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우먼 이영자의 에피소드에 세월호 참사 보도 화면을 편집해 삽입한 MBC 예능 프로그램 '전지적 참견 시점'에 대한 시청자들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 제작진과 방송사의 두 차례에 걸친 사과도 시청자들의 충격과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하고 있다.
논란이 된 장면은 지난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 시점'에서 그려진 이영자의 '몰래 먹방' 에피소드다. 해당 전개를 뉴스 형식으로 편집해 방송한 과정에서 "'속보' 이영자 어묵 먹다 말고 충격 고백"이란 자막이 등장한 장면에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전파를 탄 뉴스 보도 장면이 흐리게 처리돼 삽입된 것.
특히 '어묵'과 관련된 에피소드에 세월호 참사 보도를 사용했다는 점에서 '일베' 논란도 거세게 일고 있다. 과거 인터넷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 회원 중 일부가 '어묵' 단어를 사용해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한 사례가 있기 때문. 굳이 4년 전 뉴스 장면을 편집해 사용했다는 점 역시 의도한 것 아니었느냐는 의혹도 고개를 들고 있다.
논란이 되자 '전지적 참견 시점' 제작진은 "모자이크로 처리돼 방송된 해당 뉴스 화면은 자료 영상을 담당하는 직원으로부터 모자이크 상태로 제공 받은 것으로, 편집 후반작업에서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송에 사용하게 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쳤습니다. 이 점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과 함께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고 밝혔다.
제작진은 "해당 화면은 방송 중 관련 사실을 인지한 뒤 곧바로 모든 VOD 서비스를 비롯한 재방송 등에서 삭제 조치하였습니다"라며 "해당 화면이 선택되고 모자이크처리되어 편집된 과정을 엄밀히 조사한 후, 이에 합당한 책임을 지도록 하겠습니다. 또한 앞으로 자료 영상은 더욱 철저히 검증하여 사용하겠습니다"고 강조했다.
방송사 차원의 사과도 이어졌다. MBC 측은 "지난 5일 방송된 ‘전지적 참견시점’ 방송 내용 중 세월호 관련 뉴스화면이 사용된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본사는 긴급 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겠습니다. 또한 관련자의 책임을 묻고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재발방지책을 강구하겠습니다"라고 전했다.
MBC는 특히 "지난 해 12월 정상화 이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과거 왜곡 보도를 반성하고 세월호 유가족 여러분께 사과드린 바 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이런 사건이 발생한 것에 대해 매우 죄송스럽고 참담한 심경입니다"라며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 여러분과 시청자 여러분께 깊이 사과드립니다"고 덧붙였다.
MBC는 그동안 여러 차례 '일베' 논란에 휩싸여왔다. 2013년 12월 방송된 '기분 좋은 날'에서 유명 화가 밥 로스의 사연을 소개하던 중 밥 로스의 사진 대신 일베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비하하기 위해 만든 합성 사진을 사용한 사건, 2015년 4월 '뉴스데스크'에서 러시아 월드컵 공식 엠블럼 대신 일베 합성 이미지를 사용한 사건, 2017년 9월 '뉴스투데이'에서 방탄소년단 보도 도중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실루엣을 사용한 등의 사건이다.
이번 '전지적 참견 시점' 논란 역시 이의 연장선으로 볼 법한 사건이다. MBC가 내놓은 공식 사과문에 드러난 것처럼,
제작진의 반성과 해당 이미지 1차 선택자에 대한 발본색원은 당연히 필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말 뿐이 아닌, 제대로 된 재발 방지다.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