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 쿠퍼S' 오너가 타본 '디젤 미니 쿠퍼SD'

지난 10일, BMW코리아는 서울 광장동 악스홀에서 미니(MINI) 쿠퍼 디젤의 출시행사를 갖고 국내 시장에서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했다. 그동안 적당한 성능에 연비까지 훌륭한 미니 쿠퍼 디젤이 국내에 정식으로 들어오지 않은 것에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성 넘치는 디자인과 톡톡 튀는 성능에 우수한 연비까지 갖춘 미니 쿠퍼 디젤에 기대감을 앉고 시승에 임했다.

지난번 미니 쿠페 론칭 때는 낮은 속도지만 워커힐 호텔 내부의 굽이진 도로를 돌며 미니의 짜릿한 핸들링 감각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이번엔 광장동 악스홀에서부터 미사리 쪽 방향으로 일정거리를 진행했다가 돌아오는 시승 코스가 마련됐다. 지난 행사에 비해 아쉬운 코스지만, 시승을 마친 후 느낌은 어찌 보면 미니 쿠퍼 디젤에는 꽤나 어울리는 코스라는 생각이 들었다. 코스 도중 몇몇 구간은 도로 가장자리 마진이 적은 곡선코스라 어느 정도는 특성을 느껴볼 수 있었다.

◆ 내·외관에서는 가솔린 모델과 큰 차이 없어

가솔린 모델과 외형상에 다른 점은 찾아보기 힘들다. 단지 테일게이트 우측에 붙어있는 엠블럼에 그레이드를 나타내는 빨간 S자 외에 D자가 같이 붙어있다는 것 정도? 실내의 모습도 마찬가지로 동일하다. 굳이 찾아보자면 디젤모델인 만큼, 계기반의 엔진회전수 한계 표시가 낮은 것뿐이다. 작년부터 적용되기 시작한 비주얼부스트 화면도 동일하다.

◆ 디젤 맞아?…가솔린 모델보다 조용한 쿠퍼 디젤

시동을 걸면 생각보다 조용하다. 미니 쿠퍼 디젤이 특별히 조용하다기 보다는 가솔린 모델이 워낙 시끄러운 편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사실 잘 달리려는 차는 절대 조용할 수 없기 때문에 미니 쿠퍼의 이런 점을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체감소음은 가솔린 모델보다 오히려 조용한 편이다. 달릴 때는 더욱 조용하고 정차 시 아이들링 상태의 정숙성도 뛰어나다.

◆ 여전히 절도 있고 정확한 핸들링

오랜만에 다시 미니의 운전석에 앉으니 감회가 새롭다. 빈틈없는 조작감의 스티어링휠과 절도 있는 방향지시등 조작 레버도 여전하다. 단지 스티어링휠의 무게감은 가솔린 모델에 비해 다소 가벼워진 듯하다.

현대기아차와 마찬가지로 유압펌프 대신에 모터로 구동되는 일종의 MDPS방식의 조향시스템이지만, 조작감이나 주행 중에 손끝으로 전달되는 손맛은 차원이 다르다. 단순히 무겁기만 한 것이 아니고 절도 있고 정확하다. 완전히 내가 원하는 만큼 차를 조정할 수 있는 자신감, 미니의 스티어링휠에서는 그런 것이 느껴진다.

하지만 쿠퍼 디젤은 엔진이 무거워서인지 차량의 앞머리가 반응하는 정도가 가솔린 모델에 비해서 약간은 둔하게 느껴지지만 역시 미니는 미니다. 미니다운 날카로움이 생생하게 반응한다. 도로위의 각종 요철이나 굴곡에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해오기 때문에 스티어링휠을 꽉 잡고 있어야 하는 것 역시 동일하다.

◆ 조금 아쉬운 출력…가솔린 모델에 비해 순발력 부족

미니 쿠퍼 디젤에 올라간 4기통 2리터 디젤 엔진은 최고출력 143마력의 성능을 발휘한다. 일단 수치상으로 보자면 2리터 디젤엔진이 싱글 터보로도 180마력이상을 마크하는 시대인데 아쉬움이 드는 것을 감출수가 없다. 물론 차량의 성능에는 단순 마력 외에도 회전수에 따른 출력 변화의 특성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143이라는 숫자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가볍게 가속페달을 밟으면 반응이 가솔린 모델에 비해 민첩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느린 것은 분명 아니다. 체감하기로 두루뭉술한 느낌이지만 분명 어지간한 차량에 비해서는 가속력이 월등하다. 하지만 역시 가솔린 모델의 앙칼진 회전감이 없어진 것은 크게 아쉬운 부분이다. 감속 도중 재가속을 위해서 미리 쉬프트 다운을 걸어도 가솔린 모델처럼 2~3 단계를 한꺼번에 내려두는 것도 쉽지 않다.

가솔린 모델의 엔진 회전 느낌을 몸이 기억하고 있어서 인지 체감되는 예리함이나 익사이팅한 기분은 덜하다. 순발력도 조금 모자란 듯하다.

◆ 수치상으로는 우수한 연비, 하지만 아쉬운 느낌

미니 쿠퍼 디젤의 연비는 리터당 19.9km다. 시승 시 따로 연비를 체크해 보지 못했으나 발표된 사양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이다. 단지 2리터 디젤을 143마력까지 성능을 낮춘 상태에서의 연비로서는 조금 아쉽다. 상대적으로 고출력인 320d나 520d의 연비를 생각하면 약간은 손해 본다는 느낌까지 든다.

게다가 2.0리터 사양이기 때문에 국내 세법상 여타 다른 중형차와도 같은 세금대우를 받는다. 거기다가 가솔린 모델에 비해서 가격도 150만원 이상 비싸기 때문에, 단순히 연비만 두고 경제성을 따져 차량을 구입하는 데 조금 주저되는 부분도 존재한다.

조혁준 객원기자 / skywolf@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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