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에게 새롭게 다가온 선택지
「NYT」 “2022년 비해 미 난자 냉동 37% 급증”
메타· 애플, 냉동 비용 지원
지난 6월 29일 미국 「뉴욕타임스」는 2023년 미국 전역에서 난자 냉동 시술이 2022년에 비해 37% 급증했다고 전했다. 난자 냉동 시술 횟수가 7,600회였던 2015년에 비해 2022년에는 2만 9,803회로 7년 만에 300% 증가했다. 난자 냉동에 건강보험 혜택을 준 대기업도 늘어났는데 특히 메타와 애플은 난자 냉동 비용을 2만 달러까지 지원해 주고 있다.
#1 하루에도 수십 개의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성수동. 여기에 지난 8월 12일부터 25일까지 조금 ‘이색적인 팝업스토어’가 열렸다. 4층 건물 전면에는 ‘지금저장소’라는 핑크빛 현수막이 걸렸다. 팝업스토어의 정체는 바로 ‘난자 냉동 팝업스토어’. 난임치료 전문병원 서울 마리아병원이 연 ‘지금저장소’에서는 난자 냉동을 주제로 전문의들이 많은 여성의 임신, 난자 냉동 등에 관한 궁금증과 고민을 상담했다.
#2 지난 6월 7일 기획재정부와 보건복지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등에 따르면 정부가 난자 냉동에 드는 비용을 지원 추진을 논의 중이라고 한다. 물론 비용 부분에서 난자 냉동 혹은 냉동 보관까지 포함해 지원할지 등의 구체적인 부분은 아직 논의 중이다.
난자 냉동은 우리나라 여성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희망을 담은 ‘삶의 계획서 혹은 선택지’가 되었다. 미국 생식의학회는 여성에게 의료진이 난자 동결의 효과와 안전성, 이익과 위험, 건강 영향의 불확실함을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아야 하며, 냉동과 해동 난자의 임신 성공률 등 해당 병원의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커리어에 대한 열정 vs 엄마가 되고 싶은 희망
현재 보존 중인 개수는 10만 5,523개, 과연 어떤 수일까? 바로 2023년 전국 의료기관에서 보존하고 있는 냉동 난자의 개수이다. 보건복지부 통계로 수치만 봐도 2020년 4만 4,122개에서 3년 만에 거의 2.5배가 증가했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 2020년 보고서에 따르면, ‘비의료적’ 가임력 보존 시술을 받는 여성, 즉 난자 냉동을 한 여성이 2016년 231명이었으나 2년 만에 3배 가까이 증가했다. 국내 유수 차병원그룹에 따르면 산하 5개 난임센터에서 시술한 난자 냉동 건수가 2019년 599건에서 2022년 1,131건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7년 22만 1,272명이었던 불임 및 난임 시술 이용 환자 수는 2021년 25만 2,298명으로 늘었다고 한다. 오정연, 솔비, 서동주 등의 방송인, 유명인들은 이미 방송에서 자신의 난자를 냉동했다고 밝혔다. 난자 냉동은 막연하게 ‘지금은 미혼, 나중에 결혼과 임신’이라는 차원을 떠나 여성의 삶의 질과 속도, 현재의 일에 대한 열정과 미래의 엄마가 되고 싶다는 희망이 빚어낸 하나의 사회 현상이다.
우리나라 여성의 결혼 평균 연령은 31.5세로 높아졌다. 해서 2023년 우리나라의 첫째 아이 출산 여성 연령도 33세로 OECD 38개국 중 가장 높다. 사실 이제 주변에서 40세 안팎에서 초산을 하는 여성이 드문 일이 아니다. 이제 이를 ‘노산老産’이라 부르지도 않는다. 여기에 난자 냉동이 고민에 대한 하나의 선택지로 등장했다. 여성들이 능동적이고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의 계획과 임신 계획을 수립할 수 있는 의료적 방법이기 때문이다. 여성들에게 새롭게 다가오는 희망을 담은 ‘삶의 계획서 혹은 선택지’가 된 것이다.
난자 냉동은 미혼, 기혼 여성 모두 가능하지만 배아 냉동은 결혼한 부부 혹은 사실혼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배아 냉동은 채취한 난자뿐 아니라 정자도 채취해 수정을 유도하고 배양 과정 후 배아를 영하 196도의 질소 탱크에 넣어 냉동 보관하는 것이다.
난자 냉동 비용 300만~500만 원
난자 냉동은 여성의 생식 능력을 보존하기 위한 시술이다. 이는 난임과 불임 등 자연 임신이 안되는 경우 혹은 암을 비롯한 난치병으로 항암제 투여, 방사선 치료 등 임신에 신체적으로 위험한 치료가 필요한 여성들이 치료 전 선택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당장의 임신’이 아닌 ‘미래의 임신’을 위한 일종의 보험적 성격이 짙어졌다. 물론 최근 의료술의 획기적 발달과 냉동과 보존, 해동 기술의 발전으로 난자 냉동이 더 늘어난 것도 사실이다.
난자 냉동에는 많은 절차와 치료 그리고 시술이 따른다. 모두가 원한다고 다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먼저 난자 채취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초음파와 호르몬 등을 검사한다. 그리고 10~20개 사이의 난자를 채취하기 위해 과배란을 유도하는 호르몬 주사를 5~10일간 매일 투여해야 한다.
이후 성숙한 난자를 채취해 동결하고 보존한다. 냉동 보존된 난자는 후에 해동해 체외 수정을 통해 가임을 시도한다. 여기서 난자 냉동과 구분할 것이 배아 냉동이다. 난자 냉동은 미혼, 기혼 여성 모두 가능하지만 배아 냉동은 결혼한 부부 혹은 사실혼 관계에서만 가능하다. 배아 냉동은 채취한 난자뿐 아니라 정자도 채취해 수정을 유도하고 배양 과정 후 배아를 영하 196도의 질소 탱크에 넣어 냉동 보관하는 것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난자 냉동은 아직 비보험이다. 해서 약 300만~500만 원 선의 비용이 필요하다. 여기에 주사제, 냉동 보존비 등의 비용이 따로 든다. 이 같은 가격이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해서 정부는 비용의 일부를 지원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는 출산 의지는 있지만 개인적 어려움 때문에 임신과 출산을 꺼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사회 일각에서는 재원 투입에 비해 실효성이 낮아 지원 대상 선정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는 2023년 9월 전국 지자체 중 처음으로 난자 동결 시술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20~49세의 서울시 거주 여성에게 1인당 최대 200만 원을 보조하는 시범 사업으로 총 300명 신청을 받았다. 우리나라의 난자 냉동 비용은 미국에 비하면 저렴한 편이다.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를 보면 난자 채취 비용은 시술 당 8,000달러, 1,070만 원이고 호르몬 주사 비용은 2,000~5,000달러, 냉동 보존 비용으로 매년 400~800달러를 내야 한다. 해서 일부 미국 여성들은 다른 나라로 가 난자 냉동을 한다고 한다.
의사들의 추천은 ‘만 35세 전후’
전문가들은 난자 냉동이 미래의 임신과 출산을 100%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여성은 날 때부터 100만~200만 개의 난자를 가지고 태어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 수가 줄어들며 난자의 기능이나 질도 저하된다. ‘미국산부인과의사협회ACOG’는 20대~30대 초반이라면 생리주기마다 임신 가능성이 25%이지만 40세가 되면 10%로 줄어들고, 45세가 되면 자연임신 가능성이 거의 없어진다고 설명한다.
대한성학회(회장 민권식 부산백병원 교수) 춘계학술대회에서 구화선 베스트오브미여성의원 원장은 ‘난자 동결 보존’ 주제 발표에서 “35세 이전에 난자를 냉동하면 10개의 난자로 임신 확률을 50%까지, 17개를 얼리면 70%, 26개를 냉동하면 90%로 높아진다”고 전했다.
물론 난자 냉동 과정에서 신체적 부작용도 염두에 둬야 할 부분이다. 과배란을 위해 주사하는 호르몬에 의해 간질액 증가로 복수가 차거나 신부전, 호흡곤란, 혈전증 등이 발생할 수 있고 두통, 오한, 오심, 체중 증가 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캐나다의학협회저널CMAJ‘에 게재된 ‘사회적 난자 냉동: 위험, 이점 및 기타 고려사항’에 의하면 난자 동결 시술 대표적 부작용은 난소를 자극해 생기는 ‘난소과자극증후군’이다. 또한 환자의 0.1~2%가 혈전, 호흡곤란, 복통, 탈수 및 구토 등 심각한 증상으로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고 한다.
2020년 한국의료윤리학회지에 실린 ‘난자의 비의료적 보관 증가에 따른 법적·윤리적 쟁점과 관리 방안 연구’를 살펴보자. 여기서는 ‘인위적 지연에 대한 책임과 부담’을 지적했다. 즉 ‘난자 동결이 미래의 임신 가능성을 완전히 보장하지 못하는데 마치 그런 것처럼 인식되며 임신 연령을 늦춰 사회적 비용의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하고 있다. 미국 생식의학회는 여성에게 의료진이 난자 동결의 효과와 안전성, 이익과 위험, 건강 영향의 불확실함을 설명한 뒤 동의를 받아야 하며, 냉동과 해동 난자의 임신 성공률 등 해당 병원의 통계를 공개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그럼에도 난자 냉동이 많은 여성들에게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혜택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모든 행위에는 명분, 실리가 있다. 난자를 얼리냐, 마느냐의 문제는 물론 여성의 개인적이고 자율성에 의거한 판단이지만 그에 앞서 많은 공부와 함께 고민이 필요한 문제이다.
[글 권이현(칼럼니스트) 사진 픽사베이]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50호(24.10.15)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