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괴하고도 재기발랄하고 독특하지만 묘하게 빠져든다. 말도 안 된다 싶다가도 어쩌면 진짜 그럴 수도 있겠다 싶고, 우울하고 찜찜하다가도 왠지 모를 시원함이, 그리고 이 롤러코스터와 같은 감정의 파동 뒤에는 결국 삶을 향한 근원적 애틋함이 밀려온다. 감독만의 개성 넘치는 몽상이 가득한, 처음 접하는 한국판 휴먼 호러 ‘나와 봄날의 약속’(감독 백승빈)이다.
지난 1월 로테르담 국제영화제에서 국내 영화로는 유일하게 타이거 경쟁부문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은 ‘나와 봄날의 약속’이 전주영화제를 통해 국내 관객들과 만났다.
개막 둘째 날인 4일부터 상영되기 시작한 영화는 매회 대부분이 매진이었고 독특한 소재와 강하늘 김성균과 같은 화려한 라인업으로 특히 젊은 층의 뜨거운 관심과 지지를 한 몸에 받았다.
영화는 지구 종말을 하루 앞두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들이 나름대로의 이유로 네 명의 인간을 선정해 찾아가 평생에 잊지 못할 생일 선물을 선사하는 미스터리 휴먼 드라마.
결말에 대한 감독의 메시지가 다소 불친절하거나 이를 전달하는 방식이 낯설게 느껴질 수 있지만, 사실 이 작품은 메시지의 해석보다도 독특한 상상력, 압도적인 미장센, 기존의 한국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독특함만으로도 93분의 러닝타임을 박진감 넘치게 즐기기에 충분하다.
미스터리한 존재, 그리고 선택받은 인간들로 분한 이혜영 김성균 강하늘 장영남 그리고 신예 이주영 김소희가 만들어내는 앙상블 역시 탁월하다.
다만 작품 마지막에 합류했다는 강하늘의 촬영 분으로 인해, 다소 긴 제작기간으로 인해 작품 편집이 바뀌었다기에, 이전 버전에 대해 궁금치 않을 수 없다. 강하늘로 시작해 강하늘로 마무리되는 안정적인 플롯이 어쩐지 작품 속 나열된 거친 독창성이 돋보이는 날것의 에피소드들과는 썩
한편, 영화는 한국아카데미 장편 프로젝트로 제작된 ‘장례식의 멤버’로 당시 각종 시상식을 휩쓸며 혜성같이 등장한 백승빈 감독을 필두로 아카데미 출신 제작진들이 모여 패기 만든 패기넘치는 에너지틱한 작품으로 업계의 관심과 응원을 한 몸에 받았다. 올해 상반기 개봉 예정. 러닝타임 93분.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