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조진웅 “배신 때린 ‘독전’, 다 끝나니 시작”

↑ `독전`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낸 조진웅. 제공| NEW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현정 기자]
“그래서 어쩌실 건데요?”
영화 ‘독전’을 마친 배우 조진웅(42)은 여전히 뜨거웠다. 아니, 오히려 한층 더 뜨거워져 있는 듯 했다.
“답이 명확한 영화로 알고 신나게 뛰어 들었는데 막판에 제게 이런 질문을 던지다니요. 다 끝났다 싶었더니 새로운 시작이라니요. 이런 배신이 또 어디 있어요? 영화 속 원호에게도, 나 조진웅에게도.”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조진웅은 여느 인터뷰 때와 마찬가지로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미소 그리고 서글서글한 손짓으로 취재진을 맞이했다. 언제 봐도 기분이 좋은, 부드러우면서도 신뢰감이 드는 그만의 기운이다.
첫 질문이 나오기도 전에 “영화 어떻게 봤냐고요? 또 그 민망하고 어려운 질문 하실거죠?”라며 재치 있게 선수를 치는 그였다. 조진웅은 “시나리오를 보자마자 너무 후루룩 넘어가는, 막힘이라곤 전혀 찾아 볼 수 있는 명확하고도 살아 있는 이야기라 망설임 없이 선택했다. 감독님의 열정과 배우들의 진심, 기막힌 팀워크까지 이보다 더 완벽한 현장이란 없었다”며 운을 뗐다.
“‘독전’은 기존 범죄극에서 봐 온 비슷한 구조를 지녔지만 뭔가 달랐어요. 비슷한 듯 전혀 다른 그 지점들이 재미있더라고요. 원작이 있는 줄도 모르고 시나리오 자체에 이미 매료돼 선뜻 하기로 했는데 주변에서 굉장한 원작이 있다고 해 ‘아차!’ 싶었죠. 그때부터 부담스러워서 일부러 원작을 안 봤어요. 제 자신보다도 감독님과 제작진을 믿었죠.(웃음)”
’독전’은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실체 없는 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는다.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 분)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 분)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 분)이 나타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故 김주혁 분)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 분)을 만나게 되는 원호. 그 실체에 대한 결정적 단서를 잡은 그는 살벌하고도 치열한 추적 끝에 전혀 상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된다. 2013년 작 홍콩영화 ’마약전쟁’(감독 두기봉)을 이해영 감독이 리메이크했다.
“모든 독하고도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들이 쉴 새 없이 등장해 얽히고 섞여 미친 듯이 달리다 보면 결국 엔딩과 마주하게 되는데, 그 열린 결말에 대해 어떤 관객분들은 배신감을, 어떤 분들은 복잡 미묘한 무언가를 느끼게 되실 거예요. 저의 경우는 두 가지를 모두 느꼈는데 그것이 바로 제가 관객과 나누고 싶은 부분이에요.”

↑ 조진웅은 `독전`이 묘한 여운을 남긴 작품이라고 말했다. 제공| NEW

인터뷰 내내 작품에 대한 깊은 애정과 알 수 없는 고민, 고뇌 그리고 어떤 여운이 느껴졌다. 그는 “분명 다 알고 갔는데 다 끝내고 나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더라. 뭔가 굉장히 몽롱한 여운을 느꼈다고나 할까? 끝나다고 생각한 순간, 내게 생각지도 못한 강렬한 질문을 던진 잊을 수 없는 작품”이라고 털어놓았다. 오랜 배우 생활 동안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형언불가의 오묘한 경험이란다.
“나야말로, 배우 그리고 인간 조진웅은 ‘무엇 때문에 가는가?’ ‘행복한 적은 있었는가?’에 대한 무상한 질문이 뒤통수를 쳤어요. 개인적으로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뭔가를 생각하게 하는, 예상치 못한 반전의 작품이에요. 너무 오래 하면 안 될 고민이지만 분명 한 번쯤 되짚고 가야할 질문을 던지더라고요. 그 지점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어요. 예상했던 범죄 오락극과 색깔이 달라 배신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을 하고 있는 중이에요. 생각이 꼬리를 물고 또 다른 생각을 하게 하는데…묘~하네요 정말, 하하!”
이어 ‘독전’을 두고 “던져놓으면 혼자서도 잘 살 것 같은데, 왠지 내가 쉽게 보내기가 싫은 작품”이라고 했다.
“전작 ‘해빙’이라는 영화는 정말 어렵게 태어나서 오랜 기간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관객들에게 선보일 때 쯤 제 뒤에 너무 바들바들 떨며 숨어 있어서, ‘부끄러워하지 말고 나와~이리 와’라고 조심스럽게 선보였다면 ‘독전’은 뭔가 미워할 수 없는 반항아 같은 느낌이랄까요? 던져놓으면 혼자서도 잘 살 것 같은데 왠지 보내기가 싫은, 스스로 숨지는 않지만 알고 보면 되게 여리고 외로운, 그런 존재로 남을 것 같아요. 어떤 작품이든 제게 소중하지 않은 건 없으니까요.”
‘독전’에는 원호를 중심으로 마치 ‘도장깨기’ 하듯 강력한 캐릭터들이 등장하는 것은 물론, 캐릭터 간 얽히고설킨 관계까지 그려져 팽팽한 긴장감을 조성한다. 범상치 않은 캐릭터만큼이나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들이 이어지며 전개되는 탄탄한 스토리는 관객들의 몰입감을 극대화시킨다.
지난 22일 개봉해 관객들과 만나고 있다. 15세이상관람가, 러닝타임 123분. (인터뷰②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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