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갈하이’가 원작 팬들에겐 아쉬움을 남긴 채 조용하게 종영했다.
30일 방송된 JTBC 금토드라마 ‘리갈하이’(극본 박성진, 연출 김정현, 제작 GnG프로덕션, 이매진 아시아) 마지막회는 고태림(진구 분)과 서재인(서은수 분)이 한강그룹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며 정의를 찾는 모습이 그려진 가운데, 2.632%의 시청률을 기록했다.
한강신소재 독성물질 유출사건 민사소송과 괴한 나철진(이태영)의 형사소송이 동시에 진행됐고, 고태림(진구)과 서재인(서은수)은 민주경(채정안)과 윤상구(정상훈)의 도움으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승률 100% ‘괴태’ 고태림은 변호사를 그만둬야했다. 권선징악 엔딩이었다.
코믹 법조 활극 ‘리갈하이’는 원작 팬들에겐 리메이크 드라마라는 점이 무색할 정도로 실망감을 안겼다. ‘리갈하이’는 지난 2012년과 2013년 승소를 위해서라면 기상천외한 방법도 동원되는 소위 웃기는 법정극으로 인기를 모은, 일본 후지TV 동명의 드라마가 원작이다. 일본은 물론 한국에도 다수의 팬을 보유한 작품인 만큼 방영 전부터 리메이크작에 대한 기대가 컸다.
하지만 방영 내내 일부 시청자들 사이에서 원작에 충실해달라는 불만이 이어졌다. “쓸데 없는 설정 빼고 ‘코믹’ ‘법조’ 드라마 취지 좀 살렸으면” “이 드라마의 핵심은 공감과 감성이 아니라 냉정과 중립임”이라며 실망스럽다는 반응도 나왔다.
하지만 배우들의 유쾌한 연기 변신은 매력적인 관전포인트였다. 진구는 괴상한데 맞는 말만 하는 변호사 고태림 역을 맡아 “코믹 연기도 잘한다”는 평을 얻었다. 시종일관 극의 활력을 불어넣으며 진짜 변호사로 성장한 서재인 역의 서은수, 고태림을 넘어서기 위해 고군분투했던 따뜻한 카리스마 강기석 역의 윤박, 무시무시한 조폭 보스 과거를 가진 에이스 변호사 민주경 역의 채정안, 짠내 웃음 유발자 윤상구 역의 정상훈 등도 다양한 매력으로 회를 거듭할수록 돋보이는 케미를 보여줬다.
매회 등장하는 에피소드들은 우리시대 현실을 풍자해 공감을 얻었다. 구박받던 알바생이 점주의 살해 의혹을 받은 ‘알바생 살인사건’, 다른 남자와 결혼을 앞두고 연인이었던 남자를 스토커로 고소한 ‘웨딩촬영장 손해 배상 청구 소송’, 동물 마케팅 강요로 직원들이 파업을 선언했던 ‘대오그룹 합의 사건’, 유령작가의 곡을 표절한 ‘저작권 소송 재판’, 검사와 판사의 자존심 싸움으로 번진 ‘이웃 폭행 사건’, 아역 배우가 부모와의 인연을 끊으려 진행한 ‘친권정지 심판’, 한강그룹의 횡령이 드러났던 ‘부당 해고 소송’, 9살의 여자아이를 사망케 한 ‘한강신소재 독성 물질 유출 사건’까지 매회 펼쳐지는 법정 승부는 현실을 한 번쯤 다시 돌아보게 했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가 던진 화두는 ‘정의’에 관한 것이었다. “인간이 100명이면 정의도 100개. 다 지께 맞다고 우겨대는 아사리판이 바로 법정”이라는 확고한 생각을 가진 고태림은 의뢰인이 거액의 수임료만 지불할 수 있다면 유죄도 무죄로 만들어냈다.
‘옳은 정의’를 외치며 아프고 힘든 사람들을 돕고 싶었던 서재인에게 고태림은 돈만 밝히는 속물처럼 보였다. 하지
세상엔 절대적 정의가 존재하는 것일까. “정의는 돈이 아니라 진실로 사는 겁니다.” 배우 진구가 던진 말은 한 번쯤은 생각해봄직한 주제였다.
한편, ‘리갈 하이’ 후속으로 오는 4월 5일(금) JTBC에서 방송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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