놓고, 계속 질문을 던져왔던 것 같다. 지금 이렇게 멈추게 된 것도, 쉬겠다는 게 아니라 ‘무한도전’을 어떻게 하면 더 좋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질문의 답이 이렇게 결정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PD는 “작년 11월 중순 파업 끝나고 돌아왔을 때도 새로운 사장님과 예능본부장님께 이런 이야기를 했었고, 시스템적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무한도전’이 제작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파업 기간에도 유재석, 작가와 만나서 내년 봄 개편쯤 이런 시간 만들면 어떨까 고민했는데, 올 2월에 본부장님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셨다”고 말했다.
김PD는 “시즌제도 좋지만 이렇게 종영이라는 표현이 쓰이는 게 상당히 마음이 아팠는데, 한편으로는 지난 13년 동안 내가 잘 했다기보다는 부족함을 느낀 시간이 많았다. 좀 더 스토리텔링 좋은 PD가 맡아가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왜 이 안에서만 맴돌까. 달리 뻗어나가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수 년 전부터 했었다”고 말했다.
김PD는 “멤버들도 갑작스럽다는 표현을 쓰는데, 시청자들로서도 갑작스러울 것 같다. 우리도 지난 3개월이 굉장히 빨리 지나갔다. 한편 그런데, 우리가 무슨 큰 문제가 있어서, 갈등이 있어서 멈추는 건 아니고 어떻게 하면 좀 더 좋은 모습의 방송을 보여드릴 수 있을까, 1등 예능도 좋지만, 한 회 한 회 스페셜하게 다가갈 수 있는 방송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내일을 마지막으로 일단은 마지막 인사를 드리게 됐다”고 덧붙였다.
김PD는 “내가 당장 6개월 후에 ‘무한도전2’로 돌아온다거나 정해져 있으면 멈출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게 확실하지 않기 때문에 쉬고 가게 되는 것”이라 이번 쉼표의 의미를 설명했다. 그는 “파업 때문에 멈춘다거나 그런 쉬는 기간이 ‘무한도전’으로 돌아온다는 게 정해져 있어서 그 안에서 오히려 힘든 게 있었다”면서 “스스로에게나마 그 틀을 벗겨내고 싶어서 ‘무도’다 아니다 없이 생각을 자유롭게 하고 싶은 게 있다”고 말했다.
김PD는 “나에게 내재된 인문학적 토대나 스토리텔링이 소위 ‘탈탈 털었다’고 하는데, 나는 털리다못해 건조기에 넣어 속이 비어 있는 느낌이다. 다시 속을 채우고 싶다. 그걸 채운 다음에 그려보고 싶다”고 말했다.
김PD는 특히 “’무한도전’을 하면서 제일 먼저 생각하려 했던 게 돈이나 명예보다는, 색깔을 중요하게 생각했었다. 몇 년 전부터 갈등했던 부분도, ‘무도’의 색을 지켜가기 힘든 상황이 돼 그에 대한 스스로의 만족감이 떨어졌던, 어떻게 보면 자괴감까지 들었던 상황이었다”면서 “’무한도전’의 색이 내 색깔이었던 시간들이라 그걸 다시 채색하는 데 시간이 할애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PD는 “시청자의 기대감에 어긋나지 않는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무도’를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은 나보다 멤버들이 더 클 거라 생각한다”며 “시청자들이 바라시는 모습으로 온전히 돌아올 수 있다면 가장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나에게도 ‘무도’는 버릴 수 없는 프로그램이었고, 유재석도 ‘인생 프로그램’이라 하더라. 지금의 작별이 아쉽긴 하지만 다시 반갑게 만나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김PD는 “이번 방송도 열린 결말인 게, 멤버들의 헤어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담은 방송이다. 이별을 준비하는 과정이 너무 짧아 갑작스럽게 느껴질 수 있는데 다시 만남도 갑작스럽게 올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MBC에서 다시 인사드릴 것” 이적설 부인
자신의 향후 거취를 둔 다양한 ‘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밝혔다. 김PD는 “추후 어떤 프로그램을 하게 될 지 정해놓기는 어렵다”면서도 “여러 기획들 중 다음에 MBC에서 나에게 ‘이거 해보자’ 라고 하면 다시 이 자리에서 인사 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하며 MBC를 떠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김PD는 다양한 ‘이적설’에 대해 “나도 찌라시도 접했다. 6년 전 JTBC로 PD들 갈 때부터 너무 많이 들었었는데, 제작사를 차려주겠다, 이런 얘기도 있었다. 그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나는 ‘무한도전’에서 일하는 PD로만 생각했지, 그런 것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거나 답을 하거나 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나는 타사에서 일하는 PD, 작가, 스카우터들 만나면서, 본인들이 다니는 본사의 자랑을 우리 회사로 옮겨 올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조직 문화를 바꿀 수 있는 게 없지 않을까 생각하기도 했다”며 “내가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것보다 더 큰 제안은 없었다”고 말했다.
김PD는 “최근에는 연락 받은 게 없다. 누가 ‘YG 간다며’ 라고 하던데, 라는 이야기도 들었다”면서도 “지금으로서는 당분간 가정으로 돌아갈 예정”이라 덧붙였다.
특히 김PD는 “13년간 집에서 가족과 저녁 먹은 적이 없는 것 같아서, 집에서 밥 먹으면서 아들 밥도 먹이고 싶고, 세계문학전집도 보고 싶고, 구글 세계지도 보면서 가고 싶은 곳 찍어놓기도 했는데 그런 곳도 가보고 해서, 이야기를 채워가는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현재 예능5부장 보직을 맡고 있는 김PD는 4월부터 평PD로 다시 돌아간다. 신규 프로그램 개발 부서에서 충전기를 보낼 예정. 단기 연수를 다녀올 가능성도 높다.
‘무한도전’의 상징인 유재석에 대해서는 고마움과 걱정을 동시에 드러냈다. 김PD는 “유재석이 없었다면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없었겠죠. 가장 많은 대화를 한 상대는 유재석이고, 가장 자신있게 해보자 한 게 유재석이었고 공감 형성도 유재석이었다”면서 “나도 걱정이지만, 유재석이 다음주 목요일부터 상당히 공허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서 든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늘 유재석과 함께였다. 김PD는 “개인적으로 2010년 넘어가면서부터는 뭔가 색다른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 때 처음 사장님께 시즌제 이야기도 건의했었다”며 “‘무한도전’이 역사와 전통을 함께 하고 시청자들과 익숙해지면서 그 안에서 신선함을 동시에 병행하기가 쉽지 않은 게 있었고, 시스템적으로 어떻게 보완할 지 고민이 컸다”고 말했다.
김PD는 “작년 11월 중순 파업 끝나고 돌아왔을 때도 새로운 사장님과 예능본부장님께 이런 이야기를 했었고, 시스템적으로 더 좋은 환경에서 ‘무한도전’이 제작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파업 기간에도 유재석, 작가와 만나서 내년 봄 개편쯤 이런 시간 만들면 어떨까 고민했는데, 올 2월에 본부장님이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셨다”고 말했다.
김PD는 “유재석이 지난 13년간 ‘무한도전’의 중심이 되어 이끌어 왔던 인물이고, 우리에게는 프로그램을 함께 해온 동반자로서 많은 이야기를 공유해왔었는데, 그때마다 ‘그럼 네가 현장에서 일을 안 하면 우리도 같이 끝내는 게 맞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를 해왔다”고 최근 시즌 종영 결정 당시 유재석의 반응을 전하기도 했다.
간담회 말미 김PD는 시청자에 대한 마지막 인사도 전했다. 김PD는 “항상 사랑해주시고 기다려주시고 기대해주셔서 너무 감사했고, 기대감에 못 미쳐 죄송한 마음이 공존했다. 13년 인연이 긴 인연인데, 얼마 기간 동안일지는 모르겠지만 멤버들이 각자 활동하는 것도 응원 부탁드린다. 멤버들도 현실로 받아들이기 힘들겠지만 응원하면서 익숙해지면 빠른 시간 내에 또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또 김PD는 “질책에 귀 닫으려 했던 적도 있었다. 비판 받을 것을 알면서도, 재미 없는데 재미있는 척 방송 만들고 했던 것들에 마음이 무겁기도 했었다. 늘 박수 쳐주셔서 감사했다”고 말했다.
김PD는 “나뿐만 아니라 멤버들도 ‘무한도전’을 통해 너무 많이 성장해서, 키우는 맛이 떨어지실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마지막 녹화까지 최선을 다 하려 했다”면서 마지막 방송에 대한 기대를 당부했다.
‘무한도전’은 2005년 ‘무모한 도전’을 전신으로 현재의 타이틀로 거듭나며 리얼 버라이어티 전성 시대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멤버들의 좌충우돌 소소한 에피소드는 물론, 무모한 듯 하지만 숭고한 도전으로 웃음과 감동을 주며 ‘국민예능’으로 큰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멤버들의 피로도 누적과 아이템 고갈, 일부 멤버 교체 과정에서의 힘겨운 레이스 지속으로 전성기 시절 동력을 잃으며 고군분투를 이어오다 결국 시즌 종영이라는 결단을 내리게 됐다.
‘무한도전’은 29일 마지막 "무한~도전"을 외쳤다. 이날 촬영에서 멤버들은 프로그램 종영 소감과 함께 핸드프린팅 등을 진행했다. 마지막 방송은 31일이다.
‘무한도전’ 종영 후 같은 시간대 후속 프로그램으로는 최행호 PD가 연출을 맡는 음악 퀴즈쇼가 편성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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