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공천 발표장은 놀라움과 분노가 교차했습니다.
어제 새누리당 공천에서는 친이계가 대거 탈락했습니다.
이윤성, 장광근, 백성운, 강승규, 권택기 의원 등 친이계 핵심들이 줄줄이 탈락의 고배를 마셨습니다.
전략지역에 포함되면서 공천이 불투명한 친이계 의원도 있었습니다.
진수희, 신지호, 전여옥, 정미경 의원이 대표적입니다.
이명박의 사람들로 알려진 이동관 전 청와대 홍보수석과 이상휘 전 홍보기획비서관, 김형준 전 춘추관장도 탈락했고,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경선을 치러야 하는 처지에 놓였습니다.
공천 탈락이 확정된 현역 의원 16명 가운데 13명이 친이계로 분류됩니다.
친이계 의원들 사이에서는 이재오 의원과 정몽준 전 대표 등 수족만 살리고 다른 친이계 의원들은 다 죽이려고 한다는 볼멘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어제 MBN 뉴스 M에 출연했던 전여옥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전여옥 / 새누리당 의원
- "이재오 의원은 본보기로서 하나 준거죠. 왜냐면 이재오 의원을 탈락시킬 때 우리 이재오 해주지 않았느냐 이렇게 얘기할 하나의 빌미며 핑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이재오 의원을 공천을 했을 때부터 아, 불공정한 공천이 이루어질 수 있겠구나 직감을 했기 때문에…"
진수희 의원과 신지호 의원도 여론조사도 높게 나오고 경쟁력도 있는데 왜 전략지역으로 정해졌는지 모르겠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 인터뷰 : 신지호 / 새누리당 의원
- "관련 자료를 떳떳하게 공개해야 할 것이며, 신지호 죽이기라면 용납할 수 없다"
민주통합당도 거센 후폭풍에 직면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민주통합당에서 김영진, 강봉균, 최인기, 김재균, 신건, 조영택 등 현역 의원 6명이 텃밭인 호남에서 탈락했습니다.
불출마나 지역구를 옮긴 현역 의원까지 합치면 호남 지역 민주당 현역 의원 30명 가운데 13명이 바뀌어서 교체율이 무려 43%에 달했습니다.
조배숙, 이낙연 의원 등 7명은 경선을 치르게 돼 경선이 끝나면 호남 지역 민주당 현역 의원 교체율이 50%를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의원들도 반발도 새누리당 친이계 의원들 못지않습니다.
강봉균, 최인기, 신건, 조영택 의원은 공동성명을 내고 무소속 출마도 불사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최인기 의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최인기 / 민주통합당 국회의원
- "특히 친노 세력의 각본에 따라서 꼭두각시처럼 유력한 호남 정치인을 학살한 것입니다."
공천에서 탈락한 친이계와 민주계 의원들이 무소속으로 나오면 얼마나 영향력이 있을까요?
많은 정치 전문가들은 이들의 당선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습니다.
지난 18대 무소속 연대를 꾸렸던 친박연대는 '친박계 공천학살'이라는 명분이 있었지만, 이들에게는 그런 명분이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무소속 연대보다는 분당 또는 제3당 합류 얘기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이들의 새로운 도전은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요?
공천의 한 단면이 분노와 복수, 탈당으로 점철되고 있다면, 다른 한 면은 흥미진진함으로 분위기가 한껏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이른바 빅매치입니다.
어제 새누리당이 종로에 6선의 친박계 홍사덕 의원을 공천함으로써 정치 1번지 종로는 홍사덕 대 정세균의 대결로 치러지게 됐습니다.
정세균 전 민주통합당 대표는 열린우리당 의장을 지냈고, 지금의 한명숙 당 대표를 만든 민주통합당의 상징적 인물입니다.
두 사람의 맞대결, 그 결과가 벌써 궁금해집니다.
부산 사상에서도 보기 드문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통합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문재인 고문을 상대하는 새누리당 후보는 바로 28세의 젊은 정치신인 손수조 후보입니다.
고등학교 학생회장이 경력 전부인 손 후보가 문재인 고문을 상대로 어떤 승부를 펼칠까요?
어제 뉴스 M과 인터뷰한 손수조 후보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손수조 / 새누리당 후보
- "선거가 이제는 지역 애착형인 손수조와 권력지향적인 문 후보님의 떠날 자와 남을 자의 대결이 될 거라고 저는 보고 사상구민께서 현명한 선택을 해 주시리라고 믿습니다."
한겨레 신문이 한국사회여론연구소에 의뢰해 실시한 어제 여론조사를 보면 종로에서는 홍사덕 의원이 43%, 정세균 의원이 32.3%를 얻었습니다.
정 의원이 미리 공천을 확정 짓고 지역을 관리한 것에 비하면 홍사덕 후보의 선전이 놀랍습니다.
부산 사상구에서는 문재인 고문이 47.1%, 손수조 후보가 34.2%를 얻었습니다.
12%포인트 이상 격차가 나긴 했지만, 야권 대선 후보와 경쟁임을 고려하면 손 후보의 지지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해석입니다.
문재인 고문으로서는 정치 신인을 상대로 지면 대권 후보를 포함해 모든 것이 끝나는, 그러나 이기면 지극히 당연한 힘겨운 싸움을 벌이게 됐습니다.
표본은 700명, 표본오차는 95%에 신뢰수준은 ± 3.7%포인트, 조사방식은 RDD 방식의 ARS였습니다.
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맞수들도 있습니다.
새누리당 이성헌 의원과 민주통합당 우상호 전 의원은 벌써 네 번째 대결을 펼치게 됐습니다.
강원 홍천·횡성에서도 새누리당 황영철 의원과 민주통합당 조일현 전 의원이 12년간 이어진 4라운드를 펼칠 예정입니다.
새누리당 이범래 의원과 민주통합당 이인영 의원도 서울 구로갑에서 세 번째 리턴매치에 나서고, 대전 중구에서는 새누리당 강창희 전 의원과 자유선진당 권선택 의원이 세 번째 대결을 벌입니다.
정치인이 된다는 것은 국민을 위해 희생한다는 것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천태만상과 운명 같은 승부를 보면 꼭 그런 것만도 아닌 것 같습니다.
국민보다는 자신을 위해 싸우는 것이 정치인의 본 모습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살아남아야 국민도 위할 수 있다는 그럴 듯한 자기 합리화로 언제나 포장한 채 말이죠.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 hokim@mbn.co.kr ]