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상수 감독의 22번째 작품 ‘풀잎들’이 국내 관객들에게 첫 공개됐다. 기주봉 서영화 김새벽 공민정 안선영 신예 한재이 등 배우들도 관객들과 영화를 관람한 뒤 “홍상수 감독의 세계가 변화하고 있다. 그의 영화를 아끼는 한 명의 관객으로서 너무나 기쁜 일”이라며 입을 모았다.
‘풀잎들’은 홍상수 감독이 ‘오! 수정’ ‘북촌방향’ ‘그 후’에 이어 4번째로 선보이는 흑백영화다. 홍상수 뮤즈이자 연인인 김민희를 비롯해 정진영, 기주봉, 서영화, 김새벽, 안재홍, 공민정, 안선영, 신석호, 김명수, 이유영 등 기존 홍 감독의 작품들에 출연했던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이날 함께 한 배우들 모두 관객들과 마찬가지로 처음 완성본을 접했다고. 먼저 기주봉은 “나 역시 한 명의 관객으로 구경하는 마음으로 부산영화제에 와 설레는 마음으로 영화를 즐겼다”며 “한 편의 문학을 영화로, 올드 필름으로 완성한 느낌을 받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물론 지금까지 모든 작품을 관통하는 이홍감독만의 큰 ‘맥’은 있겠지만 ‘풀잎들’은 분명 그럼에도 그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기존과는 지점들이 있더라. 옛날 고전 영화를 보는 느낌이었다”며 “홍 감독에게 분명 다른 변화가 생긴 것 같았다. 이 영화를 찍을 때 홍 감독이 느낀 당시의 감성과 생각이 그대로 묻어난 것 같다”고 평했다.
그러면서 “그 뿐만 아니라 나 역시 너무나 힘들었던 시기에 함께 한 작품이다. 그 정서와 고뇌가 너무나 잘 느껴졌고, 나 또한 잊을 수 없는 작업이었다”고 회상했다.
김새벽 역시 “홍 감독의 작품은 늘 묘한 잔상, 기분을 느끼게 한다”며 “연기하느라 나는 몰랐던, 다른 장면들을 아주 재미있게 엿보는 기분으로 즐겼다. ‘그후’ 보다도 더 진한 고전의 향기가 느껴졌고, 홍 감독님만의 리얼리티를 제대로 느꼈다. 무엇보다 그의 놀라운 변화가 반가웠다”고 만족해했다.
또한 “현실에서 살짝 틀면 유령 같기도 하고 현실이 비현실적인 느낌을 주기도 하는, 인상적인 장면들이 있었다. 그 순간의 정서들이 생생하게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홍 감독의 작품에서 스태프로 호흡을 맞춰 오다 ‘풀잎들’로 처음 연기에 나선 신석호는 “스태프가 아닌 배우로선 첫 작품이다. 영광스럽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라며 수줍은 소감을 전하기도.
공민정은 “진짜 오래전 옛날 이야기인 것도 같고, 마치 시간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현실이 아닌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고 힘을 보탰고, 한재이는 “정말 재미있게 신기한 기분으로 봤다. 관객분들도 그렇게 봐주셨길 바란다”며 짧지만 진심어린 소감을 전했다.
이날 GV(관객들과의 대화)는 10시가 다 되도록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지만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 속에서 끊임 없이 질문과 답변이 오고 갔다. "홍상수 감독이 (영화 속 대사처럼)이제는 밖으로 좀 나와주셨으면 좋겠다" "궂은 날씨의 꿀꿀한 기분을 좋은 여운으로 바꿔 준 영화" "궁금하고 흥미로운 장면들의 연속" 등의 애정 가득한 반응이 터져나왔다. 관객들과 배우들의 웃음이 끊이질 않는 축제의 밤 다운 진풍경이었다.
한편, ‘풀잎들’은 앞서 제68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포럼 부문의 문을 여는 첫 작품으
국내에서는 지난 4일 개막한 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섹션에 공식 초청돼 5일 국내 관객들과 첫 만남을 가졌다. 오는 25일 공식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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