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들은 아이들과의 야속을 지키기 위해 산단다. -영화 ‘아일리’ 슐레이만 대사 중”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할까 생각했다. 가능했다. 모든 게 믿기지 않아 더 감동적이고 더 가슴 먹먹한 이야기, 영화 ‘아일라’다.
한국전쟁 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터키 군인 슐레이만(이스마일 하즈오울루)과 5살 고아 아일라(김설)의 피보다 진한 인연을 담은 ‘아일라’가 오는 21일 관객들의 가슴을 파고든다.
터키‧한국 수교 60주년 기념으로 양국이 공통 제작한 영화는 총성이 빗발치고 순식간에 사람이 죽어나가는 전쟁터에서 피어난, 국적과 언어를 초월한 진한 정을 다룬다. 이 생경하고도 판타지와도 같은 이야기가 모두 실화라는 사실에 감동과 여운은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부모님을 눈앞에서 잃고 전쟁으로 인한 각종 폭력과 아픔으로 마음을 닫아 버린 아일라는 슐레이만의 진심과 사랑 속에서 점차 마음을 열고 삶의 희망을 품게 된다. 그리고 그립고도 그리웠던 존재, 슐레이만과 마주하고야 만다.
실제로 아일라를 끝까지 터키로 데려가려고 했던 슐레이만 씨는 60년 만에 아일라(본명 김은자)와 재회했고, 이 모든 내용은 MBC 다큐멘터리 ‘아일라-푸른 눈의 병사와 고아 소녀’편을 통해 공개된 바 있다. 마치 판타지적 휴머니즘일 것만 같은 두 사람의 모습이 스크린을 꽉 채우는 순간 관객은 눈으로 가슴으로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다.
’응답하라 1988‘ 진주로 얼굴을 알린 김설은 이번 작품을 통해 놀라운 가능성을 입증한다. 전쟁의 고통 속에서 마음을 닫아버린, 하지만 슐레이만과의 진심 어린 소통을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모습을 진실 되게, 그러면서도 노련하고도 입체적으로 표현해낸다. 그 앙증맞고 맑은 미소 뒤 내제된 깊이 있는 연기력에 감탄하지 않을 이는 없을 것이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