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와는 달리 연극이나 영화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관객들이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분들에게 소개됐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다. 좋은 공연을 많은 관객들이 보실 수 있게 부탁드린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연극 '킬 미 나우(Kill Me Now)' 프레스콜이 열렸다. 오경택 연출, 배우 장현성, 이석준, 윤나무, 서영주, 서정연, 양소민, 임강희, 문진아, 이시훈, 김범수가 참석했다. 서정연은 개인 일정 상 불참했다.
연극 '킬 미 나우(Kill Me Now)'는 선천적 지체장애로 아빠의 보살핌을 받으며 살아왔지만 독립을 꿈꾸는 17세 소년 ‘조이’와 작가로서 자신의 삶을 포기한 채 홀로 아들을 위해 헌신하며 살아온 아버지 ‘제이크’의 삶을 통해, 개인과 가족, 그리고 삶이라는 보편적인 주제에 대한 강렬한 질문을 던지며, 성(性)과 장애, 안락사 등 민감한 이슈에 과감하게 접근한다.
2016년 국내 초연 당시 전 회차 기립박수를 받으며 화제작으로 떠올랐으며, 지난 2017년 재연 당시에도 관객과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올해 세 번째로 공연을 이어간다.
오경택 연출은 "더 많은 분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다시 찾아뵙게 됐다. 초, 재연보다 다양한 연기자들의 조합을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있다"면서 "기본적인 틀은 초, 재연과 바뀌지 않았다. 시대 정신과 인식들이 바뀌지 않았나 싶다. 우리 작품이 던지는 화두들이 지금 시대에도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지 않나 싶은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에 스위스 안락사 얘기도 있었고 장애 학교 논란도 있었다. 사회가 장애, 여성, 성정체성 등 소수의 이야기들에 대해 공론화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현상은 우리 사회가 점점 달라지고 있는 과정에서 드러날 수 있는 갈등인 것 같다. 예전에도 분명히 존재했으나 지금만큼 회자되고 있다는 점에서, 관객들에게 더 전달이 되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실제로 관객 리뷰를 보면 그런 지점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촉망 받는 작가였으나 아들에게 헌신하며 자신의 삶을 포기한 아빠 제이크 역에 장현성과 이석준이 출연한다.
7년 만에 연극 무대에 서는 장현성은 "오랜만이다. 이렇게 오랜만인지 몰랐다. 그간 연극을 보러다니고 연극하는 동료들과 얘기를 나누고 어떤 작품을 하면 좋을지 찾아보고 있었다. 여러 경로를 통해서 이 작품이 너무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서 약간 무리였지만 참여하게 됐다. 아주 잘했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킬 미 나우'라는 작품 자체가 가진 힘이 강력하다. 초연을 관객으로 봤는데, 이 작품은 언젠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막연히 했다. 감사하게도 제작사에서 연락을 해줬다. 바로 지난 주에 KBS2 드라마 '닥터 프리즈너'가 끝난 상황이라 드라마와 연극 연습을 번갈아가면서 하고 있었다. 시간 여유가 있는 상황이 아니었는데 이석준이 많이 챙겨줬다"면서 "이 무대를 준비하면서, 공연을 올리고서 느끼는 에너지가 제 삶에 큰 자양분이 된다는 느낌이다. 기쁨을 느끼고 있다"고 출연 소감을 밝혔다.
초, 재연에 이어 삼연에도 함께 하는 이석준은 "삼연을 하면서까지 질문을 많이 받았다. 지쳐보이는데 어떻게 빠져나오는지 질문을 받았다. 그런데 저는 정말 행복했던 것 같다. 대본을 처음 받았을 때 부딪히는 부분이 많았다.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 지 고민을 많이 했는데 생각보다 받아들일 정도가 돼있더라. 사람들의 시선에 조금이나마 일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의 응원이 다음 공연으로 갈 수 있는 힘을 준 것 같다. 멤버들 모두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 북돋아 주는게 크다"고 말했다.
이석준과 같이 초, 재연에 이어 삼연에도 함께하는 윤나무는 "다시 불러주셔서 참여하게 됐다. 이 이야기가 앞으로도 계속 해나가야하는 이야기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감사한 마음으로 출연하게 됐다"고 말했다.
장현성은 출연을 고민하지 않았냐는 질문에 "소재에 대한 부분은 늘 이런일을 하는 창작자들이라면 관심을 갖게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도드라져보이는 것은 장애, 안락사이지만 여기 출연하는 모두가 사회에서 조금씩 소외돼 있다. 그러나 보통 사람들도 언제든지 이들처럼 될 수 있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좀 더 공론화하는 것이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이런 류의 작품들이 건강하게 많이 보여져야 건강한 사회가 아닐까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간담회의 끝에 장현성은 "마지막인것 같아서 꼭 말씀드리고 싶은 게 하나 있다"고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관객 장현성, 배우 장현성으로 기사를 만나고 삶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것인데, 어쩔 수 없이 산업적으로 큰 영향력을 끼치는 작품들이 노출되기 쉽다. 물론 작품이 성의가 없게 만들어졌다거나 자랑할게 없다면 할말이 없지만, 이 연극, 이 영화 볼만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면 적극적으로 부탁을 드리고 싶다. 드라마와는 달리 연극이나 영화같은 경우는 적극적으로 관객들이 찾아보기 힘들다. 많은 분들에게 소개됐으면 하는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공연을 보고 소개할만하다는 생각이 든다면 연극판 안에서 꽤 좋은 소문이 난 작품인데 모르는 분들이 많다. 단 1초도 저희의 고민이 들어가지 않은 시간이 없다. 이 공연은 정말 여기있는 모든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고민의 끝까지 쥐어짜서 만든 밀도 있는 2시간이다. 여기 기자님들이 동의 해주신다면 공연 시작이니 좋은 공연을 많은 관객들이 보실 수 있게 부탁드린다"고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제이크 역에 장현성, 이석준, 조이 역에 윤나무, 서영주, 로빈 역에 서정연, 양소민, 트와일라 역에 문진아, 임강희, 라우디 역에 김범수, 이시훈이 출연한다. 연극 '킬 미 나우'는 오는 7월 6일까지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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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ㅣ강영국 기자[ⓒ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