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독전` 이해영 감독은 고(故) 김주혁에 대한 애정과 존경, 그리움을 보였다. 제공| NEW |
(인터뷰①에 이어)‘감독 이해영의 재발견’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영화 ‘독전’을 통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색깔을 보여주는 데 성공한 이해영 감독(45). “스스로 상당한 용기가 필요했던 ‘독전’, 모든 것이 좋았다”는 그는 함께 작업한 배우들에게 각별한 애정을 보였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이해영 감독은 영화의 흥행에 대해 “이런 경험은 처음이라 낯설다. 일단 함께 한 배우들이 너무 좋아하고 신나하니 기쁘다. 흥행 스코어도 참 중요한 거라는 걸 새삼 느낀다”며 수줍게 웃었다.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영화 ’독전’은 언론시사회 이후 ‘한국 범죄극의 신세계를 열었다’는 호평을 받은데 이어 개봉 5일만인 26일 100만 관객을 돌파하며 대중성도 인정 받았다.
“‘독전’은 범죄 액션이라는 장르 안에 있지만 ‘캐릭터 무비’를 지향하며 만들었다”는 그는 “독하고도 다양한 캐릭터가 쉴 새 없이 등장하는데 저마다 살아 숨 쉬도록 온 힘을 기울였다. 영화를 감상한 관객들이 그 어떤 이야기보다 캐릭터에 대한, 배우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류준열, 조진웅, 고(故) 김주혁, 차승원 등 모든 배우들이 저마다의 역할을 기대 이상으로 잘 해줬다. 감독으로서 이런 배우들과 작업을 할 수 있다는 건 크나큰 영광이다. 오히려 내가 배우는 게 정말 많았다. 그들에게도 내가 어떤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랄 뿐”이라며 고마워 했다.
배우 한 명 한 명에 대해 놀라웠던 점을 들려주는 이 감독. 무엇보다 배우들에 대해 이야기할 때 가장 밝고 진지하면서도 행복한 미소를 짓는 그였다.
먼저 ‘락’을 연기한 류준열에 대해서는 ‘굉장히 귀한 캐릭터’라고 했다. 이어 “류준열은 귀한 느낌의 이미지를 가진 배우라고 생각했다. 그가 갖고 있는 묘한 아우라가 있다. 사람이 사람을 봤을 때 한 번에 탁 읽히는 사람이 있지 않나. 준열이는 그렇지 않다. 그 아이를 보면 읽어야 할 것이 몇 겹은 더 있는 느낌이다. 그리고 그런 것을 표현하기에 좋은 연기력을 갖췄다고 생각했다”고 칭찬했다.
“어떻게 보면 준열이의 연기에 제가 오히려 의존을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완성된 배우로서의 어떤 게 이미 갖춰진 배우랄까요? 질문이 정말 많은 친구인데 그것이 굉장히 날카롭고도 깊고 넓어요. 보통 이 정도 경력의 젊은 청년은 딱 자기 캐릭터만 보는 게 일반적인데 이 친구는 보다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동시에 그 안의 디테일도 잘 꿰뚫어보더라고요.”
‘연기신’ 조진웅은 또 어떠했을까. 이 감독은 “배우 조진웅은 설명이 필요 없는 명배우지만 무엇보다 인간 조진웅을 사랑한다. 그것이 그만의 대체불가의 힘”이라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조진웅은 인간적으로도 배우로서도 모두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강력한 힘이 있어요. 이 사람이 발산해내는 감정적인 에너지나 그 분위기가 너무 좋아서 그것을 조금이라도 놓칠까봐 노심초사하며 촬영에 임했죠. 그의 좋은 감정의 순간을 제가 혹시나 놓칠까봐서요. 워낙 경험이 풍부해 무엇이든 능수능란하고 위기에 직면해도 엄청난 순발력을 발휘하죠. 융통성이 있으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리더십이 있고 카메라 앞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흘러요. 이미 좋은 선배, 배우, 사람이지만 앞으로 더 좋은 이가 되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 유작 `독전`에서 카리스마를 발산한 고(故) 김주혁. 제공|NEW |
“‘독전’의 시나리오를 ‘공조’ 개봉 전에 드렸는데 그래서 악한 모습에 대해서는 전혀 보지 못한 상태였어요. ‘비밀이 없다’에서 본 어떤 가능성에 호기심을 갖고 그것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싶다는 생각에 출연 제안을 했는데 ‘공조’에서 너무나 잘 하시더라고요. 과연 내가 그 이상을 끌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됐는데 너무나 많은 걸 보여주셨어요. 그의 배우로서의 한계는 정말 끝이 없는 것 같아요. 그 강렬한 순간을 우리 모두가 기억하고 있죠.”
이 감독은 “형은 첫 촬영 전까지 우리 모두에게 정말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고 숨겼는데 정작 본인은 그렇게 걱정을 하진 않더라. ‘카메라 앞에 서면 뭔가 되겠지’하는 믿음이 있는 것 같았고 그것은 가히 상상불가의 영역이었다”고 연신 놀라워 했다.
그러면서 “첫 컷을 찍을 당시 모두가 압도당하는 느낌을 받았다. 조진웅 배우는 지금도 그 공기가 너무 생생해 많은 이야길 한다. 나 역시 잊을 수 없다”며 그리움에 잠기기도 했다. 이 감독은 “형은 내게 어떤 질문을 많이 남긴 사람이다. 배우와 함께 만들어가는 작업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많이 주신 분”이라며 “삶을 대하는 태도에도 큰 영향을 줬다. 거대한 프레임을 만들어 준 분”이라며 거듭 존경심을 드러냈다.
차승원에 대해서는 “감독의 통제에서 가장 자유로운 배우였다. 완성된 캐릭터가 아닌 채워갈 여지가 많이 남아 있는 백지 같은 상태로 함께 했기 때문에 함께 완성시켜 나갔다. 그의 번뜩이는 아이디어에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했다.
이와 함께 “주혁이 형과 반대로 차승원 배우는 이미 촬영 전부터 너무 많은 걸 보여주셨다. 항상 모든 걸 오픈하셔서
’독전’은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 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극으로 조진웅, 류준열, 고 김주혁, 차승원, 김성령 등이 열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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