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지영 감독이 '수성못'을 대구에서 촬영한 이유를 밝혔다. 사진|유용석 기자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유지영 감독(34)은 영화 ‘수성못’을 두고 “실패에 관한 영화”라고 표현했다. 우울한 청춘의 현실을 그대로 담아내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수성못’은 유지영 감독의 20대를 투영했다.
‘수성못’은 유지영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이다. 대구에 위치한 수성못을 배경으로, 알바생 희정(이세영 분)이 수성못 실종사건에 연루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대부분 촬영은 유지영 감독의 고향, 대구에서 촬영했다.
“한 달 정도 대구에서 촬영했어요. 예전부터 대구에서 찍고 싶었어요. 그 장소만의 공기, 배경에서 오는 무드 등이 있잖아요. 대구는 제가 잘 아는 곳이고, 첫 영화는 제가 투영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모든 면에서 첫 영화는 제가 잘 아는 것에 대해서 하고 싶었고요. 잘 모르는 것보다 잘 아는 감정, 장소, 상황을 잘 어우를 수 있는 곳에서 잘 해보고 싶었어요.”
유지영 감독은 영화 속에 자신을 투영했다. 그는 “누구나 작업하는 분들은 자신의 그때그때를 투영한다”며 “‘수성못’을 찍을 때는 굉장히 우울하고 힘들었다. 저 역시도 20대 때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 모르겠더라. 열심히 노력하는데 실패했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온 느낌이다. 기회가 와도 저는 20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 운전자로 치면 지금이 훨씬 수월하고 순조롭고 경험도 많아졌다. ‘수성못’은 제 어두웠던 터널을 반영하고 있고, 밝게 그리는 건 위선이라고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수성못’은 20대의 우울한 현실을 이야기한다. 어느 영화처럼 확실한 해피 엔딩도, 확고한 메시지도 없다. 유 감독은 “어떤 메시지를 주려고 만든 건 아니다. 사회 풍경이나 개인의 내면 풍경을 관조적으로 관찰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주인공에 몰입해서 웃고 우는 게 아니라, 잊고 있던 20대를 ‘수성못’을 보면서, 거울 보듯이 느끼기를 바랐다는 것.
“저에게 영화는 개인 혹은 사회의 거울 같은 거예요. 50년 지나서 이 ‘수성못’을 꺼내봤을 때 대구의 젊은이들이 힘들 때도 있었구나, 사료처럼 보일 수도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억지로 밝은 엔딩이나 판타지로 끝내지 않았어요. 제가 좋아하는 영화들도 찝찝하지만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왜 실패할까. 왜 그렇게 됐을까를 영화에서 다루고 싶었어요. 그런 영화들이 가슴에 머릿속에 오래 남는 거 같아요.”
↑ 유지영 감독이 '수성못'의 메시지에 대해 언급했다. 사진|유용석 기자 |
독립영화는 감독의 주관적인 생각이 많이 들어간다. 유지영 감독은 자신이 쓴 ‘수성못’을 화면에 잘 구현해내기 위해 노력했다.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미대에 다닌 그는 미장센에도 신경을 많이 썼다. 배우들의 옷 색깔, 소품들도 하나하나 신경 써서 배치했다.
그는 “희정이는 붉은 색, 영이는 초록색이라고 생각했다. 자살클럽은 앙상블이 중요해서 캐릭터를 잡고 옷을 입혔다. 미술에도 신경을 많이 썼고, 촬영 구도도 신경을 많이 썼다. 촬영감독이 감각적인 촬영을 좋아해서 저랑도 잘 맞았다. 영화를 촬영할 때 빛과 그림자처럼 대비를 주기도 했다. 음악도 가사가 없는 걸 썼는데, 음악이 단순한 배경음악으로 사용되는 걸 원치 않았다. 배우가 영화 속에서 존재감을 드러내듯이 존재감을 드러내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수성못’은 답을 주지 않는 영화다. 유지영 감독은 “영화 안에서 답을 내리는 건, 결론을 내리는 건 가짜인 것 같다. 제가 좋아하는 차이밍량 감독님이 한 말씀이 있다.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면 상업영화, 개인의 문제를 궁금해하면 예술영화’라고 한다. 전 제 문제를 걱정하는 사람이다. 어느 것도 분명한 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유지영 감독은 `수성못`에 자신의 20대를 투영했다고 털어놨다. 사진|유용석 기자 |
“늘 변화하고 일상이 어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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