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정희 역으로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배우 오나라. 사진ㅣ유용석 기자 |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는 참으로 사람 내음 가득했다. 우리 곁에 평범하게 살아 숨쉴것만 같은 인물들의 이야기에 시청자들은 울고 웃었다.
‘나의 아저씨’의 호평에는 배우들의 호연이 있었다. 그리고 배우 오나라(41)는 ‘나의 아저씨’ 속 정희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스님을 사랑한 여자’ 정희는 ‘나의 아저씨’ 속 후계동 사람들의 안식처 ‘정희네’의 사장이자 자신의 가게를 찾아오는 이들에게 위로받는 여린 인물이었다.
‘나의 아저씨’는 종영했지만 ‘나의 아저씨’ 애청자들은 드라마 속 사람들의 이야기가 계속되고 있을 것 같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나라 역시 “‘나의 아저씨’ 그룹 채팅방이 있다. 아직도 대화가 끊이질 않는다. 아직까지 ‘나의 아저씨’가 계속 되고 있는 것 같다”며 웃었다.
정희가 운영하는 ‘정희네’라는 공간은 시청자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주요 포인트였다. 오나라는 “시청자들이 ‘정희네’라는 공간을 참 좋아해주셨다. 어디에도 있을 것 같지만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공간”이라며 “그래서 주변에 있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더욱 사랑해주신 것 같아 감사하다”고 말했다.
오나라에게도 ‘정희네’ 같은 장소가 있었을까. 그는 “실제로 가까운 지인이 그런 곳을 운영해 자주 가곤 했다"며 말했다. “많은 사람들과 그 공간에서 만났어요. 삶에 찌든 분들,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분들이 모이는 곳이었어요. 연이 되고, 친구가 되고. 얼마 전에 문을 닫았는데 너무 아쉬워요. 다시 하라고 지인에게 부탁하는데 엄두가 안 나는 것 같아요. 청춘을 하얗게 불태운 곳이어서.”
사실 ‘나의 아저씨’의 시작은 좋지 못했다. 출연 배우 오달수가 성추행 논란으로 하차했고, 그 자리에 후임으로 박호산이 들어오면서 제작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 방송에 폭력과 도청 장면이 등장하며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 오나라는 `나의 아저씨`의 논란에 시청자들이 진심을 알아줄 것이라 믿었다. 사진ㅣ유용석 기자 |
“정말 답답했어요. 그래도 진심을 알아줄 거라고 믿고 연기했어요. 배우들끼리도 ‘동요하지 말자’, ‘우리가 보여주려고 한 것들을 뚝심을 갖고 해보자’라고 서로 다독였고요. 오해가 풀리고 유종의 미를 거둔 것 같아요. 논란이 없었다면 더 잘 되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있긴 해요.”
‘나의 아저씨’를 본 사람이라면 정희를 떠올리며 함께 떠올릴 노래가 있다. 바로 ‘백만송이 장미’다. 정희의 테마곡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오나라는 “‘파블로프의 개’처럼 그 노래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눈물이 흐른다”고 말했다.
“‘백만송이 장미’를 떠올리면 다들 심수봉의 ‘백만송이 장미’를 생각하잖아요. 저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묵직한 남자의 목소리로 ‘백만송이 장미’를 들으니 막 가슴이 뜨거워지더라고요. 첼로 활이 제 배를 훑고 지나가는 것 같은 강렬한 느낌을 받았어요.”
정희와 겸덕의 사랑 이야기에 대한 관심도 대단했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길래 정희는 홀로 남고 겸덕은 스님이 됐는지에 대해 다양한 추측이 생겼을 정도. 오나라는 “작가님께 여쭤봤는데 겸덕이 스님이 된 이유는 운명이었다. 많은 스님들이 운명처럼 끌려가서 스님이 된다고 하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20대에 불같이 사랑했던 남자가 갑자기 스님이 됐다는 것에 정희는 정말 큰 충격을 받았을 거예요. 눈에 안보이거나 죽었으면 체념이라도 할텐데 살아있으면서 잡을 수가 없잖아요. 촬영하면서 한 번이라도 겸덕이를 만지고 싶었어요. 정희는 안아주고 싶었는데 스님이라는 이유로 다가갈 수 없으니까. 갖지 못하는 슬픔이 컸죠.”
스님을 사랑한 여인. 연기하기에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는 역할이다. 오나라는 “‘나의 아저씨’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고
“시놉시스에 정희의 설명이 4줄 정도로 짧았어요. 출가한 스님을 사랑하는, 몇줄 짜리 안 되는 캐릭터 설명을 보고 ‘이걸 정말 해야겠다’ 생각했죠. 어렵겠지만 해보자. 도전정신이 들었어요. 향후 10년 동안은 스님을 사랑한 역할은 안나올 것 같아요. 이런 캐릭터를 누가 한 번 할 수 있을까요.”(인터뷰②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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