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이슬러의 그랜드 체로키 디젤 모델을 시승했다.. 이번에 출시된 신형 그랜드 체로키 디젤은 기존 3.6 가솔린 모델보다는 연비가 4.1km/l 좋고, 이전 디젤 모델에 비해서도 연비가 24% 정도 향상됐다.
인디언 부족인 '체로키' 부족에서 이름을 따 온 그랜드 체로키는 넓은 사막과 험로를 거침없이 질주하는 인디언을 떠올리게 한다. 강력한 오프로드 성능을 자랑하기 때문이다.
거기 오프로드 전용 SUV임을 잊게 만드는 온로드 주행 성능까지 겸비돼 있다. 출시 전부터 폭스바겐의 오프로드 머신인 투아렉을 경쟁 상대로 지목할 만큼 그랜드 체로키에 대한 크라이슬러의 자신감은 대단했다.
◆ 입이 벌어지는 커다란 차체와 강렬한 7선 그릴
그랜드 체로키는 첫 인상부터 커다란 차체와 굵직한 디자인으로 보는 이를 압도시킨다.
국내 출시된 짚(Jeep) 모델 3종(랭글러, 컴패스, 그랜드 체로키) 중 가장 큰 대형 SUV인 만큼 그랜드 체로키의 외관상 특징은 무척 크고 매우 간결했다. 전면부에 장착된 짚 특유의 7선 그릴만으로 그랜드 체로키의 엣지가 살아난다.
그랜드 체로키는 기존 모델에 비해 프론트 오버행(차 앞바퀴 축에서 전면 범퍼까지의 길이)을 짧게 줄여 스포티한 부분도 살렸고, 매끈한 바디 라인으로 세련됨을 더했다. 오프로드 주행 시 차체 손상을 최소화 하기 위해 범퍼 하단에 무광 플라스틱을 적용하는 등 섬세함도 엿보였고, 네모난 휠 하우스도 인상적이다.
◆ 넓고 단조로운 공간…역시 남자의 차
실내를 살펴보기 위해 차에 올랐다. 커다란 덩치만큼 차체의 높이도 높았다. 키작은 여성은 조금 불편하게 여기는 듯 했다. 그랜드 체로키의 전고는 1765mm로 동급 차량에 비해서도 높은 편이다.
운전석에 앉자 넓은 실내 공간에 감탄이 먼저 나왔다. 1935mm나 되는 차의 넓이만큼 모든 공간이 여유롭다. 2열도 마찬가지다. 머리 공간도 넉넉해서 오프로드나 과속방지턱을 넘을 때 머리 조심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다. 무릎 공간은 성인 남성이 다리를 꼬고 앉을 수 있을 정도로 넓었다. 트렁크 공간은 평상시에는 1028리터로 뒷좌석을 접으면 1934리터까지 넓어진다. 뒷자석은 6:4로 접힌다.
그랜드 체로키의 실내 디자인은 전체적으로 메탈과 우드를 적절히 섞어 소재 자체의 고급스러움은 잘 살렸다. 그러나 레이아웃 자체가 워낙 단순해 고급스러운 느낌 보다는 간결함이 돋보인다.
대시 보드는 센터페시아를 중심으로 좌우 대칭으로 이뤄졌다. 센터페시아에는 내비게이션과 각종 조작 버튼들이 위치해 있는데 안쓰는 빈 버튼들도 눈에 띄었다. 빈 버튼은 가솔린 모델에 적용된 열선 스티어링휠과 냉방시트 버튼이다. 가솔린 모델에는 2단 파노라마 썬루프가 적용됐지만 디젤 모델에는 썬루프가 제외됐다. 내비게이션은 게기반과 동일한 라인에 있어 시인성은 좋았지만 차체에 비해 모니터 크기가 너무 작았고 화질도 좋지 않았다.
그러나 넓고 두툼한 스티어링 휠의 감촉은 만족스러웠다. 스티어링휠 오른쪽에는 크루즈 컨트롤 조작 버튼이, 왼쪽에는 주행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버튼들이 자리하고 있다. 휠 뒷편에 오디오 조작 버튼이 달려 있는 점은 특이했다.
◆ 크고 무거운 차체…달릴수록 진가 발휘
본격적인 주행을 위해 시트를 조정했다. 시트감은 조금 딱딱한 편이었는데 오랜 시간 주행해도 불편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시동을 걸자 낮게 깔린 엔진음이 기분 좋게 들렸다. 최근 출시되는 디젤 차량들이 엔진 소음을 최소화 시키는 경향이 있는데 그랜드 체로키는 무조건 억제하기 보다는 듣기 좋을 정도의 엔진음을 낸다.
그랜드 체로키의 초기 가속 느낌은 조금 더뎠다. 당연한 이야기다. 2.4톤에 육박하는 무거운 차체를 초반부터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아무리 힘이 쌘 엔진을 달고 있더라도 무리다. 그러나 조금 속도가 붙자 차체가 강력한 엔진의 탄력을 받아 예상보다 빠르게 가속된다는 느낌이 몸에 전달됐다. 하지만 제동력이 우수해 불안하다는 느낌은 없었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새롭게 업그레이드 된 V6 3.0 터보 디젤 엔진이 장착돼 최고출력 241마력, 최대토크 56.0kg.m의 강력한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실용영역인 1800~2800rpm 사이의 넓은 영역에서 최대 토크가 발휘돼 탄력적이고 강력한 주행 성능을 발휘한다. 5단 자동변속기의 기어비도 촘촘한 편이어서 자주 이용되는 실용구간에서의 성능은 만족스럽다.
속도를 더 올려 고속 주행을 시작했다. 120km/h에서 180km/h까지 도달하는데 별다른 어려움 없이 빠르게 속도가 올라갔다. 고속에서의 주행 안정감과 정숙성이 워낙 탁월해 게기반을 보지 않는다면 속도감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 연비 테스트 해봤더니…고속도로 9.17km/l, 막히는 도심 7.35km/l
그랜드 체로키의 실제 주행 연비를 테스트 했다. 그랜드 체로키의 공인연비는 11.9km/l로 경쟁 모델인 투아렉 3.0 디젤(11.6km/l)과 비슷한 수준이다.
먼저 서울-춘천 고속도로를 타고 고속주행에서의 연비를 확인했다. 실 주행 연비인 만큼 에어컨을 끈나거나 엑셀과 브레이크를 살살 밟는 등 연비운전에 신경쓰지 않고 시속 100~180km까지 달렸다. 서울에서 강릉대까지 약 102km의 거리를 1시간 10분 정도 달려 도착했다. 차를 멈춘 뒤, 확인한 결과 9.17km/l의 연비가 나왔다. 생각보다 높지 않은 수치였다. 대부분의 디젤 차량은 고속 주행에서 공인연비를 4~5km/l 웃도는 연비가 나오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길에 한 번 더 측정했지만 결과는 비슷했다.
그러나 막히는 시내길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아침 출근길, 동부간선도로를 뚫고 역삼동까지 이동하면서 연비를 테스트했다. 총 25km를 주행하는데 1시간 40분 정도가 걸릴 정도로 교통체증이 극심한 상황이었다. 주차장에 들어서 연비를 확인한 결과 7.35km/l가 나왔다. 막히는 길에서 디젤차량의 연비는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것이 보통인데 그랜드 체로키는 공인연비와 불과 30% 정도 차이가 났을 뿐이다.
◆ 언제 어디서든 최고의 주행 능력 뽐내는 팔방미인
항시 4륜구동 방식으로 움직이는 그랜드 체로키의 주행성능은 코너에서 그 진가가 나타났다. 차체가 높아 무게 중심이 높음에도 불구하고 네 바퀴가 지면과 착 달라붙어 안정감이 느껴진다. 스포츠카처럼 칼날같이 날카로운 코너링 까지는 아니지만 좌우 쏠림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안정적으로 코너를 빠져나갔다.
오프로드를 위해 만든 차량 답게 험로에서도 차체 흔들림이 적고 안정적으로 돌파하는 능력이 발군이다. 좁은 산길을 덜컹거리면서 달리는데도 균형을 잘 잡으며 운전자가 의도한 대로 나아간다. 불안하기는 커녕 오프로드 주행이 재밌어질 정도다.
시내에 들어서 유턴을 하려고 했는데 걱정이 들었다. 3차로에 택시가 정차하고 있어 한 번에 유턴을 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신호가 바뀌자 별일 아니라는 듯이 유유히 좁은 공간에서 유턴을 성공시켰다. 그랜드 체로키의 전폭은 1935mm로 대형 세단인 에쿠스에 비해서도 35mm 넓지만, 차체 회전 반경이 작아 좁은 도로나 차들이 많은 도심을 주행하는데 불편하지 않다.
그랜드 체로키에는 셀렉-테레인(Selec-Terrain) 시스템이 적용됐다. 각 주행 상황에 따라 스포트(sport), 눈길(snow), 자동(auto), 모래(sand), 락(rock) 등 5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 가능해 온로드·오프로드 뿐 아니라 주행 상황에 맞는 최적화된 주행이 가능하다.
전승용 기자 / car@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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