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댓글과 우울증으로 세상을 등진 스타들은 온라인 문화가 활성화된 후 십수년간 끊이지 않고 나왔습니다.
국민배우 최진실부터 가수 유니, 그리고 최근 한 달 간격으로 떠난 가수 겸 배우 설리와 카라 출신 구하라까지. 이들은 모두 악성댓글, 우울증과 싸우다 극단적 선택을 했습니다.
비보가 전해질 때마다 악성댓글에 대한 자성론이 대두하지만 더는 자정작용에만 맡길 게 아니라 법 제도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집니다.
생전 "어디서나 당당하게 걷기"라며 밝게 웃으며 노래한 구하라는 개인적인 시련이나 아픔조차도 24시간 소모되는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는 지난 6월 SNS에 악플을 선처하지 않겠다고 경고하면서 직접 우울증을 토로했습니다.
그는 "연예인 그저 얻어먹고 사는 사람들 아니다. 그 누구보다 사생활 하나하나 다 조심해야 하고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고통을 앓고 있다"며 "여러분의 표현은 자유다. 그렇지만 다시 악플 달기 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볼 수 없을까요"라고 호소했습니다.
지난달 세상을 떠난 그룹 에프엑스 출신 가수 겸 배우 25살 설리(본명 최진리)도 지난 2014년 악성 댓글과 루머에 따른 고통을 호소하면서 연예 활동을 잠정 중단한 적이 있습니다.
어린 아이돌 스타들을 가까이서 지켜본 가요계 관계자들은 "악플은 침묵의 살인자"라고 입을 모읍니다. 생각보다 많은 연예인이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훨씬 심한 내적 고통을 겪는다는 것입니다.
2008년 10월, '만인의 연인' 최진실이 세상을 등지자 여당 등에서는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최진실법' 도입을 추진했습니다. 경찰도 사채설 등 근거 없는 루머와 고인의 극단적 선택이 무관하지 않다고 본 탓입니다.
그러나 위헌 논란과 '표현의 자유'를 외친 인터넷 업계, 야당의 극렬한 반대 속에 실명제는 무산됐습니다.
그로부터 약 10년 뒤, JTBC2 예능 '악플의 밤'에 출연해 악성댓글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히는 등 악성댓글에 담담하게 싸우던 설리가 갑작스럽게 안녕을 고하면서 악성댓글 근절을 위한 제도 보완론은 다시 고개를 들었습니다.
댓글마다 악성댓글에 대한 자성론이 일고, 과거에는 실명제에 반대한 야당 위주로 정치권에서도 '설리법' 발의 계획 등이 흘러나왔습니다. 이를 전후로 연예계에서도 악성댓글에 법적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확연하게 늘었고, 연예인들 역시 소셜미디어를 통해 악성댓글에 대한 불쾌한 심경을 스스럼없이 토로하는 사례가 확산했습니다.
그러나 설리의 죽음으로도 법 제도의 변화는 없었습니다. 다만 특기할 만한 것은 네이버와 경쟁 관계인 대형 포털사이트 다음이 연예 기사 댓글난을 잠정적으로 폐지한 일이었습니다. 카카오는 이와 더불어 실시간 검색어도 손을 보며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네이버는 댓글을 폐지하지는 않는 대신 뉴스 악성댓글 필터링을 강화했습니다. 욕설이 들어간 댓글은 아예 노출이 안 되는 식의 방법을 썼습니다. 기타 네이트 등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기존 댓글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습니다.
설리 사건 후 약 한 달 만에 구하라가 사망하자, 이제 제도 보완을 더는 미룰 수 없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톱배우들이 소속된 한 연예기획사 대표는 "포털도 포털이지만, 악플러를 잡았을 때 더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 물론 지금 벌금형도 형벌이지만 사람들은 운전 법규 위반 시 '딱지' 떼듯 벌금을 내는 솜방망이 처벌
그는 이어 "또 소속사에서 법적 대응을 하려 해도 인스타그램,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외국 회사라 악플러 IP 주소를 주지 않는다. 디씨인사이드 등 국내 커뮤니티 역시 마찬가지다. 심지어 영장이 발부돼도 안 주는 경우도 있다. 법 제도로 강제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