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양소영 기자]
노부부의 아릿한 로맨스가 가슴을 울린다. 그리고 그 중심엔 배우 이순재와 정영숙이 있다.
영화 ‘로망’(감독 이창근)은 45년 차 노부부에게 동반 치매가 찾아오면서 벌어지는 삶의 애환과 로맨스를 담았다.
75세 조남봉(이순재)과 71세 이매자(정영숙)는 평범한 부부. 백수 박사 아들 조진수(조한철), 학원강사 며느리 김정희(배해선), 사랑스러운 손녀 조은지(이예원)와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노부부는 ‘동반 치매’를 선고받는다. 기억은 흐릿해지고, 과거의 기억은 점점 선명해진다. 숨겨두었던 아픔도, 먹고 사느라 잊었던 로망도. 조남봉과 이매자는 치매라는 사실을 알고 절망하지만, 잊었던 서로의 소중함을 깨닫게 된다.
‘로망’에는 평범한 우리네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먹고 사느라 바빠 가족에 무심하고 무뚝뚝한 조남봉, 한결같은 마음으로 남편과 자식을 돌보는 이매자, 무능력하지만 다정한 남편 조진수, 외조도 내조도 똑 부러지는 며느리 김정희의 모습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인물들이다. 그렇기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65세 이상이 되면 10명 중 1명이 치매에 걸릴 만큼 더이상 낯설지 않은 병. 기억을 잃어가는 무시무시한 이 질환은 당사자에게도, 가족들에게도 고통스러운 존재다. ‘로망’은 우리가 직면해야할 치매라는 병의 현실을 직시하면서도 동화처럼 느껴질 만큼 아릿한 로맨스로 위로와 감동을 전달한다.
무엇보다 배우들의 열연이 빛난다. 63년 차 국민배우 이순재와 51년 차 배우 정영숙은 45년차 부부의 로망을 화면 안에 완벽하게 구현한다. 연극 ‘사랑해요 당신’에서 이미 부부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두 배우는 끈끈한 케미스트리로 웃음과 눈물을 선사한다.
이순재와 정영숙의 존재감은 영화에 진정성을 더한다. “반가워요”라는 말 한마디에도 눈물을 쏟을 수밖에 없을 정도다. 두 배우의 몸짓과 눈빛만으로도 가슴은 뭉클해진다. 여기에 조한철 배해선 이예원이 리얼한 연기가 더해졌다. 깜짝 등장한 진선규 이규형도
‘로망’은 현실적인 대사와 캐릭터, 예상치 못한 웃음 코드, 눈물 쏙 뺄 만큼 아릿한 삶의 애환까지 모두 그려내는데 성공했다. 특히 이순재 정영숙을 비롯해 배우들의 연기로 더욱 생생하게 살아났다. 4월 3일 개봉. 전체관람가. 러닝타임 112분.
skyb1842@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