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 MBN |
생후 4~6주 동안 모유만 먹은 아이들의 텔로미어가 분유 등을 먹은 아이보다 길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텔로미어는 구두끈의 끝 부분이 풀어지지 않도록 플라스틱으로 싸매는 것처럼 세포의 염색체 말단부위가 풀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부분입니다.
텔로미어는 세포가 한 번 분열할 때마다 점점 풀리면서 그 길이가 조금씩 짧아지고 그에 따라 세포는 점차 노화되면서 죽게 돼 '생명과 노화의 시계'로도 불립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주립대(UCSA) 소아과 재닛 워치스키 교수 등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생후 4~6주까지 모유만 먹은 아이들이 4~5세 때 백혈구의 텔로미어 길이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생후 4~6주 동안 분유, 주스, 설탕물 등을 먹은 또래 아이들보다 텔로미어가 평균 350 염기쌍(bp)만큼, 즉 5% 더 길었습니다.
이후 유아기에 매일 과일주스를 마시거나 소다수를 자주 마시는 아이들도 그렇지 않은 아이들보다 텔로미어가 짧았습니다.
이는 모유 먹은 아이들이 면역력이 더 강하고 지능지수(IQ)가 더 높고 비만에 걸릴 위험은 줄어든다는 등 모유의 장점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연구팀은 밝혔습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그러나 이 연구 결과는 모유와 텔로미어 길이 간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것일 뿐 모유가 텔로미어 길이 증가의 원인이라는 인과관계를 입증한 것은 아닙니다.
출생 직후나 6개월~1년 뒤쯤에도 텔로미어 길이를 재어 비교한 것이 아니고 4~5세 때 단 한 번 측정한 것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UCSA '노화·대사·감정 실험센터' 소장이자 이번 연구에 참여한 논문 저자 중 한 명인 엘리사 이펠 교수는 모유 수유가 텔로미어를 보호할 수도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밝혔습니다. "유전자가 바뀌지는 않아도 적어도 그 일부나마 개인이 통제할 수 있음을 뜻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모유 속 항염증 성분이 텔로미어를 보호하는 효과를 낸 것으로 추정합니다.
또 모유만 먹이는 부모가 상대적으로 '건강한 식사'를 더 챙길 수도 있다는 점 등 모유 자체가 아니라 다른 요인들이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미쳤을 수도 있습니다.
어바인 의대(UCI)의 패틱 와다 박사는 모유 수유로 엄마와 아기 간 애착심과 상호반응이 높아진 것이 텔로미어 길이에 영향을 줬을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와다 박사는 과거 보육원에 맡겨진 아기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선 잘 돌보아
이펠 교수도 "아기들이 어려움이나 돌봄 소홀, 폭력 등에 노출될 경우 심리적 스트레스를 받아 활성산소나 염증 및 스트레스 호르몬 등 텔로미어에 해로운 생화학적 환경이 체내에 조성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임상영양학회지(AJCN) 8월호에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