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무와 배추를 계속 들고 찬 바닥에서 장시간 쪼그려 앉아야 하는 김장철에는 몸 이곳저곳이 아픈 주부들이 늘어난다. 갑자기 어깨와 무릎의 관절이 혹사당해 손상을 받기 때문이다. 이러한 통증을 내버려두면 자칫 ‘회전근개파열’이나 ‘퇴행성관절염’까지 악화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실제로 주부들은 요즘처럼 기온이 쌀쌀해지면 어깨 근육의 탄력성이 저하된다. 이 상태에서 무거운 무‧배추를 들거나 양념을 버무리고 속을 다듬는 것은 어깨관절 마모나 염증, 파열 등이 생기는 원인이 된다. 또한, 어깨, 목, 허리, 무릎 등 주요 관절부위에도 통증이 나타난다.
평소 관절과 주변 인대 및 근육이 약해져 있거나 노화로 인해 퇴행이 시작된 주부라면 최악에 경우 무릎 부근에 퇴행성관절염이 올 수 있다. 또한, 돌발성 ‘회전근개파열’ 같은 어깨질환까지 생긴다.
회전근개는 어깨의 극하근, 소원근, 견갑하근, 극상근 네 개의 힘줄로 구성된 근육으로 팔을 돌리거나 회전시키는 역할을 한다. 김장 후, 어깨에 지속적인 통증이 느껴지고 팔을 옆으로 틀어서 위로 올리거나 ‘만세’ 자세 등이 힘들다면 회전근개파열을 의심해 봐야 한다.
이러한 어깨통증이 있다면 먼저 어깨관절의 사용이나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임상 경험상 김장 후, 어깨가 아프면 오십견이나 어깨가 굳은 탓인 줄 알고 팔을 뒤로 꺾거나 어깨를 돌리는 운동을 수시로 하곤 한다. 하지만 회전근개에 파열이 있다면 이러한 어깨운동은 파열범위를 더 넓힌다. 또한, 견봉(견갑극의 바깥쪽 끝 부분으로 어깨의 볼록한 부분)과의 마찰이 심해지고, 퇴행성관절염까지 올 수 있다.
김장하는 동안 주부들의 자세 역시 문제다. 김치 담글 때, 주로 쪼그려 앉아서 일하는 탓에, 무릎관절은 막대한 하중을 받는다. 신체역학상으로 볼 때, 이러한 자세는 체중의 최대 7배에 해당하는 하중을 관절에 집중적으로 가한다. 이 때문에 주변 근육과 인대에 손상을 일으키며 퇴행성관절염도 가져온다.
무릎에 통증이 있을 때 주부들은 찜질이나 파스를 붙이곤 한다. 연골판이 손상됐다면 재생이 힘들어서 보존적 방법으로는 한계가 있다. 오히려 통증이나 불편함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조기치료를 통해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고 관절을 강화시키는 것이 최고의 방법이다.
이들 질환의 치료법으로는 우선 진통제나 소염제 등의 약물을 투입하고 경과를 지켜본다. 이후 가벼운 상태라면 물리치료, 주사요법, 체외충격파 시술 같은 비수술적 방법으로도 치료할 수 있다.
체외충격파 시술은 충격파를 병변에 가해 혈관의 재형성을 촉진하고 인대 및 주변조직을 강화할 수 있다. 견관절의 석회성 건염이나 회전근개 건증, 오십견, 관절염 등에도 적용된다.
파열이나 무릎 연골의 손상이 심하면 수술이 불가피하다. 최근에는 최첨단관절내시경장비를 이용해 모세혈관까지 관찰하면서 최소한의 절개로 치료하는 것이 가능하다. 절개부위도 2cm 미만에 불과해 환자의 부담이 적고 통증과 출혈도 거의 없다.
회전근개파열환자와 관절염환자는 일상생활에서 관절 사용을 자제하고 반드시 휴식을 취해야 한다. 통증을 유발하는 자세나 노동 역시 가급적 삼가는 것이 좋다. 온수로 목욕을 자주 하는 것도 통증을 완화하고 회복속도를 빠르게 한다. 또 회복운동은 전문의 처방 하에 통증이 제거된 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김장철 관절을 보호하기
[하이병원 김영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