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주` 차성덕 감독은 "자전적 이야기에서 시작한, 보편적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제공|CGV아트하우스 |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차성덕(33) 감독은 김향기 주연의 영화 ’영주’에 대해 “자전적 얘기는 아니다. 작지만 보편성 있고, 여운을 남길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차성덕 감독의 데뷔작 ‘영주’는 교통사고로 한 순간에 부모를 잃고 동생과 힘겹게 살아가던 영주(김향기 분)가 만나지 말았어야 했던 사람들을 만나면서 품게 되는 낯선 희망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낸 작품이다.
차성덕 감독은 극중 영주처럼 10대에 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었다. 성인이 된 후 문득 가해자의 얼굴이 궁금해졌다는 그는 “영화과에 들어가고 난 후 불현듯 그들을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페이크 다큐나 영화로 만들고 싶었지만 그렇게 하지 못했다. 용기도 없었고 어떻게 해야될지 모르겠더라”고 말했다.
이어 “10년이 지났고, 장편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데 그 이야기로 계속 돌아갔다. 여러 경험을 통해 문득 애도가 성장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만 소회를 밝히는 영화가 아니길 바랐다”고 털어놨다.
차성덕 감독은 책을 읽고, 상실을 겪은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다. 부모의 사고와 죽음이 자신에게 끼친 영향에서 나아가 취재를 통해 이야기의 저변을 넓혔다. 영주의 이야기에 보편성을 부여하고자 한 것.
차성덕 감독은 “누구나 삶에서 ’애도’와 맞닥뜨린다. 그때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성장한다. 누구나 자신의 유년기와 이별하고, 성장한다. 그런 것들이 내 안에서 뭉쳐졌다”며 “인생은 애도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이야기는 상징적으로 죽음에 빚지고 있다. 제 이야기지만 모두의 이야기다. 특수한 이야기가 아니라 보편적인 이야기”라고 강조했다.
스무살 무렵부터 ‘애도’라는 테마가 마음 속에 있었다는 차 감독. 자신도 모르게 시선이 갔고, 궁금증과 함께 이야기가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2015년 가을부터 공격적인 취재에 들어간 그는 2016년 봄과 여름 본격적인 시나리오 작업에 착수했다. 차성덕 감독 안에서 여물던 이야기는 ‘영주’가 되었다.
↑ 차성덕 감독이 지금의 '영주'에 후회가 없다고 말했다. 제공|CGV아트하우스 |
차 감독은 “스스로의 이야기에 취하지 않기를, 나르시시즘적으로 빠지지 않도록 경계했다”며 “저의 경험이 이야기의 씨앗으로 남아있었고, 영주와 다른 스토리가 될 수 있었다. 저는 이야기하는 사람이다. 삶에서 자신이 이해하기 힘든 일, 뜻하지 않은 일이 씨앗이 됐다”고 고백했다.
2017년 봄과 여름 사이, 약 한달 동안 ‘영주’의 촬영이 진행됐다. 차 감독은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고, 현장에서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소음이 가득한 시장, 한정된 예산 등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던 것. 촬영 후 편집도 쉽지 않았다. 1년 여의 시간이 걸렸다.
그는 “영주의 전사가 더 있었고, 에필로그도 있었다”며 “영화는 경험의 예술이다. 이걸 얼마만큼 경험하게 하는가. 어떤 속도로 경험하게 하느냐가 중요했다. 하고 싶은 걸 다 넣으니 너무 길어졌고 집중도가 생기지 않았다. 어쩔 수 없이 취사선택을 했고, 집중했다. 그게 어려웠다”고 말했다.
차 감독은 편집 후 휴지기를 보냈다. 다시 2차 편집에 돌입한 그는 “놓지 못해 꽉꽉 부여잡고 있었다. 집착하던 이미지나 이야기를 객관화 시키고 떠나보냈다. 그 시기가 길었다. 저도 버리고 오로지 ‘영주’가 어떻게 완성되어야 하는가에 집중했고, 압축의 시기를 보냈다”고 털어놨다.
지금의 버전에 ‘후회가 없다’는 차성덕 감독. 그는 ‘영주’를 완성하기 위해 300번 이상을 보고 또 봤다. 흔들리는 시기에는 프로듀서 권보람을 비롯해 편집감독 등 다양한 사람의 의견에 귀를 기울였다.
“진실되고 정직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고 밝힌 그는 스스로를 ’대화를 많이 하는 타입’이라고 정의했다. 또한 그는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아서 대화를 많이 했다. 제 안에 직감처럼 답이 있지만, 그것에 도달하기까지 많은 분과 대화했다. 휘둘리는 식의 대화는 아니었다. 제 안에서 질문을 하고 최초의 직감과 결론을 찾아갔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지금의 엔딩을 찍을 때 혼자서 직감적으로 이 영화의 끝이 되지 않을까 하는 순간이 있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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