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어화’(2016) ‘골든슬럼버’(2018) 그리고 ‘인랑’(2018)까지. 매번 새로운 변신을 꿰하려 부단히 노력 중인 그녀이지만 대중에게는 썩 와 닿지는 않는 모양이다. 선보이는 작품마다 흥행 성적은 민망하고 연기에 대한 반응마저 미지근하다. 배우 한효주를 두고 하는 말이다.
2004년 MBC 시트콤 ‘뉴 논스톱5’으로 배우로 데뷔해 어느새 14년차 톱스타의 반열에 오른 그녀다. 단아하고도 깨끗한 이미지, 어떤 역할에도 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작품 속으로 녹아들어 ‘안정적인’ 연기를 펼치는 그녀의 성장 속도는 진정 눈부셨다. 특히 사극과 멜로에서는 그녀의 외모적 강점과 이 같은 안정감이 큰 장점으로 작용해 또래 배우들 가운데서도 편안하면서도 신뢰를 주는 배우로 각광 받았다.
하지만 보다 뚜렷한 개성, 확실한 색깔과 높은 완성도를 요하는 스크린의 경우는 그녀의 이 같은 특성이 꼭 장점만은 아니었다. 때때로 안정감은 지루함으로, 편안함은 도전의식이 다소 결여된 게으름으로 보였던 것도 사실. 스스로도 자각했기 때문일까. 최근 그녀의 작품들을 보면 점점 더 과감해지고 입체적이다. 다만 아쉬운 건 도전의식과 열망에 비해 준비가 덜 된 듯 하다는 것.
데뷔 이래 가장 강렬한 캐릭터에 도전한 건 바로 김지운 감독의 신작인 ‘인랑’. 영화는 오시이 마모루 원작, 오키우라 히로유키 연출의 동명 애니메이션을 바탕으로 한 작품으로 남북한이 통일 준비 5개년 계획을 선포한 뒤 반통일 무장테러단체 ‘섹트’가 등장한 2029년을 배경으로 했다.
그리고 한효주는 극 중 빨간 망토 소녀의 언니 이윤희(한효주)로 분해 임중경(강동원)과 멜로 라인을 형성한다. 혼돈의 사회 속에서 갈등하고 동요하면서도 자신 만의 강인함을 지닌 윤희는 결국 ‘사랑’에 빠지면서 평범하고도 연약한 여성으로 남게 된다. “평소 안정적이고 편안한 연기를 하는 그녀의 새로운 모습을, 한 겹 깨어 나온 연기를 보고 싶었다”는 김지운 감독의 바람처럼 대중의 바람 역시 컸지만 뚜껑을 여니 기대 이하였다. 작품 내적인 한계가 가장 큰 이유였고, 자신만의 틀을 완전히 깨지 못한 그녀 자신에게도 있는 듯 했다.
네티즌들은 “시야를 좀 넓히면 더 좋은 배우가 될텐데” “반복되는 이미지, 연기 패턴 지루해” “드라마에선 잘 몰랐는데 영화에선 왜 이렇게 밋밋하지?” “맨날 잘 하는 것만 하려고 해서 발전이 없는 듯” “좀 더 과감한 도전과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등의 애정 어린 충고를 남기기도 했다.
스스로도 “가진 것에 비해 많은 사랑을 누렸다. 이 사랑을 어떻게 보답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는 그녀. 여배우가 설 자리가 턱없이 부족한 충무로에서 매번 주연의 기회를 잡는 일이란 큰 행운이기도 하다. 많은 이들의 사랑과 응원, 신뢰 속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있는 만큼 그녀의 성장과 변신, 성숙해진 내공에 대한 바람은 간절하다. 흥행 참패는 배우의 탓이 아니다. 다만 분명한 건 어떤 이유로 치부하든 대중의 사랑은
그녀의 차기작은 정해지지 않았다. 치열한 고민, 뜨거운 사랑과 아픈 질타 속에서 이제는 조금은 달라진 그녀를 만날 수 있을까. 여전히 그녀를 향한 러브콜이 뜨거운 가운데 차기작에서는 어떤 모습을 만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kiki202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