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在日)동포의 이야기를 한일 관객들이 좋아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가슴이 아파도 우리가 기록해야 할 역사라고 생각했습니다. 양국 관객들의 가슴에 제 진심이 닿길 바랍니다. -정의신 감독”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어떤 누군가는 점차 잊고 있는 중인 역사, 바로 재일(在日) 동포의 삶. 올해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선정된 ‘야키니쿠 드래곤’은 한 재일 동포가족의 치열하고도 애달픈 이야기를 따뜻하고도 진한 가족애로 풀어냈다. 매순간 포기하고 싶지만 그럼에도 오늘보단 나은 내일을 믿을 수밖에 없게 하는 힘, 그것은 결국 ‘가족’이다.
지난 3일 전주국제영화제의 개막식 날 공개된 영화는 베일을 벗는 동시에 평단과 영화인,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얻으며 웃음과 감동을 동시에 선사했다.
영화는 1970년 전후 오사카 박람회가 열리던 시대에 공항 근처 마을에서 곱창구이 집을 꾸려나가는 재일교포 가족과 그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공통의 트라우마가 있는 자이니치 마을의 한 가족과 이웃들의 삶 속에서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 이별하는 모든 과정을 떠들썩하게 받아들이는 인물들의 생생한 활력을 담아낸다.
어색한 듯 어색하지 않은 이들의 조합은 말 그대로 ‘가족’의 다면적 의미를 제대로 목도하게 한다. 핏줄로 핏줄이 아닌 형태로, 하지만 가족으로 묶인 이들은 서로 촘촘하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개별적이면서도 보편적인 삶의 형태를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이들이 마주하는 시대적 슬픔과 현실, 정체성의 혼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미래와 꿈 그리고 사랑. 이 가족을 보며 우리는 과거를 떠올리는 동시에 현재를, 그리고 어떤 미래를 맞이하고 만들어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 전체를 이끌어 가는 김상호의 묵직한 부성과, 뒤에서 그 상처를 아우르는 이정은의 뜨거운 모성은 말 그대로 완벽한 합을 이룬다. 전통적인, 그러나 보편적인, 그러면서도 그럴 수밖에 없는 타당함을 모두 갖추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두 배우의 서로
한편, ‘야키니쿠 드래곤’은 재일교포 극작가이자 연출가이며 시나리오 작가로도 유명한 정의신의 희곡이 원작이며 한국의 예술의 전당과 일본의 신국립극장이 공동 제작한 연극 ‘야키니쿠 드래곤’은 2008년 이후 한국과 일본에서 수차례 공연돼 다수의 상을 받은 바 있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