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이동에 사는 최 모(29, 여자)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변비로 고생을 했다. 그동안 변을 볼 때마다 약간의 통증과 피가 조금씩 휴지에 묻어 나오는 일이 있었지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지냈다.
하지만 화장실에 자주 가지도 못하지만 한번 갈 때마다 오랜 시간 힘을 쓰느라 기운이 다 빠졌고, 심할 경우 항문이 찢어지는 듯 한 통증 때문에 화장실 가는 것을 꺼리게 됐다.
하지만 3개월 전 항문이 찢어지는 것 같은 통증 때문에 눈물을 한바탕 쏟고 나서야 병원을 찾았고 만성치열 진단을 받았다.
10대부터 30대까지 젊은 여성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변비는 자칫 큰 고통이 수반되는 치열로 발전할 수 있다.
치열은 치핵, 치루와 함께 치질의 3대 질환으로 배변 시 항문이 찢어지는 것으로, 항문이 찢어진 상태가 3개월 이상 반복되면서 괄약근이 노출되고 상처에 세균이 침입해 염증을 일으킨 상태를 만성치열이라고 한다.
유상화 한솔병원 과장(대장항문외과)은 “치열은 남성보다 여성에게 2배 정도 많이 나타나는데, 이는 여성의 경우 임신이나 다이어트로 인한 변비 환자가 많기 때문”이라며 “임신 중에는 임신을 유지시키는 황체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이 호르몬은 장 운동을 저하시켜 변비를 유발한다. 또 다이어트를 하느라 지나치게 식사량을 조절하다 보면 변의 양이 줄고 딱딱하게 굳어져 변비나 치열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변비는 치열을 일으키는 가장 큰 원인으로 변비가 생기면 딱딱하고 마른 대변 때문에 연한 조직으로 돼 있는 항문에 상처가 생길 수 있다. 또 괄약근이 충분히 이완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힘을 주게 되면 항문이 찢어지는 경우도 생긴다. 이런 상처가 오래되고 변을 볼 때마다 반복되면 상처에 염증이 생기고 괄약근이 노출되고 섬유화가 진행된다.
괄약근이 섬유화된다는 것은 배변 시 충분히 벌어져야 할 항문이 탄력성이 떨어져 충분히 이완되지 않게 되고 항문이 좁아지게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처럼 만성치열이 되면 변을 볼 때마다 좁아진 항문 때문에 상처가 쉽게 생기고 변비가 악화되는 등 악순환이 반복된다.
급성치열을 치료하려면 먼저 변비를 다스리고 약 2주간 좌욕과 약물치료를 병행하면 되지만, 만성치열에는 수술이 요구되는 경우가 있다.
수술은 내괄약근을 부분 절개해 좁아진 항문을 늘려주는 것으로 이뤄진다. 내괄약근의 일부만 조금 절개하므로 위험하진 않지만, 내괄약근을 너무 절단하면 변실금이 발생할 수 있고 너무 조금 절단하면 효과가 없다. 따라서 숙련된 의사에게서 수술을 받아
유상화 과장은 “치열의 고통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변비를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변의가 있을 땐 참지 말고 규칙적으로 변을 보려고 노력해야 하며, 변이 부드러워지도록 인스턴트 음식은 피하고, 섬유질이 풍부한 야채와 과일, 해조류의 섭취를 늘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석영 매경헬스 [hansy@mkhealt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