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뱅 전(前)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 29)가 ’버닝썬 게이트’ 검찰 송치 65일 만에 다시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에 출석했다. 해외 원정도박 혐의 관련 조사를 위해서다. 지난 수개월간 불거진 무수한 의혹에도 불구, 얼굴을 꽁꽁 싸맨 채 버텨온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전 대표 프로듀서도 같은 혐의에 결국 백기를 들고 포토라인에 섰다. 어쩌면 굉장히 특별한 사적 ’유닛’이었을 지 모를, 두 사람의 몰락이다.
승리는 지난 28일 오전 10시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 12시간에 걸친 마라톤 조사를 받았다. 양 전 대표는 이튿날인 29일 같은 시각 경찰서에 모습을 드러내 30일 오전까지 20시간 넘는 조사를 받았다.
두 사람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등에서 상습적으로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현지에서 외화로 빌려 국내에서 한화로 갚는 ’환치기 수법’으로 도박 자금을 마련한 혐의도 받고 있다. 환치기란 통화가 다른 두 나라에 각각의 계좌를 만든 뒤 한 국가의 계좌에 돈을 넣고 다른 국가에 만들어 놓은 계좌에서 그 나라의 화폐로 지급받는 불법 외환거래 수법이다.
경찰은 YG 사옥을 압수수색, 자금 입출금내역 등 관련 자료를 확보한 상태. 특히 양 전 대표와 승리가 회삿돈을 횡령해 도박 자금으로 썼을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미국 금융당국으로부터 YG 미국법인에 대한 금융거래 내역 자료를 받아 분석해왔다.
도박을 마치 여가 생활처럼 즐긴 모습을 보이고 있는 양 전 대표와 승리. 묘하게도 두 사람 모두 각종 불법 행위 혐의점이 포착돼 경찰 조사를 받고 있거나 검찰에 송치된 ’피의자’ 신분이다.
승리는 ’버닝썬 게이트’ 관련 경찰 조사를 통해 성매매와 성매매알선, 변호사비 업무상횡령, 버닝썬 자금 특경법상 업무상 횡령, 증거인멸교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촬영), 식품위생법 위반(탈세) 등 총 7개 혐의로 지난 6월 검찰에 송치된 바 있다. 여기에 최근의 상습 도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혐의까지 추가된 상태다.
두 사람이 각각 받고 있는 혐의의 양적 측면에선 승리가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질적 측면에선 누가 더하고 덜하다 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양 전 대표와 승리는 소속사 수장과 소속 아티스트라는 공적 관계에서도 찰떡 호흡을 자랑해왔다. 승리는 지난해 초 YG가 기획, 제작한 JTBC ’믹스나인’ YG 대표 아티스트 빅뱅의 얼굴로 나서 양 전 대표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활약한 바 있다. 또 지난해 하반기 방송된 넷플릭스 ’YG전자’에서 주인공으로 열연, 양 전 대표의 신뢰에 십분 화답했다.
하지만 불과 1년도 채 지나지 않은 현 시점, 결과적으로 YG 내 가장 어두운 곳에서 두 사람이 걸어온 궤적을 돌아보니 친했고, 너무도 닮아 있다. 나이와 세대를 초월한, 계급장 떼도 자웅을 겨룰만한 환상의 복식조였던 셈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함께 공들여 만든 ’YG 왕국’의 위기를 몰고돈 것도 두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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