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제주도는 한동안 마라도 길고양이 문제로 들썩였다. 봄이면 마라도를 찾아오는 철새 뿔쇠오리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길고양이들을 뭍으로 반출해 방사하겠다고 문화재청이 발표했기 때문이다. 대책 없는 방사 결정에 당연히 제동이 걸렸다.
↑ (사진 언스플래시) |
마라도의 길고양이가 세간의 이목을 끈 것은 지난해 5월, 길고양이들에게 공격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고 추정되는 멸종 위기 천연 기념물인 뿔쇠오리 사체 사진이 온라인에 게재되면서부터다. 정말 길고양이가 뿔쇠오리를 공격했는지 진위를 놓고 설왕설래가 오가던 중 지난 1월 문화재청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2월이면 뿔쇠오리가 마라도를 찾아올 것이므로 그 전에 길고양이를 모두 포획해 섬 외부로 방사하겠다고 발표한 것. 일방적 결정에 동물 단체와 일부 주민들이 강하게 반대하자 문화재청은 계획을 보류하고 협의회를 개최키로 했다. 2월부터 문화재청과 서귀포시, 마을개발위원회, 조류보호협회, 동물보호단체 등이 참여해 지난한 토론 과정이 이어졌다.
동물보호단체들은 고양이가 뿔쇠오리를 공격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며, 사료를 먹는 고양이는 새를 잘 공격하지 않는다는 점, 뿔쇠오리가 주로 서식하는 절벽 틈은 고양이가 접근하기 어려우며 오히려 매나 까치, 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 등을 피력했다. 한편 서울대학교 산림과학부와 조류보호협회에서는 고양이가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이며 뿔쇠오리의 최대 위협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지난 3월3일 마라도 길고양이의 절반인 42마리가 본섬으로 강제 이송되었다. 이들은 당분간 제주시의 세계자연유산센터 야외 보호시설에서 지낼 예정이며, ‘제주비건’, (사)제제프렌즈, (사)제주동물권행동NOW, (사)행복이네협회가 돌봄 봉사와 지원을 맡기로 했다. 제주도는 이들의 분양 절차를 진행하는 동시에 3월 말에는 마라도에 남은 길고양이를 추가로 포획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소동은 임시 조치에 불과하다. 마라도 사례는 하나의 샘플일 뿐 전국 각지에서 언제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더 근본적으로 살펴야 할 것은 생태계를 두고도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인간의 편협함과 이기심이다. 이번 문제가 불거졌을 때 마라도에 서식하는 길고양이는 60~70마리 정도였다. 애초 이들이 섬에 서식하기 시작한 데는 사람의 필요와 욕구가 있었다는 점을 상기해야 한다. 10년 전 마라도 주민들이 쥐를 잡을 목적으로 뭍에서 고양이를 들여왔고, 이후 중성화를 하지 않아 개체수가 부쩍 늘었다. 고양이의 쓰임에만 집중하고 그들의 생존에는 무책임했던 결과에 다름 아니다. 그러고는 ‘멸종 위기종’이 된 뿔쇠오리를 보호하겠다며 쓸모를 초과한 고양이들을 배척한다. 먼 미래 어느 날 고양이가 ‘멸종 위기종’이 된다면 그때는 다른 희생양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태계 내의 공존과 조화를 위한 노력에 더 집중하지 않으면 이 같은 사태는 무한 반복될 것이다.
내가 밥을 챙겨 주는 동네 길고양이들도 일부 주민들에겐 눈엣가시다. ‘시끄럽다’와 ‘화단에 똥을 눈다’가 주된 이유다. 그들 덕분에 쥐가 적거나 없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은 고려할 의사가 없어 보인다. 그저 당장의 불편이 고양이의 생명을 재는 기준이다. 시의 지원을 받아 길고양이들을 중성화시키는 중이지만, 좀처럼 포획이 어려운 아이들도 있다. 개와 고양이의 중성화를 두고 인간의 편의만 생각한 이기적인 행위라고
[글 이경혜(프리랜서, 댕댕이 수리 맘) 사진 언스플래시]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72호(23.3.28)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