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영화는 현실을 뛰어 넘는다. 반대로 압도당할 때도 있다. 영화 ‘달링’ 속 이야기처럼.
‘폴리오 바이러스’로 전신이 마비된 남자 로빈 캐번디시(앤드류 가필드)와 그를 헌신적인 사랑으로 돌본 아내 다이애나(클레어 포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마냥 로맨틱하지 만은 않았던, 그러나 진정 살아 숨 쉬는 삶을 살았던 부부의 아름다운 실화가 봄의 극장가를 찾는다. 바로 ‘달링’(원제:‘브리드: 숨 쉬다’)이다.
영국과 아프리카를 오가며 무역에 종사하는 로빈은 비주얼뿐만 아니라 운동신경, 사교성도 뛰어나다.
그런 그에게 운명 같은 사랑이 찾아온다. 크리켓 경기 구경을 온 다이애나를 보고 첫 눈에 반한 것.
남자들을 울리기로 유명한 콧대 높은 미인인 그녀이지만 로빈에게만은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녀의 마음을 사는 데 성공한 로빈은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했다. 로빈이 폴리오 바이러스에 감염돼 전신이 마비되고 인공호흡기에 의지해 고작 몇 달 더 살 수 있을 거라는 시한부 선고를 받고 만 것.
영화의 진짜 이야기는 바로 이 때부터다. 로빈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긍정적인 성격과 아내의 헌신적 사랑, 그리고 친구들의 변함없는 우정 덕분에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다.
옥스퍼드대 교수인 친구 테디(휴 보네빌)의 도움으로 휠체어에 인공호흡기를 달아 집 밖으로 나가는 데 성공한 그는 중증장애자를 향한 세상의 관념을 깨고 이른 바 ‘로빈 휠체어’를 만들고 널리 보급하고자 한다. 독일로 건너가 의사들 학회에서 연설을 하기도.
특히 앤드류 가필드는 이번에도 놀라운 연기력을 선보인다. 러닝타임 대부분 동안 몸을 움직이지 않은 채 대사와 표정·눈빛으로 모든 걸 보여주는데, 당당함부터 좌절감, 그리고 행복감까지 주인공의 인생과 함께 변화하는 입체적인 감정을 섬세하고도 농도 짙게 표현해낸다.
그를 헌식적인 사랑으로 보필하는 아내 역할을
다만 절망을 이겨낸 인물, 감동 실화를 담은 영화가 가진 전형성과 단조로움을 크게 벗어나진 못 한다. 러닝타임 1시간 58분. 12세 관람가. 1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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