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따뜻한 법정과 판사가 있다니 그래도 살 만한 세상이다. 현실을 꼬집는 날카로운 통찰력은 깊은 울림을 줬다.
18일 방송된 JTBC 월화드라마 ‘미스 함무라비’(연출 곽정환, 극본 문유석, 제작 스튜디오앤뉴) 8회에서 스트레스로 우울증에 걸린 직장인의 소송과 양육권 항소 소송이 진행됐다. 각기 다른 사건이지만 우리 사회의 단면을 돌아보게금 하는 에피소드였다.
직장 스트레스로 자살을 시도한 이영수의 부모는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영수의 일기를 바탕으로 조정은 열렸고, 일기 속엔 1등 기업을 향한 회사의 만행부터 부모의 엇나간 사랑까지 그간의 말 못한 고통이 고스란히 기록돼 있었다.
임바른(김명수 분)은 “타인의 내면을 읽는다는 게 더 힘들다”며 괴로워했다. 그는 ‘집안의 기대’라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왔기에 부모의 성화에 원치 않았던 삶을 살았던 이영수에게 공감하고 있었다. 자신의 일처럼 사건을 바라본 임바른은 “여기 계신 모든 분이 공범입니다”라고 말하며 회사엔 재판으로 책임을 가릴 것이라고, 가족들에겐 이영수의 고통을 함께 짊어지게 될 것이라며 진정성 있는 판결을 내렸다.
양육권 항소 소송도 열렸다. 고아로 자란 원고가 가정을 지키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 이 악물고 돈을 모으는 것이었지만 정작 가족들 곁에는 없었다. 결국 외롭게 방치됐던 아내의 외도로 이혼을 하게 됐다. 가족에 대한 남다른 애착이 있는 원고는 시골에서 과수원을 하며 아이들과 함께 살기 위해 양육권 항소 소송을 열었다. 그 모습을 보며 한세상(성동일 분)은 “아무 잘못 없는 남편이 왜 애를 뺏겨야 하나”라며 진심으로 안타까워했다.
하지만 한세상은 아빠를 마냥 기다려주지 않는 아이들의 시간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시골에 가서 사는 건 원고의 꿈일 뿐 아이들의 꿈이 아닌 것이다. 이에 한세상은 “원고 미안합니다. 원고의 고통 때문에 아이들의 세계를 지켜줄 마음의 여유까지 잃은 것 같다. 법이 원고에게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그저, 법보다 현명한 시간의 힘이 가정의 상처를 치유해주길 바랄 뿐”이라며 같은 아버지로서 뭉클한 판결을 내면서 항소를 기각했다.
각기 다른 사건 속엔 부모의 엇나간 사랑이 있었다. 지나친 사랑은 치명적인 독이고, 일방적인 사랑은 아이들의 세계를 배려하지 않는다. 박차오름은 두 사건이 마무리가 된 후 홀로 오열했다. 곁에 있는 엄마를 하루하루 잃어가고 있는 박차오름은 최소한 죽도록 사랑해주는 부모가 옆에 있는 아이들이 부럽기만 할 뿐이었다. 박차오름의 가슴 아픈 눈물은 시청자들을 울렸다.
이날 방송은 무엇보다 ‘민사 44부’의 공감력이 빛났다. 재판 후 부러움의 눈물을 흘리던 박차오름, 이번만큼은 자신의 일처럼 몰입했던 임바른, 같은 아버지의 마음으로 현실적인 조언까지 아낌없이 전한 한세상까지. 냉정하게만 느껴졌던 판사의 틀을 깨고 인간미 넘
한편, 평범한 시민부터 재벌까지 맞닿아있는 전관예우 문제를 펼쳐낼 ‘미스 함무라비’ 9회는 오늘(19일) 밤 11시 JTBC에서 방송된다.[ⓒ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