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독전`의 발견으로 꼽히는 배우 진서연. 사진 | 강영국 기자 |
부끄러움이 많고, 관심 받는 게 무서워서, 누군가의 시선이 민망하고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어려웠던, 그래서 혼자 공상을 즐기고 대사를 짓고 상상 속 연기를 펼치는 게 행복했던 소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나 대단한 인기, 이름값을 높이는 데는 관심이 없는, 그럼에도 연기가 너무 좋아 용기를 낼 수밖에 없었다는, 그리고 지금, ‘독전’의 가장 값진 발견이 된 배우 진서연(35)이다.
영화 ‘독전’(감독 이해영)이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가운데 최단 기간 300만 관객을 돌파하며 흥행 중인 가운데 기존에는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이고도 강력한 캐릭터로 제대로 존재감을 빛낸 그. 갑작스러운 스포트라이트와 극찬 세례가 “그저 황당하다”며 얼떨떨해 하는, 당당하고도 천진난만한 미소를 지닌 진서연이었다.
“‘맡은 바 최선을 다해 함께 하는 배우 분들께 피해만 되지 말자’라는 생각으로 죽기 살기로 임했다”는 그는 “사실 ‘보령’ 캐릭터는 얼마나 더 비호감이냐 덜 비호감이냐, 얼마나 편집 되냐의 지점이었다. 지금의 뜨거운 반응은 감히 생각지도 못했다. 너무 센 수위로 인해 감독님도 미안해 하셨고 비호감으로 낙인 찍혀 배우 생활이 끝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좋더라”라고 털어놓았다.
영화는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 실체 없는 적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았다. 의문의 폭발 사고 후 오랫동안 마약 조직을 추적해온 형사 ‘원호’(조진웅 분)의 앞에 조직의 후견인 ‘오연옥’(김성령 분)과 버림받은 조직원 ‘락’(류준열 분)이 나타나고, 그들의 도움으로 아시아 마약 시장의 거물 ‘진하림’(故 김주혁 분)과 조직의 숨겨진 인물 ‘브라이언’(차승원 분)을 만나게 된다. 살벌하고도 치열한 추적 끝엔 상상치 못한 진실이 기다리고 있다.
진서연은 하림의 연인 보령 역을 맡아 지금껏 한국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하고도 강렬한 마성의 매력으로 그 어떤 배우 못지 않은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다.
“‘보령’ 역은 제게 굉장히 복합적인 의미를 지닌 캐릭터예요. 제일 어려웠고 고통스러웠고 힘들었지만 너무 사랑했고 행복했고 흥분됐던. 촬영하다 고민이 돼 촬영을 멈추기도 하고 감독님과 대화를 정말 많이 했어요. 수위가 쎄서 내부적으로도 편집을 어디까지 하고 어떻게 보령을 완성할지 논의가 많았고요. 워낙 참고할 한만 캐릭터가 없는 난해하고 새로운 인물이라 준비 과정부터가 험난했는데… 배우생활이 이대로 끝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까지 했기에 어떤 의미로든 그동안의 한을 다 풀겠다는 각오로 연기했어요.”
↑ 연기를 너무 사랑한다는, `독전`의 신스틸러 진서연. 사진 | 강영국 기자 |
“극 중 저와 즐겁게 얘기하고 교감하는 캐릭터는 사실상 진하림 밖에 없어요. 보령에게 자신과 하림 빼고는 다 종이인형과 마찬가지니까. 선배와 얘기를 많이 하고 친하게 지내려 했는데 워낙 말씀이 없으시고 샤이한 분이셔서…(웃음). 사실 재밌는 분이시잖아요. 툭툭 던지는 개그가 깨알같이 웃기고 상대방을 편안하게 하는 특유의 힘이 있으세요. 무엇보다 카메라가 돌아갈 때 그 무한한 에너지라든가 상대 배우를 빛날 수밖에 없게 만드는 포근하면서도 자유분방한 리액션이랄까요? 딱 첫 신을 함께 하고 난 뒤부터는 선배만 믿고 마음껏 연기할 수 있었죠.”
웬만한 담대함, 용기로는 쉽게 도전하고 성공시킬 수 없을 것만 같은 캐릭터. 그걸 너무나 넉살 좋게 해낸 그이지만 사실 이렇게 되기까지 무수히 자신과의 싸움을 해야 했다고. 동덕여대 방송 연예과를 졸업한 그는 졸업할 때까지도 배우의 꿈을 감히 꾸지도 못했단다. 그는 “가장 많이 들었던 말이 ‘동기들은 저렇게 잘 나가는 데 넌 뭐하냐’는 말이었다. 사실 극도로 내성적인 성격이라 연기는 사랑했지만 내가 배우로서 남들 앞에서 무언가를 한다는 것에 두려움이 컸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고 대중적 스타가 되기보단 어떻게든 연기를 하고 싶었다”면서 “어느 지점부터 자연스럽게 내 중심을 잡고 휘둘리지 않고 연기에 대한 애정을 잘 지켜가니 나름대로의 길이 보이기 시작하더라”라고 고백했다.
“지나고 나서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 혼자 즐겨 했던 공상들이나 성찰, 주변을 관찰하던 많은 것들이 도움이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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