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정권 게이트가 터졌습니다.
증권선물위원회는 어제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회사인 오덕균 CNK 대표를 비롯한 회사 임원진과 조중표 전 국무총리실장 등 관련자 6명을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가조작 혐의입니다.
검찰은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습니다.
사실 이번 다이아몬드 스켄들은 몇 년 전부터 시중에서 계속 떠돌던 소문입니다.
소문의 실체를 따라가 볼까요?
이명박 정부는 출범과 함께 자원외교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왕 수석 왕 차관으로 불리던 박영준 씨가 자원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 2차관으로 가면서 카메룬 다이아몬드 얘기가 관가에 떠돌기 시작했습니다.
씨앤케이(CNK)의 자회사 CNK마이닝은 지난 2010년 12월 카메룬 정부와 다이아몬드 개발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회사가 추정한 매장량은 4억 2천만 캐럿.
전 세계 연간 다이아몬드 생산량의 무려 2.5배에 육박하는 규모였습니다.
그런데 이 민간 기업의 자원개발 소식을 외교통상부가 대신해 12월17일 보도자료를 배포하게 됩니다.
정부가 나서서 이 계약이 진짜라는 일종의 보증을 해준 셈입니다.
특히 외교통상부가 자원외교와 관련해 민간기업의 성과를 보도자료로 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습니다.
외교부가 보도자료를 내자 주가는 3천400원에서 3주 만에 1만 8천 원대로 5배가량 뛰었습니다.
그러나 다이아몬드 매장량이 4억 2000만 캐럿이라는 것은 CNK의 주장일뿐 검증되지 않은 수치였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외교부는 지난해 6월 카메룬 정부가 매장량을 공식 인정했다는 보도자료를 또다시 내면서 주가를 다시 반등시켰습니다.
주가가 반등한 틈을 타 CNK 오덕균 대표와 처형인 정 모 이사는 727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겼습니다.
물론 힘없는 개미투자자들은 상투에 이 주식을 사며 큰 손실을 봤습니다.
당시 지식경제부와 광물자원공사는 매장량에 대해 상당히 보수적인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런데도 왜 외교부는 보도자료를 내 결과적으로 CNK의 주가상승을 도왔을까요?
CNK 의혹의 중심에는 세 명의 핵심인물이 있습니다.
당시 자원외교를 이끌던 국무총리실의 조중표 총리실장,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김은석 외교통상부 에너지자원대사가 바로 그들입니다.
외교부 출신인 조 전 실장은 퇴임 후 CNK 고문으로 갔고, 외교부가 이례적으로 보도자료를 내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역시 주식거래를 통해 시세차익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김은석 자원대사 역시 CNK가 카메룬 다이아몬드 개발에 뛰어들 때 총리실에서 외교·안보정책관으로 근무하며 자원외교를 담당했습니다.
김 대사는 특히 CNK를 박영준 전 차관에게 소개했으며, 김 대사 동생 부부는 오래전부터 CNK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정치권이 주목하는 인물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2차관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인 이상득 의원의 보좌관 출신인 박 전 차관은 이명박 정부 탄생의 일등공신으로, 현 정부의 핵심 실세로 꼽혔습니다.
박 전 차관은 2009년부터 2010년 8월까지 총리실에서 국무차장을 지냈고, 지경부 제2차관으로 옮기고 나서는 자원외교에 올인하다시피 했습니다.
박 전 차관은 2010년 5월 민관 합동대표단을 이끌고 카메룬을 방문했고, 여기에는 김은석 자원대사가 동행했습니다.
국회 지경위원인 무소속 정태근 의원은 "CNK 오덕균 씨가 자신의 배경이 되는 힘은 박영준 씨다. 박영준 차관이다는 얘기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정 의원은 한발 더 나아가 지난해 권재진 민정수석이 이 사건을 내사했고, 박 차관의 사퇴를 종용했지만, 박 차관이 저항해 사퇴가 곧바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박 전 차관은 혐의를 완강하게 부인하고 있습니다.
2010년 카메룬을 방문한 민관합동 대표단에 CNK는 포함돼 있지 않았고, 카메룬 총리가 먼저 CNK라는 기업의 이름을 꺼냈다고 해명했습니다.
또 같이 간 공무원과 공기업들이 현혹될까 봐 주식을 사면 안 된다고 엄명을 내렸다고 주장했습니다.
누구 말이 진실일까요?
이달 말 감사원 감사결과가 발표되고, 검찰 수사가 이뤄지면 사건의 진실이 가려질 것입니다.
그러나 정권 말기 잇따라 터지는 정권 게이트는 실체 여부를 떠나 이명박 정부의 국정운영을 더 어렵게 할 것이라는 사실은 명백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