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 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KBS2 ‘너무 한낮의 연애’로 자신의 분위기를 만들었다면 KBS2 ‘도피자들’로 역량을 뽐냈다. 처음이지만 처음같지 않았던, 노련한 PD 유영은을 만났다.
↑ ‘너무 한낮의 연애’ 최강희 사진=KBS2 |
◇ 유영은이 말하는 사랑
유영은 PD는 시작부터 화두에 올랐다. 피디로서 첫 입봉작인 KBS2 드라마스페셜 ‘너무 한낮의 연애’는 많은 이가 좋아하는 베스트셀러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또한 배우 최강희, 배우 이원근의 출연 소식이 들려오며 화제성을 더했다.
“이 작품을 찍기 전에 KBS2 ‘추리의 여왕’ 시즌 1과 2의 공동 연출을 했었다. ‘너무 한낮의 연애’는 대부분이 전 작품에서 함께 했던 사람들이었다. 최강희는 자신을 특별출연 정도라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역할이다. 그런데 현재의 양희(최강희 분)가 드러날수록 (극의) 특유의 분위기를 해치지 않을까 걱정하더라.”
사실 유 PD의 ‘너무 한낮의 연애’의 원작은 빈 부분이 굉장했다. 드라마의 특성상 감정의 변화와 사건이 커야 한다. 그러나 책은 무덤덤하고 간결한 감정이 핵심이다. 그렇기에 유영은 PD는 드라마화를 결정하며 다소 어려움을 느꼈을 것이다.
“소설에서 영악하지 않은 것, 좋아한다고 표현하지 않은 것, 분명하지 않은 감정에 대한 이해가 잘 드러났다. 나도 그렇고 소설의 팬들도 그렇고 이런 모호함을 좋았던 것 같다. 그러나 드라마에서는 무엇이든 분명하게 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래서 현재 시점을 넣은 것이고 이게 드라마로는 맞는 방법이었다. 이에 걱정됐던 건 소설 특유의 분위기나 그들의 매력이 사라질까봐 고민이었다.”
유영은 PD의 선택은 성공적이었다. 오히려 소설에서 보지 못했던 현재 시점을 부여해 각 인물들의 관계를 극대화된 것이다. 잔잔하게 흘러가며 책과 비슷한 분위기를 냈고, 다양한 시점을 넣어 지루함을 느끼지 못하게 했다.
‘너무 한낮의 연애’에는 누구나 아는 명대사가 존재한다. 이는 ‘너 나 사랑한다며 / 사랑하죠. / 근데 내일은? / 어떨지 모르겠어요’ 이다. 유영은 PD는 극을 만들며 이 대사에 대해서, 그리고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그 부분이 가장 생동감있게 느껴졌다. 그동안 없었던 캐릭터 같기도 했고, ‘저게 본질이다’란 생각도 했다. 이유 없이 좋아하지 않는게 어떻게 보면 연애이기도 하다. 굉장히 현실적인 상황인데 사실 우리는 말을 잘 하지 않거나 사회적인 이유를 말하곤 한다. 근데 사실 그냥 싫어질 수도 있는 감정 또한 있을 수 있다. 이런 감정이 황당함이 아닌 보편적 감정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어리숙하고 표현 못하고 소심한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이젠 나와도 되지 않을까. 완전히 대중적인 감정은 아닐지라도 그들의 상황에 공감되는 이야기를 하고싶다.”
↑ ‘도피자들’ 이학주 사진=KBS2 |
◇ PICK-SCENE ‘도피자들’
유영은 PD가 ‘너무 한낮의 연애’로 자신의 메시지를 전달했다면 ‘도피자들’로 실력을 보여줬다. 앞서 진행됐던 ‘도피자들’ 기자간담회에서도 말했듯, 판타지적인 소재에 비해 제작비는 비교적 적었다. 그럼에도 ‘도피자들’은 화려한 카메라 기법으로 빈 부분이 없이 해냈다.
“예산도 한정적이었으며 상황적으로 한계가 있었다. 단막 드라마는 대부분 일주일 안으로 촬영한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그 시간 안에 효과적으로 표현할지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360도 회전하는 카메라 워킹으로 꿈 속 세상을 표현하는 등 그런 카메라 기법을 활용했다.”
이 때문인지 ‘도피자들’에서 꿈 속 세상을 처음으로 보여주는 부분은 굉장히 화려했다. 그는 “지욱(이학주 분)의 액션이 되게 큰 시퀀스였다. 그래서 오래 걸렸다. 액션 같은 경우 액션스쿨에서 미리 리허설을 했었다. 그렇지 않으면 어설프게 나온다”고 덧붙였다.
‘도피자들’은 꿈과 현실을 오고가는, 영화 ‘인셉션’과 같은 소재를 가지고 있다. 조금 더 길고 자세하게 풀어쓸 수 있는 소재이기 때문에 단편 드라마로 선보인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자아내기도 한다. 유영은 PD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애초에 꿈과 현실이 분리된다는 세계관이 70분 안에 표현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파일럿 느낌을 가지고 빠르게 넘어가는 부분이 있다. 대중적으로 부담스럽지 않다면 세계를 확장하고 길고 탄탄하게 다시 나오고 싶기는 하다.”
↑ ‘도피자들’ 이학주 김새벽 유영은 김주헌 사진=KBS |
◇ 유영은의 인생 PICK
이제 막 진정으로 PD로 한 발을 내딛은 유영은. 그가 인생에서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그는 인터뷰 내내 큰 감정의 기복 없이 담담하게 이야기를 풀어놓았으나 이 질문을 물었을 때부터 약간의 상기된 표정을 보였다. 유영은 PD가 가장 행복한 순간은 ‘추리의 여왕’ 시즌1을 했을 때였다.
“일을 하고 싶은지는 정말 오래됐다. 중학교 때 많은 문화 생활이나 외부적인 경험이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내가 위로를 받았던 건 음악이나 책, 드라마였다. 정말 보면서 내 돈을 주고서라도 해도 될 정도로 재미있겠다고 생각했고 운 좋게 빠른 시일내 시작했다. 사실 PD란 직업이 창조하고 창작하는 작업과 거리가 멀다. 긴 기다림이 있다. 이런 와중에 정말 짜릿함을 느꼈던 순간은 ‘추리의 여왕’을 했던 때였다.”
드라마 현장은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이 대부분이다. 특히 지금은 촬영 현장에 근무시간 제한이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것도 없어서 좀 더 힘들게 일했음이 분명했다. 그럼에도 유영은 PD는 행복했다.
“그때는 정말 주 6일을 밤 새가면서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