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립진 않으세요? 전…그냥 한 명의 관객인데도 그립던데요. 유종의 미라기 보단…이상하게 더 보고 싶어지던 걸요.”
“네, 그렇죠. 정말 너무나 그립죠. 그 형이 제게 어떤 사람인데요…아마 모두가 기억할겁니다. 영광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는 것에.”
이해영 감독의 솔직하면서도 유쾌한 입담 덕분에 인터뷰 내내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故김주혁의 이야기에 이 감독은 말을 잇지 못했다. ‘하아...’ 천장을 바라보며 한 숨을 깊이 들이쉬고 내신 뒤 애써 미소를 지으며 “보고 싶다”는 말만 되풀이 하는 그였다. 우리 모두는 여전히 ‘그’가 그립다. 영화 '독전'을 보고 난 뒤라면 그 그리움은 더 커질 게 분명하다.
‘어벤져스 : 인피니트 워’의 신드롬에 이어 ‘데드풀2’로 이어지는 마블 핵풍을 제대로 꺾어버린 영화는 아시아를 지배하는 유령 마약조직의 실체를 두고 펼쳐지는 독한 자들의 전쟁을 그린 범죄 액션. 조진웅, 류준열, 김성령, 박해준이 가세했고 차승원, 고(故) 김주혁이 특별출연해 진정 ‘기 막히는 케미’를 보여준다.
탁월한 캐스팅뿐만 아니라 “오로지 새로운 걸 만들고 싶다는 생각에 안 썼던 뇌 근육을 모두 썼다”는 감독의 남다른 포부처럼 영화는 그동안 숱하게 만나 온 흔한 범죄극과는 완전히 결을 다르게 한다. 그리고 요소마다 딱 한 끝씩 차별화 된 그 결들이 모여 결국엔 전혀 새로운 웰 메이드 범죄 극, 아니 완벽한 ‘캐릭터 무비’로 완성됐다.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의문의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는 위기에 처한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을 만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김주혁)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을 찾게 된다. 결정적 단서를 잡은 그는 살벌하고도 치열한 추적 끝에 전혀 상상치 못한 진실과 마주하게 되는데 마치 ‘도장깨기’ 하듯 강력한 캐릭터들의 연이은 등장은 이 영화의 가장 매력적인 관전 포인트. 캐릭터 간 얽히고설킨 관계는 생생하고도 이색적으로 그려져 있고 이들 사이에 도는 팽팽한 긴장감과 공포감은 끝에 다다를 때까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그는 마약에 쩐 거물 진하림을 자신 만의 색깔로 완벽하게 소화해낸다. 등장부터 오묘한 카리스마와 공포심을 일으키는 그는 소름끼치는 중독 상태의 모습과 어딘가 희화화된, 그러면서도 무슨 일을 저지를지 몰라 주목할 수밖에 없는 공포심을 지녔다. 여기에 김주혁이라는 사람이 가진 특유의 색깔이 곁들어져 이유 모를 짠한 감성을 자극한다. 인간 김주혁과 배우 김주혁이 아주 오묘한 비율로 뒤섞여 그가 등장하는 모든 씬 내내 오감은 매료당하고야 만다.
그래서일까. 영화가 끝난 뒤 작품에서 느껴지는 여운의 강렬함만큼 그에 대한 그리움 역시 짙다. 그의 스펙트럼을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로 물오른 연기력에 다음 작품이 없다는 게 새삼 더 안타깝게 느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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