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2012년부터 강화된 '신 연비 표시법'을 시행하도록 법령을 만들었지만, 정부부처조차 이를 지키지 못하고 있어 주변을 의아하게 한다. 정부가 우왕좌왕 하는 동안 자동차 제조사들 또한 꼼수를 부려 소비자들을 농락하고 있다.
작년 11월, 지식경제부는 강화된 자동차 연비표시 방식을 발표하고 올해 출시하는 차량부터 의무적으로 이를 적용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연비 표시 방식을 이용하면 표시 연비가 평균 24% 가량 하락하게 된다.
그러나 상당수 자동차 제조사들은 헛점을 이용해 올해 상반기에 다수의 신차를 앞당겨 출시하며 기존 측정법에 의한 공인연비를 발표하고 있다. 지경부가 3월 말까지 출시되는 신차에 한해, 기존 측정법으로 연비를 발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기 때문이다.
여러 업체들이 신 연비를 적용하기를 꺼리는 가운데, 일부 수입차 업체들은 정책에 맞춰 앞장서 신 연비를 발표했지만, 오히려 쓸데 없는 짓을 한 셈이 됐다.
1월 출시 예정인 크라이슬러 300C와 포드 이스케이프 등은 이미 신 연비 기준으로 측정 및 발표를 했지만 어떤 곳에도 공식적으로 노출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에너지관리공단 자동차공인연비 홈페이지는 아직 개편되지 않아 구연비만 표시할 수 있을 뿐, 신 연비는 아예 표시할 방법이 없다.
취재 과정에서 이 점을 지적하자, 에너지관리공단 측은 부랴부랴 웹사이트틀 개편하다 오히려 오작동을 일으켰다. 지난 5일에는 해당 페이지가 아예 다운되더니, 600여대의 데이터가 나와야 할 페이지에 겨우 300여대의 데이터만 나타나고 있다.
한 네티즌은 웹사이트 게시물을 통해 "에너지 관리공단 홈페이지도 혹시 디도스 공격을 받은게 아니냐"고 꼬집기도 했다.
이에 대해 에너지관리공단 관계자는 "기존 측정법과 새로운 측정법의 시스템이 다르기 때문에 교체하는데 시스템 충돌이 있었다"면서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정상적으로 이용 가능하게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올해 말까지 모든 차량이 새로운 연비 측정법을 통한 연비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올해는 신 연비 측정법이 과도기인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경부는 또, 1월 1일부터 ‘효율바다’라는 비교사이트를 통해서 달라진 연비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새로운 연비 표기법이 이미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효율바다' 웹사이트는 아직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허둥대는 동안 제조사들은 속속 꼼수를 통해 신차를 내놓고 있다.
지난 2일 르노삼성은 SM5 에코-임프레션을 출시하며 공인 연비가 2.0리터급 최고 수준인 14.1km/l에 달한다며 홍보에 나섰다. 그러나 르노삼성이 규정대로 새로운 연비 측정법을 적용 했다면 얘기는 전혀 다르다. 신 연비 기준으로 계산하면 SM5 에코-임프레션의 연비는 약 10.7km/l 수준으로 기존 모델의 연비인 12.5km/l 보다도 낮게 표시된다.또, 이달 출시된 현대차 2012년형 베라크루즈와 출시를 앞두고 있는 쌍용차 코란도스포츠, 도요타 신형 캠리, 메르세데스-벤츠 신형 SLK 200 블루 이피션시, 미니 디젤 등도 기존 측정 방식에 따라 연비를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올해 1월 신차만 10여대 출시 되는데, 올해 연비 기준이 크게 강화되는 것을 감안해 충분히 준비도 되기 전에 서두르는 것"이라면서 "신차의 경우 유예 기간 없이 새로운 연비기준을 따르도록 정부가 강제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올해부터 새로 바뀐 연비 표시제도는 도심 주행과 고속도로 주행, 복합주행(도심 55%, 고속도로 45%) 등 3가지 수치의 연비를 모두 표시한다. 지경부의 실험에 따르면 새로운 연비 측정법을 적용하면 기존 연비 측정법에 비해 공인연비가 약 20% 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한용∙전승용 기자 / whynot@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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