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이 가난하진 않지만) 그저 연극이 하고 싶어 뛰쳐나오면서 경제적으로 어렵게 지냈어요. 남이 잘되면 배 아파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많은 분들이 함께 기뻐해주시고 칭찬해주시니 감사하고 행복해요. 내년에도 내 속도대로 주변을 살피며 살 거예요.”
배우 이정은(49)의 전성기가 활짝 열렸다. 2019 연예가의 가장 값진 발견, 모두의 박수 속에서 열린 그녀의 꽃길이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드라마 ‘동백꽃 필무렵’에서 한계 없는 연기력을 뽐내며 올해 최고의 배우로 떠오른 이정은이다. 지난 21일 열린 ’제40회 청룡영화싱’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그 어떤 수상자보다 뜨거운 호응과 격려 속에서 무대에 올라 진심어린 소감으로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벌새’ 김새벽, ’기생충’ 박소담, ’극한직업’ 이하늬, ’변신’ 장영남까지 쟁쟁한 배우들을 제치고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는 “함께 호흡을 맞춘 파트너 박명훈이 내게 ‘너무 늦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아니냐’고 하더라. 스스로 생각하기에 이만한 얼굴이나 몸매가 될 때까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나 싶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운을 뗐다.
이어 “봉준호 감독이 매일매일 장면을 생각하고 고뇌하고 괴로워하는 걸 보면서 공부가 많이 됐다. 타고난 것만이 전부가 아니란 걸 온몸으로 깨달았다”며 “좋은 작품, 좋은 캐릭터를 만난 것도 행운인데 ‘기생충’으로 너무 큰 주목을 받으니 겁도 나더라. 그래서 스스로 안일해질까봐 더 멀리로 떠나 치열하게 연기에 임했다”고 눈물을 흘렸다.
그러면서 “조금은 쉬어도 되겠구나, 마음을 편히 가져도 되겠구나라는 생각이 새삼 든다.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녀의 진심어린 고백에 MC를 맡은 김혜수를 비롯해 지켜보는 많은 동료들은 함께 눈물을 글썽였고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다.
한양대 연극영화과 출신인 그는 1991년 연극 ‘한 여름 밤의 꿈’으로 데뷔 한 후 무대 연기로 내공을 다진 뒤 다채로운 연기로 오랜 기간 고군분투 해왔다. 일찌감치 ‘엄마’ 역할을 맡아 애절한 모성애부터 파격적인 연기까지 모두 섭렵해왔다. 배우 김윤석의 감독 데뷔작 ‘미성년’에서도 짧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미친 존재감 그 자체로 찬사를 받았다.
업계에선 소문난 선수이지만 대중에겐 다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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