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삐딱한 듯 결국은 바로 서는 왕자 현빈, 치명적인 바이러스와도 찰떡궁합인 간신왕 장동건. 두 남자의 만화 같은 혈투, 바로 ‘창궐’이다.
‘창궐’(감독 김성훈)에는 담긴 게 많다. 무엇을 기대했느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여지가 다분하고, 어디에 집중하냐에 따라 평가도 달라질 듯하다. 곱씹을 만한 뭔가를 기대하지 않는다면 2시간을 흘러 보내기엔 무난하다. 전형적인 팝콘 무비다.
영화의 시작과 함께 기대했던 ‘야귀’가 등장한다. 눈과 귀를 닫아버린 미친 왕과 탐욕에 찌든 관리들, 그래서 희망이 없는 조선. 밤에만 활동하는, 산 자도 죽은 자도 아닌 야귀떼가 창궐하면서 백성들은 공포에 떨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한다.
조선 땅을 밟자마자, 그를 맞이한 건 기대했던 화려한 술상과 여인들이 아닌 야귀떼다. 그리고 그것들과 목숨을 걸고 맞서 싸우는 최고의 무관 박종사관(조우진)과 덕희(이선빈), 승려 대길(조달환) 등이 그를 돕는다.
이렇게 완성된 ‘조선판 어벤져스’. 이들은 야귀떼를 비롯해 절대악 병조판서 김자준(장동건)을 무찌르기 위해 궁으로 향한다. 그때까지도 이청은 (수시로 내면 갈등을 겪긴 하지만 ) 홍일점인 덕희에게 추파나 던지며 백성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시종일관 도망칠 궁리만 한다. 친숙한 현빈표 (미워할 수 없는) 삐딱선 연기가 현란한 액션과 어우러져 캐릭터의 매력 지수를 끌어 올리지만 새롭진 않다.
미친 왕(이조)을 없애고 온갖 악행을 서슴지 않으며 조선을 집어삼키려 하는 김좌준(장동건) 역시 악역의 전형성을 그대로 보여준다. 등장부터 퇴장까지 검은 기운을 내뿜으며 세상을 뒤엎기 위한 마지막 계획을 감행한다.
영화의 시작을 연 기괴하고 강렬한 ‘야귀’의 모습은 꽤 흥미롭다. 대립하는 두 미남의 투샷도 훈훈하다. 그럼에도 한 치의 오차 없이 예상대로 흘러가는 전개에 기대 만큼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긴 힘들다. ‘마블’이 되고 싶었던 ‘조선판 히어로물’ 정도로 해석한다면 충분히 견딜 만하다.
‘매력적인 소재를 좀 더 똑똑하게 변주했다면’,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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