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우 이성민이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공작’은 1990년대 중반, ‘흑금성’이라는 암호명으로 북핵의 실체를 파헤치던 안기부 스파이가 남북 고위층 사이의 은밀한 거래를 감지하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첩보극이다. 1993년부터 2005년까지 실제 남과 북 사이 벌어졌던 첩보전의 실체를 그렸다. 모든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갈 수 없는 나라로 남아있는 북한에 홀로 잠입했던 스파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이성민은 극중 북한의 최고위층 리명운 역을 연기했다. 리명운은 날카로운 인상,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고 설득과 협박 회유를 적절히 배합하는 능력까지 갖춘 강인한 인물이다. 유연한 사고와 인간적인 통큰 호연지기로 흑금성(황정민 분)과 공동 사업을 벌인다.
“리명운은 설계하고 계산한 부분이 많다. 대본에 하나하나 체크하면서 연기했던 건 제가 어릴 때 했던 방법이었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점점 대본에 표시도 안 하게 되고, 연기는 즉흥으로 하는 거라는 오만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공작’을 만나고 나서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게 됐다.”
↑ 배우 이성민이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
영화는 현란한 액션과 숨가쁜 추격전이 오갔던 기존의 첩보물의 문법을 과감하게 벗어던졌다. 오직 인물들의 심리전으로 극을 이끌며 가장 한국적인 현실을 영화적 세계로 펼쳐냈다. 화려한 액션 히어로가 아닌 눈빛, 숨소리만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쌓는 새로운 전형의 스파이를 탄생시켰다.
“황정민 씨는 누구보다 신에 대해 이해를 잘 하고 있었다. 우리가 이 신에서 어느 정도 템포와 강도로, 어떤 박자로 연기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저도 물론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잘 구현되지 않아 힘들었다. 초반에는 서로 특별히 조율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액팅과 리액팅으로 잘 끌고 갔다. 근데 어느 순간 저도, (황)정민 씨도 힘들어하는 걸 알게 됐다. 서로 감추고 있던 거였다. 이걸 안 순간부터 편해졌다. 상대가 실수하면 너무 고맙고, 반가웠다. 그때는 저도 숨 쉴 수 있었다(웃음).”
우스갯소리로 배우들의 실수에 대해 고마웠다고 전했지만, 그만큼 캐릭터와 영화의 완성도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배우들의 진심이 느껴진다. 특히 이성민은 힘든 과정이었지만 영화를 위해 애쓰는 배우, 제작진들에게 폐를 끼치고 싶지 않아 내색하지 않고 이를 악물며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영화를 함께 만드는 분들에게 실수해서 걱정을 안기고 싶지 않았다. 연기를 완벽하게 해서 ‘OK’ 사인을 받는 게 가장 행복하니까. 연기가 잘 안돼서 감독님이 ‘다시 가시죠’ 하면 슬슬 멘탈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그걸 티 안내려 하다 보니 어렵고 힘들다고 말도 못하겠고, 그러다보니 쓸쓸해지고 외로워지는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어떤 배우도 힘들어한데’라는 소문이 들리는 순간 마음이 편안해 졌다(웃음). 그땐 감독님도 힘들다고 하더라. 위로해주려는 말인가
요즘 이성민은 데뷔 이래 가장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공작’과 더불어 영화 ‘목격자’가 동시기 개봉했기 때문. 이성민은 “힘들다. 8월 달엔 하루도 쉬는 날이 없더라. 하지만 우리 영화만 잘 된다면야 잠을 안자도 된다(웃음)”며 영화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김솔지 기자 solji@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