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2016년 알파고 대결 이후 느낀 소회를 털어놨다.
18일 방송된 SBS 예능프로그램 ‘토크가 하고 싶어서’에는 이세돌 9단이 출연해 AI들과의 대국을 했던 심정을 털어놨다.
2016년 알파고와의 대결에 대해 이세돌은 “나에게 바둑은 이기고 지는 게임이 아니라. 둘이 만드는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을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그는 “내가 배운 건 예술인데 AI와의 대결이 어떻게 예술이 되겠냐. 그렇다보니 더 이상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알파고와의 대결 이후엔 6kg나 빠졌다고. 이에 대해 이세돌은 “제가 그때 기계를 무조건 이긴다. 바둑인데 무한대에 가까운 바둑의 경우 수에서 AI가 아직 멀었다고 생각했다”며 “전문가들의 말을 귀담아듣고 준비를 해야 했는데 제가 그거에 너무 빠졌었다”고 말했다.
이동욱은 “1국 때 표정이 굳어지면서 한 대 맞은 듯한 표정을 지으셨던 게 생각난다”라고 물었다. 이에 이세돌은 당시를 회상하며 “초반에 몰리다가 중후반에 내가 만회하던 시점이었다. 역시 AI는 후반에 약하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알파고의 결정적인 한수를 둘거라고 생각을 못했다. 내가 있는 집에 알파고가 한 수를 두자 승산이 없다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세돌은 “그 한 수를 두고 난 뒤에 나는 이세돌이 나를 봐준 건가 싶었다. 일부러 그 수를 두기 위해 나를 유도한건가 싶었다”며 “당시에 그 수가 자신의 세력을 공고히 하는 수를 둘 거라고 생각했는데 엄청난 공격적인 수를 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당시 가족들이 다 보고 있었는데 첫판 지고 너무 미안했다. 그 마음을 표현을 많이 못했다. 알파고한테 지고 나니까 속상해할 아내와 딸을 생각했다”고
이를 듣던 이세돌 아내 분은 눈물을 훔치며 “그 때 남편이 내색을 안 해서 괜찮은가 보다 했었다. 저한테 감정 표현 자체를 안하는 편이다”며 “알파고와의 세 번째 대국이 결혼기념일이었다는 걸 생각을 안하고 있다가 기사를 보고 알게 됐다”고 말했다.
이세돌은 “세 번째 대국 때 패하고 G사에서 결혼기념일에 와인을 선물했었는데 얄밉다는 생각을 했었다”며 “나는 원래 이겨서 달콤한 10주년을 기념했으면 했는데 3연패를 했다”라고 털어놨다.
네 번째 대국에서 신의 한수를 낸 것에 대해 이세돌은 “알파고는 초반이 약할 거라고 착각했었다. 초반에 승부를 거는건 어리석은 짓이라는 걸 알게 됐다”며 “경기 중반 수비만 하다가 78수를 냈는데 인공지능이 예상하지 못한 수라 버그가 일어난 거 같았다”고 전했다.
78수 이후로 이상해진 알파고에 대해 알게 됐냐는 물음에 이세돌은 “그래도 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몇 번 진행하니까 뭔가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이 들었다”며 “이후로 알파고가 제대로 두질 못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아자황에 대해 이세돌은 “기계인줄 알았다. 진짜 로봇이랑 두는 건줄 알았다. 화장실도 안가셨다”
최근 AI한돌과의 대결을 수락한 이유에 대해 이세돌은 “은퇴기념 대국을 하고 싶었다. 개인적인 욕심이다”며 “개인적으로 아는 기사분들이 있었는데 거절하기 부담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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