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 시리즈의 신작 ‘스카이폴(Skyfall)’에서 제임스본드는 차고 속에서 오랜 잠을 자던 애스톤마틴에 숨을 불어넣었다.
으레 첩보영화에는 공상과학수준의 최첨단 장비가 등장하고 주인공은 최신 스포츠카를 타고 임무를 수행한다. 첩보영화의 대명사이자 가장 성공한 ‘시리즈 영화’인 007은 이번 신작에서 이런 통설을 조금 뒤틀었다.
오는 26일, 007 시리즈 50주년을 기념한 작품이자 007의 23번째 영화인 ‘007 스카이폴’이 개봉한다. 이번 작품은 ‘아메리칸 뷰티’로 아카데미 감독상을 받은 샘멘데스가 감독을 맡았고 2012 런던올림픽 개막식에도 깜짝 등장한 다니엘크레이그가 주연을 맡았다.
이번 시리즈는 그동안의 007과는 사뭇 다르다. 세월엔 장사 없다는게 이번 영화 콘셉트인가보다. ‘천하무적’일 것 같던 제임스본드는 영국 첩보조직 MI6의 체력테스트도 통과하지 못하고 번뜩이는 재치도 예전 같지 않다. 애쓰는 본드의 모습이 쓸쓸하게 느껴질 정도다. 그동안의 007 시리즈처럼 숨 막히는 액션이 끝없이 연결되진 않지만 ‘인간 본드’를 보며 연민을 느끼는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다.
007 스카이폴이 007 시리즈 50주년을 기념하는 만큼 마니아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부분이 많다. 그것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본드카’다. 스카이폴에는 초대 제임스본드의 본드카인 ‘애스톤마틴 DB5’가 다시 등장한다. 심지어 번호판까지 똑같다.
영화에는 재규어 XJ, 랜드로버 레인지로버 등 영국의 최신 차량이 멋진 자태를 뽑내며 등장하지만 이 작고 오래된 차의 ‘포스’를 넘지 못한다. 또 단순한 오마주가 아니라 현역으로서도 힘이 펄펄 끓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야말로 전설이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 애스톤마틴 DB5와 007은 어떤 관계?
차고에서 잠을 자던 애스톤마틴 DB5가 복귀하는 모습은 영화 줄거리와 잘 맞아 떨어져 묘한 일체감을 형성한다. 본드가 비록 늙고 힘겹지만 아직 노련하고 건재하다는 이미지를 이 본드카에 이입해 보여준 것이다. 늙은 본드가 어울리지 않는 신차를 끌고 나왔다면 영화의 드라마적 요소는 송두리째 무너지고 단순 오락영화로 전락했을지 모른다. 차 한대의 선택에도 감독의 깊은 고뇌가 느껴진다.
그동안 007 시리즈에서는 애스톤마틴의 최신 차량이나 BMW Z8, 도요타 2000GT, 로터스 에스프리 터보 등이 화려한 모습을 뽐내기도 했다. 하지만 007 마니아들은 아직도 애스톤마틴 DB5를 최고의 본드카로 꼽는다. 007 시리즈의 역사는 애스톤마틴 DB5와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007 스카이폴 샘멘데스 감독은 “007의 차는 누가 뭐래도 애스톤마틴 DB5”라며 “DB5가 제임스본드와 함께 하는 장면을 재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64년 ‘007 골드핑거’에서 처음 등장한 애스톤마틴 DB5는 1963년 7월부터 제작돼 1965년 9월가지 생산됐다. 쿠페 886대, 컨버터블 123대, 슈팅브레이크 12대가 제작돼 총 1021대만 존재하는 희귀모델이다.
4.0리터 V6 엔진이 장착됐고 5단 수동변속기 또는 4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됐다. 최고출력 282마력(밴티지는 314마력)의 성능을 발휘해 정지 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 시간은 약 7초며 최고속도는 시속 227km다.
애스톤마틴은 당시에도 높은 가격에 판매됐는데 당시 DB5의 가격은 기본형이 4175파운드였다. 한화로 약 750만원 정돈데 당시 물가를 고려한다면 일반인들이 쉽게 생각할 수 없는 가격이었다. 하지만 007에서의 활약 덕분에 DB5는 돈이 있어도 구입하기 힘들었다.
김상영 기자 / young@top-rid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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