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안 하다 보면 대단한 뭔가를 하게 되지”
어른이 된 나에게, 인생의 쉼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선물과도 같은 영화다. 다시 만나 더 행복한 ‘곰돌이 푸’가 단지 상상과 향수가 아닌 현실로 넘어왔다. 따뜻하고도 사랑스러운 감성 충만 디즈니 라이브액션의 귀환이다.
어느새 훌쩍 자라버린 주인공 ‘로빈’(이완 맥그리거)은 가족도 일도 모두 완벽해 보이지만 사실은 지쳐가는 일상 속에 길을 잃은 채 서있다. 웃음은 점점 줄고 딸아이와 아내와의 관계도 소원해진다. 미래를 위해서,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서, 행복하기 위해 끊임없이 일하고 달리지만, 그렇게 스스로를 합리화하지만 사실 무엇도 그들을 행복하게 만들지는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어린 시절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던 비밀 친구 ‘곰돌이 푸’가 눈앞에 나타나고 뜻하지 않는 놀라운 모험을 통해 다시금 인생의 진정한 나침반을 되찾는다.
1926년 출간된 영국 작가 A.A. 밀른의 글과 E.H.쉐퍼드의 일러스트가 담긴 동화책으로 처음 세상에 알려진 ‘곰돌이 푸’. 이후 디즈니 클래식으로 재탄생한 뒤 영화와 장편 TV,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이야기로 만들어지며 전세계적인 캐릭터로 사랑 받았다.
그러한 ‘푸 사단’을 아름다운 음악과 풍경, 새롭게 각색된 스토리와 함께 라이브액션으로 만난다니 그 누가 반갑지 않을까. 색다른 귀여움과 맑고도 우직한 철학을 지닌 ‘곰돌의 푸’의 매력은 역시나 중독성이 짙다. 슬금슬금 다가와 결국은 마음 구석구석까지 자신의 에너지와 잔상을 퍼트리고야 마는, 마성의 ‘곰’이다.
영화의 정서는 원작의 따뜻함이 그대로 묻어나지만 전개는 전혀 다른 새로운 이야기다. 원작은 기숙학교에 입학하게 된 로빈이 곰돌이 푸에게 ‘더 이상 즐거움만 쫓으며 살 수는 없다고, 이제 진지하고 성숙한 어른이 되어야 할 때’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지만, 영화는 이것이 시작점이 된다.
특별한 친구들과 헤어진 뒤 기숙학교에 입학한 로빈은 각종 성장통을 겪으며 점차 평범한 어른이 돼간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을 제일 좋아했던 소년이 아닌 끝없이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는 듯하다. 진짜 ‘성숙함’에 대한 의미를, ‘행복’의 의미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든다.
순수한듯 날카로운 근원적 질문에 관객들은 공감과 안타까움을, 그리움을 동시에 느낄 수밖에 없다. 마냥 귀여운 ‘푸’의 마냥 웃을 수 많은 없는 진중한 질문들에 같은 온도의 순수로만은 답할 수 없는 자신과 마주하게 된다. 어색한듯 묘하게 어울리는 어른 로빈과 푸와의 투샷은 왠지 모를 뭉클함과 부러움을 자아낸다. 그들의 웃음과 대화, 귀여훈 모험은 연신 미소를 짓게 한다.
영화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이야기를 담아낸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과 일, 현실적 마인드의 발랜스가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스스로의 ‘항로’에 대해 기분 좋게 되돌아보게 하는, ‘진짜 행복’에 관해 묻는 모두의 이야기다. 단순한 듯 명쾌한 철학이 영화를 끝난 뒤에도 새삼 가슴에 깊이 박히는 이유다.
다만 작품성과는 별개로 관람 타깃이 조금은 애매한 부분도 있다. 마냥 예쁘기만 한 아이들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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