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아인 유병재 극찬 사진=DB |
지난 27일 유아인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유병재 B의 농담’ 포스터와 함께 이를 향한 긴 글을 게재했다.
그는 “B의 농담을 빌리자면 싸움은 입으로만 잘 할 것 같고, 키도 작고, 머리도 꽤 크신 듯 하고, 이(빨)도 점점 더 누렇게 변해갈 테지만”이라며 “내게는 그가 캡틴 코리아 슈퍼히어로처럼 느껴진다”라고 전했다.
이어 “거리의 언어를 사용하고 솔직하기를 사명으로 삼아 그가 스스로 창조한 유병재라는 캐릭터”라고 극찬했다.
또한 유아인은 “외롭고 두려운 역할을 감당하는 모든 코미디언 분들에게 큰 존경과 감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하 유아인 인스타그램 글 전문.
B의 농담을 빌리자면 싸움은 입으로만 잘 할 것 같고, 키도 작고, 머리도 꽤 크신듯 하고, 이(빨)도 점점 더 누렇게 변해갈 테지만 내게는 그가 캡틴 코리아 슈퍼히어로처럼 느껴진다. 그의 최근 작업인 스탠드업 코미디쇼 은 한 개인의 경력을 넘어 한국 코미디 쇼 역사의 빛나는 성취로 보인다.
그는 자신의 이미지를 지켜내는 것으로 쇼하지 않는다. 자기 자신과 이미지를 역동적으로 변주하고 순간에 적용하여 표현의 도구로 사용해 제대로 쇼한다. 그의 농담과 조롱의 코미디는 점점 뜨겁고 날카로워지지만 그 작업에서는 동시대의 의식과 질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그 문제들을 타인과 함께 풀고자하는 창작자의 의지가 담겼다.
거짓이 미덕인 세계에서 그는 거짓을 경계하고,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를 규정하지 않고, 솔직한 척하지 않고, 대범하게 행위 한다. 그리고 그 행위는 현실세계와 거짓으로 합의하거나 두루뭉술하게 방조한 우리 안의 찜찜한 마음을 유쾌하게 고해의 방으로 끌어올린다. 그는 유머와 공감의 힘으로 자기 일의 가치와 본분을 매 순간 새롭게 정의하며 그 책임을 수행하는 듯하다.
그는 신의 놀이로 군림하지 않는다. 꽉 막힌 스승처럼 강요하거나 철부지 애처럼 저항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면 그 모든것을 다 해낸다. 그리고 평범한 자신을 투영해 우리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비범한 힘으로 농담을 펼친다. 그것은 자학이나 조롱이 아니라 말씀이고 구원에 가깝다.
결정적으로 그의 유머에는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애정이 엿보인다. 단순히 폭력적인 유머로 불쾌감을 상쇄하는 것이 아니라 유머를 통해 관객으로 하여금 더 나은 삶의 방식, 함께 할 수 있는 더 좋은 방법, 자기 자신으로 살아가는 즐거움을 그려볼 수 있게 한다. 감사한 일이다.
이토록 잘 짜이고 진취적인 쇼는 한국식 스탠드업 코미디를 해외에서 빌려온 잘 팔리는 쇼 비즈니스 형태에 가두지 않고 또 다른 층위의 광범위한 사회적 예술 활동의 영역으로 끌어올렸다. 한국말로 한국에서 한국에 대해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는 세계적인 공감대를 이루기에 모자람이 없다.
위로가 절실한 시대다. 치유와 환기와 성찰이 더욱 절실한 시대다. 그것으로 우리는 지금을 함께 통찰하고 우리의 행위를 결정해야 한다. 국민의 삶을 위로해온 한국 코미디는 그저 가벼운 것으로 폄훼당하고 요란하고 천박한 것으로 수도 없이 오독되어 왔지만 이제 어떠한 장르의 창작 보다 훨씬 더 가까이에서 대중과 함께 하고 있다.
그를 보며 배우로서 부끄러울 때가 있다. 쿨하고 멋지고 성스러운듯하지만 도무지 가지거나 닿거나 이룰 수 없는 판타지로 무장해 현혹하고 강요하는 것이 자랑할 만한 일인가. 아니다. 똥폼이다. 자주 민망하다. 또 겸연쩍다. 우리는 웃고 떠들고 환호하고 침묵하며 공허하다. 즉각적인 위로가 빼곡히 진열되고 간편한 만족이 더 큰 결핍과 상처를 만드는 지금.
거리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