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다, 나쁘다’가 중요한 게 아니라 끌리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꼴통 건달과 돈 많은 시한부의 인생을 뒤바꾼 우정. 진부한 만남의 그저 무난한 여정에도 무사히 목적지에 도착한 건 설경구의 공이다. 착한 메시지가, 인간미를 내세운 촌스러움이, ‘매력’으로까지는 발전하지 못한, 센스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휴먼 코미디, ‘퍼팩트맨’(감독 용수)이다.
퍼펙트한 인생을 위해 한탕을 꿈꾸는 건달 영기(조진웅)는 조직 보스의 돈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지만 사기꾼에게 속아 그 돈은 휴지조각이 되고야 만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돈을 구해야 하는 영기 앞에 나타난 까칠하지만 돈 많은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두 달 시한부인 그는 꼭 해야 할 일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자신의 수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내건다. 그렇게 너무나 다른 두 남자의 진한 ‘우정 쌓기’가 시작된다.
감독은 이들을 통해 ‘오늘의 가치’에 대해, ‘참된 우정’과 ‘화해’ 그리고 진정한 ‘인생의 멋’에 대해 말하고자 부단히도 애쓴다. 유쾌하고도 짠하게, 따뜻한 듯 씁쓸한 여운을 담아, 느와르 적인 맛까지 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버무린다. 설경구와 조진웅이라는 믿고 보는 조합에 ‘대세’ 진선규, 허준호 김사랑 김민석까지 쟁쟁한 배우들을 불러 모았으니 한껏 욕심을 낼 만도.
하지만 안타깝게도 철이 지나도 한참 지난 ‘진부함’에 ‘부조화’까지 더해지니 영화의 색깔은 사라져버린다. 맛 없는 건 아닌데 익숙해서 찾게 되는 맛은 아니고, 중독되는 맛은 더욱 아니다. 가성비가 좋거나 극명하게 호불호가 갈릴 만한 맛도 아닌 그냥 돌아서면 잊혀지는 그런 맛.
꼴통 건달을 연기한 조진웅은 다작 행보에 한계가 왔나 싶을 정도로 일차원적인 해석과 표현에 적잖은 실망감을 안긴다. 그가 연기하는 ‘영기’는 서사나 전사, 전개의 진부함에도 굴곡 면에서는 꽤 입체적인 캐릭터지만 조진웅의 일관되고 과장된 톤 때문인지 구수한 매력 그 이하의 촌스러움과 오글거림이 느껴진다. 꽤 괜찮은 대사와 쉴 새 없는 유머에도 감동과 웃음이 기대만큼 터지지는 않는 것도 이 때문.
반면 ‘장수’는 상대적으로 평면적이고 신파 사연을 지닌 더 전형적인 인물임에도 엣지가 산다. 단연 설경구의 내공 덕이다. 육체는 수명을 다해가지만 정신은 제대로 여문, 인생의 다양한 맛을 함축적으로 표현해내는 그의 연기는 ‘장수’를 갈수록 빛나게 만든다. 한 쪽의 아우라가 진해질수록 다른 한쪽의 약점은 더 선명해지니, 하모니가 아닌 불협화음으로 느껴질 수밖에.
‘건달’이나 ‘시한부’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앞선 수많은 작품들에 비해 세련되거나 차별화된 지점을 찾기 힘든 가운
방향도 속도감도 잃지 않고 열심히 달렸음에도, 다시금 증명된 설경구의 존재감을 제외하곤 뇌리에 남는 게 없는, 매력 빼곤 다 갖춘 ‘퍼펙트맨’이다. 오는 10월 2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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