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름은 아직 낯설지만 얼굴을 보면 `아!` 하는 배우 민경진. 최근 `호텔 델루나`로 시청자들과 만났다. 제공 I HNS HQ |
최근 tvN 인기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서 고독사로 사망한 할아버지로 분해 시청자들에게 큰 울림을 남긴 신스틸러 민경진(64). 출연 영화만 80여편, 오랜 경력의 연극 무대는 말할 것도 없고 최근에는 드라마에서도 자주 만나는 얼굴이다. 20여년 넘게 연기에 올인 하면서도 욕심 한 번 부려본 적 없다는, 이름 석 자는 낯설 수 있지만 얼굴만 보면 ‘아하!’ 금세 미소를 짓게 하는 친숙한 얼굴의 배우다.
1955년 5월 24일, 충청북도 음성에서 태어나 평범한 유년시절을 보낸 그는 초등학교 때 강렬하게 느낀 ‘말의 아름다움’에 빠져, 평생 그것을 사용하고 즐기며 알리며 할 수 있는 일을 찾다 배우의 길에 들어서게 됐다. 이렇다 할 무대가 없던 시절부터 무대를 찾아 다녔고, 연기 아닌 연기를 즐기며 사람들과 뭉쳐 다니고 머리를 맞대며 자연스럽게 삶의 항로가 정해졌단다.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작품에 출연해 온 민경진은 영화 ‘범죄도시’ ‘우상’ 그리고 다수의 드라마를 통해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맹활약하고 있다. “가리지 않고 불러주면 다 간다”고 운을 뗀 그는 “연기할 때 느끼는 내 안의 뛰는 에너지도, 사람들과 어울리며 만드는 현장 공기도 모두 사랑한다. 그런 벅찬 행복감을 쫓다 보니 지금까지 오게 됐다”고 환하게 웃었다.
“젊은 시절에는 그저 우리말이 가진 아름다움이 좋았어요. 공부하듯이 그것을 연구하기 보단 그 가치가 잘 표현될 수 있는, 보다 역동적이고 낭만적이며 나조차 마음껏 그것을 끊임없이 즐길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죠. 고전에서 느낀 아름다움이든, 현대극에서 본 일상 언어든, 심지어 욕을 통해 느끼는 구수한 카타르시스까지 아주 다양한 형태의 살아 있는 우리 말이 참 좋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연극 무대를 가장 사랑했죠.(웃음)”
↑ 큰 욕심 없던 그에게 다가온 슬럼프를 딛고 일어난 민경진은 배우 인생 2막을 꿈꾼다. 제공| HNS HQ |
그러면서 “요즘엔 드라마나 영화에 더 자주 참여하긴 하는데 아무래도 갈증이 해소가 안 된다. 언젠가 내 나이에, 나란 배우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내가 그토록 사랑하는 ‘언어’의 다양한 카타르시스가 녹아 있는 작품을 만나고 싶다. 즐거우면서도 끝나고 나면 울림이 있는 그런 작품”이라며 '인생작'에 대한 염원을 밝혔다.
잠시 생각에 잠긴 그는 이내 “연기를 참 사랑하지만, 스스로 생각하기에 배우로서 욕심이나 야망이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고 자평하며 “문득 ‘(현실적인) 욕망이 너무 없어서 지금까지 오랜 기간 좋아하는 일을 열정적으로 해 오면서도 그에 비해 성과가 미약한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더라. 이제라도 좀 뜨려고 노력해야겠다”며 허허 웃었다.
“사실 몇 년 전 너무 극심한 슬럼프를 겪었어요. 결국은 누군가의 근거 없는 악의적인 행동이었던 걸 알게 됐지만 당시에는 큰 충격이었거든요. 내겐 그 어떤 것도 필요 없이 그저 행복한 현장이라는 곳에서 누군가 나로 인해 불편하다는, 내가 함께 하고 싶지 않은 동료라는 이야기를 듣고 ‘잘못 살았나’라는 생각에 굉장히 고통스러웠어요. 몇 달을 일을 하지도 않고 혼자 끙끙 앓다가 주변 사람들이 나서 위로하고 상황을 알아봐준 덕에 마음을 추스릴 수 있었죠.”
민경진은 이전보다 더 진지한 얼굴로 “그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지금보다는 좀 더 알려진 배우, 힘 있는 배우, 더 필요한 배우였다면 내게 이런 식의 행동을 했을까’라는 거였다. ‘좋은 게 좋은 거’이기만 했던 내 마인드를 다시 돌아보게 됐고, 조금은 더 치열하게 현실적으로 이 악물고 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 사건으로 민경진은 마음을 다잡고 ‘욕심’이라는걸 내게 됐단다. “과거에는 감독의 디렉션에 충실하기만 하면 된다고 여겼다. 앞으로는 좀 더 그 이상을 욕심내고, 새로운 것에도 도전하는 배우가 될 것”이라며 “한국 영화계가 나날이 치열해져 가는 요즘, 나 역시 좀 더 치열하게 제대로 인정 받을 수 있는 연기와 역할로 대중 앞에 서고 싶다”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미 베테랑 연기자인 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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