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람들은 위기에 침착하게 대응하는데 한국 인터넷에 오히려 헛소문이 너무 많이 떠도는 게 문제예요"
일본 미야기(宮城)현의 센다이(仙臺)시 아오바(靑葉)구의 한국 총영사관 강당에서 12일부터 사흘째 숙식을 해결한다는 교민 A씨(30대.주부)는 14일 오전 연합뉴스 기자에게 이같은 불만을 털어놓았다.
영사관에서 멀지 않은 아파트 2층에 산다는 A씨는 지진이 처음 난 11일 집에 머물다가 12일 오전 초등학교 5학년과 2학년인 두 아이를 데리고 영사관으로 이동했다고 한다.
"센다이의 건물은 워낙 튼튼해서 아파트 자체가 어떻게 될 리는 없겠지만, 가재도구가 다 넘어지고 해서 아이들이 두려워할까 봐 걱정이 되더라고요"
영사관에 모인 교민은 11일 밤만 해도 3∼4가족 20여명에 불과했지만, 12일 급속하게 불어나 저녁에는 150∼200명에 이르렀다.
총영사관 직원들은 개인 비용을 염출하고, 집에 있던 이불까지 들고 와 갑자기 불어난 교민들에게 숙식을 제공하려고 애를 쓰는 걸로 보였지만, 인터넷에 뜬 '믿거나 말거나' 식의 괴담에 힘이 쭉 빠져하더라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내용은 '센다이 총영사관 직원들이 자기들은 밥을 먹으면서 교민들은 주지 않더라'는 것.
A씨는 "영사관측이 12일 저녁에 큰 통으로 밥을 두 통 준비해서 여성들과 아이들에겐 쌀밥과 고기를 먹였지만, 나중에 도착한 남성들 일부가 먹지 못했다"며 "이걸 두고 누군가 인터넷에 악성 소문을 퍼뜨린 것 같다"고 말했다.
사상 최악의 강진과 쓰나미 속에도 일본 언론이 비교적 안정된 보도를 하는 반면, 국내 일부 매체가 '열도 침몰' 같은 제목으로 자극적인 보도를 하거나 희생자 수 부풀리기를 하는 데 대해서도 A씨의 불만이 컸다.
'연락이 닿지 않는' 걸 '실종'이라고 표현하거나, 지진의 '규모'와 '진도'를 혼동하고, 방사능이 터지면 금방 일본 전역에 난리라도 난 것처럼 묘사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A씨가 걱정하는 건 지나친 공포가 아이들에게 상처로 남는 것인
"센다이에 사는 일본 사람들 보면 금방 느낄 수 있지 않나요? 걸음걸이가 좀 빨라지긴 했지만, 평온하게 일상생활을 하고 있잖아요? 그런데 한국에선 자꾸 전화가 오고, 무슨 난리라도 난 줄 아는가 봐요"
인터뷰를 듣고 있던 다른 한 주부는 "나는 일본 정부 발표랑 NHK 뉴스밖에 못 믿겠어요"라고 비아냥 섞인 말을 하기도 했다.
<센다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